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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본문
어젯밤 꿈 이야기 -
다쓰베이더와 함께 모던하고 근사한 치즈 바cheese bar에 갔다. '치즈 바'라는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만, 하여간 우리는 편한 소파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웨이터가 오기를 기다렸다. 앉아서 바 쪽을 바라보니, 거기 김정은이 검은 양복을 간지나게 차려입고 혼자 앉아 작게 썬 다양한 치즈들을 콕테일 픽, 우리말로는 이쑤시개로 찍어 천천히 우아하게 즐기고 있었다. 놀랐다. 아니? 샛별장군이 여긴 웬일로?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영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셀렙이니 사인을 받아 두는 게 좋을까?' 가방을 뒤져 펜과 종이를 찾는데, 펜은 찾았으나 아무리 뒤져도 종이가 나오질 않았다. 격은 없다만 냅킨에라도 사인을 받아야 하나, 다 먹고 가버리면 어떡하나,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는 동안 다른 테이블에 앉았던 나보다 젊고 예쁜 남한 여자가 손에 펜과 종이를 들고 김정은한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던 냅킨을 한 장 집어 들고 잽싸게 몸을 날려 그 젊고 예쁜 여자의 머리채를 낚아채 내 뒤로 보낸 뒤 김정은 앞에 섰다. "내가 먼저 봤다고!" 김정은 사인을 받은 최초의 남한 사람이라는 영예를 차지하는 데 눈이 멀어 죄 없는 동포의 머리끄덩이를 가열차게 잡아당긴 단단. 꿈은 거기서 끝났다. 사인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밥 먹으며 이 이야기를 다쓰베이더한테 했더니,
"그건..."
진지한 얼굴로 눈을 빛냈다.
"돼지꿈이오."
우리는 나가서 복권을 무려 세 장이나 사 갖고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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