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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뇌프샤뗄, 뉴샤뗄 Coeur de Neufchatel

단 단 2014. 10. 30. 02:00

 

 

  오뜨-노망디 Haute-Normandie.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의 뉴샤뗄-엉-브래Neufchâtel-en-Bray 마을에서 유래한 치즈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노르망디는 흰곰팡이 연성 치즈로 이름난 곳이죠. 우리가 잘 아는 ☞ 꺄몽베흐의 고장입니다. ☞ 뽕-리베끠와 ☞ 리바로도 여기서 생산됩니다.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노르망디와 영국은 상당히 가깝습니다. 기후와 토양이 서로 비슷해 선선하면서 습도가 높아 질 좋은 목초지 조성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하드 치즈 왕국'인 영국 남부에서도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이 꽤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꾀흐 드 뉴샤뗄은 저온살균 소젖으로 만들며 8주에서 10주간 숙성을 시킵니다. 1969년부터 AOC로 보호를 받고 있는 전통 치즈입니다. 꺄몽베흐보다는 숙성 기간이 길고 브리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동그란 것도, 각진 것도 아닌 것이, 치즈 형태가 어째 좀 희한하죠?

 

 

 

 

 

 

 

 


캬, 하트 모양입니다. 치즈가 하트 모양이라니,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형태죠. 그래서 치즈 이름 앞에 심장이라는 뜻의 '꾀흐Coeur'가 들어갑니다. 하트 모양 이외의 모양으로도 생산을 합니다. 작은 원통bonde형이나 네모carre, 벽돌briquette형을 할 때도 있습니다. 뉴샤뗄 앞에 '꾀흐' 단어가 붙지 않으면 대개는 그냥 원통형이나 벽돌 모양일 때가 많은데, 그래도 사람들은 뉴샤뗄 하면 으레 이 하트 모양을 떠올립니다.

 

이 치즈가 이런 모양을 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발렌타인스 데이에 팔기 위해 현대에 와서 억지로 이런 모양을 만든 게 아녜요. 저 먼 옛날, 그러니까 약 600여년 전, 영국과 프랑스가 100년 전쟁(1339-1453)을 할 당시의 이야기입니다. 전쟁하러 바다 건너 온 영국 병사들을 보고 마음을 홀딱 빼앗긴 프랑스 농가의 처녀들이 하트 모양으로 치즈를 만들어 건넨 데서 이런 모양이 탄생했다고 하지요. 프랑스에는 흰곰팡이 연성 치즈가 워낙 많으니 이런 차별적인 요소가 있으면 판매에 좀 더 유리한 점도 있을 겁니다. 하트 모양의 것은 약 200g 무게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트 모양이 된 게 이 때의 일이라는 것이지, 치즈 자체는 더 오래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어떤 이는 1035년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10세기까지 간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더 멀리 6세기까지도 간다고 말합니다.

 

 

 

 

 

 

 

 


이 치즈는 많은 흰곰팡이 연성 치즈 장인들이 채택하는 방법을 써서 발효 시간을 약 24시간으로 오래 잡고(겨울엔 시간이 좀 더 늘어남), 응고 효소rennet를 최소한으로 넣어 응고 시간도 늘리며, 유장whey이 빠지는 시간을 길게 잡습니다. 틀에 넣어 추가로 유장이 빠지고 나면 빼내어 소금을 뿌리고 말립니다. 그 뒤 온도 약 12˚C와 적정 습도로 맞춘 숙성실로 들어갑니다. 숙성하면서 표면에 흰곰팡이Penicillium candidum/P. camemberti가 보송보송 자랍니다.

 

갈라서 맛을 보겠습니다.

 

 

 

 

 

 

 

 


어후.
놀라울 정도로 맛이 없어요.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최고급군 제품이었는데도 맛이 형편없어요. 프랑스 치즈들에 생각보다 맛없는 것들이 꽤 있어 저으기 놀라는 중입니다. 특히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잘 만들고 잘 숙성시킨 브리 드 모Brie de Meaux나 꺄몽베흐가 아니면 살 때 주의를 좀 해야 합니다. 이 치즈는 제가 그간 먹어 본 100개 넘는 치즈들 중 샤우스chaource와 함께 가장 쓴 치즈입니다. 누룩yeast맛을 동반한 매우 쓴맛과 신맛만 있어요. 이렇게 단맛, 우마미가 하나도 안 나는 치즈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에서 흔히 기대되는 버섯 우마미라도 좀 느껴지면 좋으련만.

 

게다가 가운데의 보슬거리는grainy 심지 부분이 너무 면적이 커 식감도 좋지가 않아요. 이 가운데 보슬거리는 심지가 특히 더 씁니다. 하도 쓰고 시어서 다른 맛은 감지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비싼 돈 주고 사 왔으니 먹기는 해야 할 텐데 끝까지 다 먹는 동안 혀와 뇌가 고통스러웠습니다. 'Style over substance' 치즈라고나 할까요. 차라리 잘 숙성된 브리나 꺄몽베흐를 사 드세요.

 

하트 모양을 하고 있으니 발렌타인스 데이에 연인이나 배우자, 또는 정부(응?)와 함께 이 치즈를 식탁에 올려 조촐하고 낭만적인 와인과 치즈 타임을 갖고 싶으실 테지만, 애석하게도 이 치즈가 일년 중 가장 맛없을 때가 바로 이 발렌타인스 데이 즈음이라고 하네요. 8주에서 10주를 숙성시켜야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한겨울에 젖을 짜서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풀도 뜯지 못한 소들의 젖으로 만드는 치즈가 무슨 맛이 있겠습니까. 뉴샤뗄은 여름 중반부터가 그나마 좀 맛있다고 하니 행여 발렌타인스 데이에 사실 생각 말고 한참 기다렸다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발렌타인스 데이 수요에 맞춰 설익은 것들을 잔뜩 내므로 원유 품질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숙성도 제대로 안 돼서 나옵니다. 공장제, 농장제, 소규모 아티잔 치즈로 모두 가능하다 하니 기회 되면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아티잔 치즈로 한번 맛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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