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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이태리 피아베, 삐아베 Piave 본문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비슷한 이태리 치즈를 하나 소개해봅니다. 이태리 북부 베네토Veneto 지역의 벨루노Belluno에서 만들고 이름은 피아베 강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긴 겨울과 서늘하고 짧은 여름을 갖는 전형적인 알프스 지역입니다. 지형이 험해 일반 농사는 적합하지 않고 대개 목축업을 한다고 하네요. 첫 생산 기록은 1960년대로 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치즈는 아니지만 이것도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소량 생산하던 것이 입소문이 나서 이제는 연간 350,000 덩이wheel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파마산, 그라나 파다노, 피아베,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느낌은 모두 비슷한 경성 치즈입니다. 크기는 대략 지름 27~32cm, 높이는 7~8cm 정도 되며, 무게는 7kg 정도였다가 숙성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가벼워집니다. 숙성할수록 수분이 증발하니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요. 피아베의 등급은 숙성 기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 Piave Fresco: 20~60일 숙성. 하늘색 레이블
• Piave Mezzano: 61~180일 숙성. 하늘색 레이블
• Piave Vecchio: 6개월 이상 숙성. 하늘색 레이블
• Piave Vecchio Selezione Oro: 12개월 이상 숙성. 빨간 레이블
• Piave Vecchio Riserva: 18개월 이상 숙성. 갈색 레이블
제가 사 온 것은 바로 밑에서 두 번째 것, 삐아베 베끼오 셀레찌오네 오로가 되겠습니다. 포장에 그렇게 써 있고, 최소 1년 숙성을 시켰다는 문구도 있거든요. 빨간 레이블을 하고 있고요.
포장을 뜯자 농축된 닭육수의 향이 확 올라옵니다. 질감은 까실까실한 것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일명 파마산에 가깝고, 맛은 닭육수의 진한 우마미와 쨍한 생양파의 짜릿함과 단맛이 있는 것이 체다에 가깝습니다. 단맛이 많이 나긴 하나 파마산에서 나는 향긋하고 진한 파인애플의 느낌은 안 납니다. 껍질 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건조해지고 딱딱해지고 까슬거려 먹기가 힘들어집니다. 풍미도 옅어져 마치 고체 기름을 씹는 듯합니다. 가운데 속살 부분은 아무래도 껍질 쪽보다는 좀 더 부드럽긴 한데, 전반적으로는 파마산보다 더 까슬거려 식감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맛은 좋아요. 이렇게 맛은 좋으나 식감이 별로인 치즈들은 갈아서 조미료처럼 쓰면 좋지요. 우마미가 짙기 때문에 조미료로 안성맞춤입니다. 스위스 치즈들에서 나는 갑각류나 해산물의 우마미가 아니라 닭육수의 우마미가 납니다. KFC 닭껍질 양념 맛하고 거의 똑같은 맛이 나서 입에 착착 감깁니다.
체다보다 숙성 기간이 짧은데 왜 이 치즈는 이렇게 건조하고 까실거릴까요?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렇습니다. 치즈의 질감을 결정하는 데는 몇 가지 요소가 작용을 하는데, 유장whey을 빼기 위해 응유를 얼마나 잘게 자르느냐, 응유에 열을 가하느냐 마느냐, 응유를 얼마나 큰 힘으로 압착하느냐 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순두부를 칼로 잘게 깍둑 썬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냥 둘 때보다는 두부 속에 있던 수분이 훨씬 빨리, 그리고 많이 빠져나오겠지요. 응유에 열을 가하는 것도 유장의 배출을 돕는다고 하는데, 찬 순두부보다는 뜨거운 순두부에서 아무래도 물이 더 쉽게 빠져나오는 것과 비슷하겠지요. 응유에 열을 가하는 것을 치즈 업계에서는 'cooked curd'라고 합니다. 파마산도 이 cooked curd 방식을 씁니다. 그래서 파마산이나 이 피아베나 둘 다 까실까실하면서 건조한 겁니다. 이 피아베 베끼오 오로는 1년밖에 숙성 안 된 치즈가 어째 30개월짜리 파마산보다도 더 단단하고 건조합니다. 아마도 응유를 파마산보다 더 잘게 부수거나, 열을 더 오랫동안 가해 유장을 많이 빼거나, 압착을 더 세게 하거나 하는 등에서 차이가 오는 것이겠지요.
이태리에서는 이 피아베를 파마산 쓰듯 여느 음식들에 쓴다고 합니다. 특히 생산지에서는 이를 테라코타 그릇에 넣고 녹여 'Formai frit(fried cheese)'로 만든 뒤 폴렌타polenta, 양배추와 함께 먹는다고 하네요.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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