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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훈제 체다, 오크 스모크트 체다 Oak-Smoked Cheddar 본문
영국인들은 훈향을 좋아합니다. 영국에 살다 보면 왜 이들이 훈향을 좋아하는지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벽난로나 정원 있는 집들이 많아 11월부터는 대기중에 늘 은은한 훈향이 감돕니다. 벽난로를 때거나 정원 한쪽에서 무언가를 태우는 집이 많거든요. 해질 무렵 비 부슬부슬 올 때면 빨리 집에 돌아가 훈향 나는 따뜻한 무언가를 먹고 싶어져요. 늦가을과 겨울에는 영국의 대기와 기후와 자연 환경, 모든 것이 훈향과 잘 어울리게 변합니다. 훈향이 늘 익숙한 사람들이라 홍차도 훈향 내서 마시죠[lapsang souchong], 훈제 생선도 잘 만들고, 또, 고기 훈제도 잘 합니다. 날림으로 대충하지 않고 오랫동안 시간 들여 정성껏 연기를 쏘입니다.
치즈에도 훈향을 입혀 먹습니다. 영국 전통 치즈들에는 장기 숙성시키는 경성 치즈가 많아 장시간 연기를 쏘이기에 적합합니다. 이런 치즈들을 갈아 소스를 만들면 은은한 훈향이 나서 음식이 아주 맛있어져요. 얼마 전에 소개해드렸던 영국의 ☞ 릭 크럼블에도 훈제한 체다가 소량 들어갔었죠. 파이나 크럼블 만들 때 소스에 이런 훈제 치즈들을 쓰면 특히 맛있습니다. 훈제 치즈들은 치즈보드에 올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조미료로 훌륭합니다. 일반 체다도 그 뛰어난 우마미와 잘 녹는 성질 때문에 조미료로 더없이 적합한데 이걸 훈제까지 했으니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체다가 국민 치즈이다 보니 영국에는 체다 생산자도 많고 훈제 체다 생산자도 많습니다. 각기 다른 농장의 체다를 사 먹고 비교해보는 것도 한 재미가 될 수 있어요. 스틸튼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농장마다 뉘앙스가 다 다르거든요. 제가 사 온 것은 체다 전문 농장인 ☞ 퀵스Quickes의 훈제 체다였습니다. 퀵스씨 집안에서 대를 이어 치즈를 만들어 농장 이름이 '퀵스'가 되었습니다. 12~15개월 숙성시킨 원통형의 거대한 체다를 1.5kg의 무게가 되도록 피짜 모양의 쐐기꼴로 자른 뒤 참나무 조각을 때워 서너 시간 연기를 씌웁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만 훈향이 치즈 속까지 골고루 뱁니다.
이 훈제 체다 맛을 묘사하자면요, 체다에 참나무oak 연기 씌운 맛과 향이 납니다. 꽈당, 다,당연하잖아! 더이상 정확히 설명할 길이 없어요.;; 영국에 계신 분들은 한 번쯤은 꼭 드셔보시기를 바랍니다. 체다 써서 만드는 요리에 그냥 똑같이 쓰시면 됩니다. 날이 추울 때는 일반 체다 쓰는 것보다 훈제 체다를 쓰는 것이 좀 더 계절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벽난로나 모닥불 앞에 앉아 음식 먹는 기분이 듭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기운이 막 납니다. ■
☞ 체다뿐 아니라 웬즐리데일도 훈제를 하더라 - 웬즐리데일 스모크트
☞ 체다를 염소젖으로 만든 뒤 훈제할 수도 있다 - 빌리스 스모키 고트
☞ 훈제 안 한 오리지날 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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