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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노르웨이 브라운 치즈, 브루노스트 Brunost 염소젖 치즈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노르웨이 브라운 치즈, 브루노스트 Brunost 염소젖 치즈

단 단 2014. 11. 28. 01:30

 

 

 

 

노르웨이의 명물 브라운 치즈를 소개합니다. 노르웨이어로 '브루노스트'라고 부릅니다. 치즈가 갈색이 난다니 신기하죠? 이태리의 리코타ricotta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유장whey을 활용합니다. 소젖이나 염소젖에 응고제rennet를 넣고 기다리면 고형물과 액체로 분리가 되는데, 그렇게 해서 생긴 액체를 가지고 치즈를 만드는 거지요. 염소젖 유장과 소젖 유크림을 섞어 장시간 가열하면 수분이 증발해 원래 있던 유당이 캬라멜로 변하고 갈색이 나는 겁니다.

 

포장에 "Gudbrandsdalen"라고 써 있는데, 이 브루노스트가 처음 만들어졌던 고장 이름입니다. 농가의 한 처녀에 의해 만들어져 그야말로 그 지역 경제를 일으키게 되었다고 하죠. 87세가 된 그때 그 처녀,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위 선양을 한 공로로 훈장도 다 받게 되고요.

 

 

 

 

 

 

 

 

 

본고장 사람들이 이 브루노스트 먹는 법을 유심히 살펴보니, 일단 포장을 끄르는 것부터가 신기합니다. 비닐 포장을 그냥 북 뜯어서 버리면 안 되고 이렇게 아래로 끌어내려야 합니다.

 

 

 

 

 

 

 

 

 

치즈가 적당히 드러날 때까지 계속해서 비닐을 밑으로 끌어내립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왼손으로는 이 비닐 부분을 단단히 쥐고 오른손으로는 치즈를 저며야 하기 때문입니다. 포장을 완전히 다 벗겨 버리면 손에 끈끈한 치즈가 들러붙게 돼서 애먹어요. 

 

 

 

 

 

 

 

 

자, 포장을 벗겼으면 이제 이렇게 생긴 도구를 손에 드십시오. 채리티 숍에서 천원 주고 집어 온 '치즈 저미개cheese plane'입니다. 많이들 보셨죠? 이게 노르웨이의 발명품입니다. 자국 치즈들을 저며 먹기 위해 고안한 거라고 하죠. 노르웨이 치즈로는 전에 얄스버그Jarlsberg를 소개해 드린 적 있는데, 그 치즈도 이 도구를 써서 저며 먹을 수 있습니다.

 

 

 

 

 

 

 

 

어이쿠, 후들후들, 삐뚤빼뚤;;
아, 이거, 생각보다 매끈하게 저미기가 힘드네요. 왼손에 힘을 좀 더 줘서 단단히 쥐어야 합니다. 저미는 오른손에도 힘을 많이 줘야 하고요.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아직 차갑고 단단한 탓도 좀 있습니다. 이런, 주름이 잔뜩 지고 찢어지기까지. 

 

 

 

 

 

 

 

 

맛에는 하등 상관이 없겠지만 그래도 매끈하게 저며진 걸 보고 싶으니 무쇠팔 무쇠돌이 다쓰베이더를 시켜 봐야겠습니다.

 

 

 

 

 

 

 

 

 

샥!

 

거러췌.

 

치즈가 밀도 높고 뻑뻑하기 때문에 토스트한 빵 위에 버터를 살짝 발라 주면 좋다고 합니다. 까짓거, 저도 한번 발라 보죠.

 

맛을 묘사하자면요, 혹시 투명 비닐에 싸인 1.5㎤ 크기의 미제 캬라멜 아세요?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줄무늬 있고 작고 딱딱한 한국의 오리온 캬라멜이나 일본의 모리나가 캬라멜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그 부드럽고 진한 미제 캬라멜이요. 그 미제 캬라멜 맛에, 간장에 팔각star anise 넣고 조린 향과 같은 기분 좋은 향이 납니다. 오향장육의 짠슬 맛과 닮은 데가 있죠. 달고 고소한 캬라멜 맛에 은은한 간장향과 팔각향. 독특하고 맛있어요. 달면서도 동시에 짭짤합니다. 

 

질감도 캬라멜처럼 부드러우면서 밀도 높고 찐득입니다. 맛있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치즈이니 기회 되면 꼭 드셔 보세요. 소젖과 염소젖을 섞어 만든 치즈인데 염소젖 특유의 풍미는 하나도 안 나고 대신 염소젖이 가진 매력적인 단맛만이 한껏 증폭돼서 납니다. 누구든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버터 바른 토스트 위에 얹어 아침 식사로 많이들 먹는다고 합니다.

여행 가서 맛본 노르웨이 가정집의 아침 식사

 

 

 

 

 

 

제품군도 다양하여라.

 

 

 

 

 

 

 

- 한국에 왔습니다 -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마트에서도 브루노스트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본 것 같은 블록 형태의 것과, 쓰기 편한 슬라이스 형태, 두 가지가 있네요.

 

 

 

 

 

 

 

 

저는 기운이 달려 칼로 그냥 삐뚤빼뚤 깎아 먹어요.

치즈 저미개는 기운 센 다쓰베이더를 사용할 수 있을 때만 꺼냅니다.

 

 

 

 

 

 

 

 

 

치즈 저미개가 없는 집, 성질 급한 사람들한테는 이 제품이 낫겠습니다.

 

 

 

 

 

 

 

 

 

들러붙지 말라고 각 슬라이스 사이에 필름을 덧댔습니다. 생각 잘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얇게 저며 놓아 치즈맛이 빵맛에 밀립니다. 두 장을 올려야겠어요. 쓰기 힘들어도 저는 블록 형태가 더 재미있고 두께와 행태를 조절할 수 있어 좋네요. 작게 깍둑 썰어 접시에 올리면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캬라멜 흉내를 낼 수 있거든요. 어쨌거나 독특하고 맛있는 치즈를 한국 마트에서도 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깍둑 썰면 캬라멜 씹는 것 같아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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