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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보울런드 Bowland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보울런드 Bowland

단 단 2015. 2. 5. 00:00

 

 

 

 

 

가만히 관찰을 해보니 영국에서 맛치즈를 만들 때 쓰는 치즈들이 대략 정해져 있는 듯합니다. 고추, 겨자, 양파, 차이브 등을 넣어 짭짤하게 만드는 맛치즈들은 대개 체다를 가져다 씁니다. (반)건조 과일, 당절임 생강, 캬라멜 등을 박아 단맛을 내는 맛치즈들은 신선한 우유 맛이 아직 남아 있는 순한 맛의 웬즐리데일이나 화이트 스틸튼을 쓰는 것 같고요. 껍질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보슬보슬한 질감의 염소젖 치즈나 양젖 치즈도 많이 씁니다. 이런 치즈들은 숙성이 많이 되지 않은 탓에 아직은 자기 성격이 덜 드러나 디저트용 단 치즈를 만드는 데 더없이 적합합니다. 식후에 기름지고 설탕 많이 넣은 푸딩을 내는 것보다는 좀 더 산뜻하고 덜 번거로워 많이들 찾습니다.

 

그런데 이 치즈는 특이하게도 ☞ 랭카셔 치즈를 도화지로 삼습니다. 웬즐리데일이나 화이트 스틸튼보다는 그래서 좀 더 농익은 치즈 맛이 납니다. 랭카셔 치즈에 건포도raisins 18%와 건조 사과 5%를 넣고, 치즈 겉에는 계핏가루를 입힙니다. 랭카셔 동쪽에 있는 보울런드 숲 이름을 따서 치즈 이름을 지었다는데, 숲이 랭카셔에 있기 때문에 랭카셔 치즈를 바탕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적절한 선택이죠. 그런데 만들기는 랭카셔가 아니라 체셔에서 만든다니 희한하죠. 그것도 치즈 농장의 치즈 장인이 만든 게 아니라 체셔의 한 델리 숍에서 소량 만들어 동네 주민들에게나 팔던 것이 입소문이 나 전국으로 퍼지게 된 거라 합니다.

 

여느 맛치즈들과 다른 점은, 완성된 치즈를 잘게 부수어 부재료와 합친 뒤 다시 뭉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응유의 성형 단계에서 부재료들을 넣어 치즈와 함께 숙성을 시킨다는 겁니다. 특이하죠. 이렇게 하면 치즈와 부재료의 맛이 아무래도 융화가 더 잘 되려나요?

 

 

 

 

 

 

 

 



맛을 봅니다. 잘 만들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사다 먹었던 알디ALDI의 계피향 나는 건과일 크리스마스 특별판 치즈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급조해서 내는 치즈들치고 맛있는 치즈 못 봤음.) 랭카셔 치즈라서 그런지 치즈 풍미가 부재료 맛에 전혀 밀리지를 않고 당당하게 드러납니다. 웬즐리데일이나 화이트 스틸튼처럼 잘 부스러지지를 않고 제법 밀도가 높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칼만 살짝 대도 부스러져 떨어지는 웬즐리데일이나 화이트 스틸튼 맛치즈들과 달리 제법 견고한 상태로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요. 계피 맛도 잘 냈습니다. 겉에 묻은 저 갈색 막이 모두 계피입니다. 껍질이 아녜요. 쓴맛은 전혀 안 나고 달고 향기롭습니다. 이 계피 때문에 촉촉한 시나몬 롤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계피 묻힌 도우넛을 먹는 것 같기도 합니다. 건포도와 사과도 촉촉하면서 쫄깃거리며 씹힙니다. 꿈같이 달기만 한 아이들용 맛치즈라기보다는, 좀 더 깊은 맛이 나는 어른용 맛치즈인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어른의 맛"이 납니다.

 

 

 

 

 

 

 


 랭카셔 북동쪽에 위치한 보울런드 숲Forest of Bowland.
여기서 치즈를 만든다는 게 아니라 이름만 따왔다는 것이니

헷갈려하지 말자. 만들기는 체셔에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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