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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성인이 되어가는 어이구내새끼1아 본문

잡생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성인이 되어가는 어이구내새끼1아

단 단 2015. 2. 26. 00:00

 

 

얘야, 졸업을 축하한다. 움와, 움와, 움와! (→ 영국인들 볼 뽀뽀하는 소리) 
고모가 어이구내새끼 졸업식을 못 가서 안타깝구나. 미안해서 대신 영국 책가방 하나 사서 보냈단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가방이라 길 가다 보면 같은 가방 멘 사람을 가끔씩 마주칠 거야. 그래도 고모가 보낸 건 여닫기 편하도록 자석 잠금 장치가 달린 신상품이고 원조란다. (생색 생색) 가방 잃어버리지 말라고 어이구내새끼 영문 이름 약자도 새겼단다. 메고 다니다가 어깨 아프면 손으로 들고 다닐 수도 있도록 손잡이 달린 걸로 샀고.

 

아직 새 제품이라 많이 뻣뻣할 텐데 쓰다 보면 금방 늘어나 책도 처음보다는 조금 더 들어갈 거야. 쓰기에 아주 편한 가방은 아니지만 워낙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멋있어서 샀어. 멋쟁이들은 원래 간지를 위해서는 불편한 것도 감수하는 법이잖니. 가죽이니 쓰다 보면 주름도 생기고 여기저기 긁히기도 할 텐데, 낡았다고 미워하지 말고 잘 다독이며 쓰길 바라. 우리 한국인들은 물건이 조금만 낡아도 냅다 버리고 새 물건을 사지. 그 비싼 명품백을 철 따라 유행 따라 수시로 팔아 치우고 새로 사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야. 고모는 물건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사람을 좋아해. 물건 수시로 갈아 치우는 사람은 왠지 애인이나 배우자도 수시로 갈아 치울 것 같지 않니. 여기 영국에서는 루이뷔똥 여행용 트렁크를 막 3대씩 4대씩 물려가며 쓴단다. 대단하지? 물려가며 오래오래 쓰려면 또 그만큼 평소에 관리도 잘 해야 하지. 고모가 한국 가면 가방에 전용 크림 발라 줄게. 소가죽도 사람가죽하고 똑같아서 관리를 해줘야 한단다. 비 많이 맞추면 안 되고, 너무 춥거나 뜨거운 데 두어도 안 된다 하더라. 

 

기숙사에 들어간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구나. 저녁 땐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이런저런 맛난 간식들을 해먹겠지. 실력 잘 키웠다가 고모 가면 맛있는 떡볶이 좀 해다오. 자신 없으면 그냥 떡볶이 맛집에 데리고 가도 된다. 맛있는 집 알고 있는 것도 다 그 사람 능력에 속한다. 떡볶이 소스에 김말이도 콕 찍어 먹고 싶네. 참, 분식집 가서 빙초산 듬뿍 친 단무지는 너무 많이 먹지 마라. 우리 예쁜이가 먹기에는 빙초산은 너무 험하다.

 

이제부터는 고모가 본격 하드코어 이야기를 좀 해볼게. 가방처럼 빨간 이야기다. 우리 어이구내새끼는 예쁘니까 앞으로 남자들이 줄줄 쫓아다닐 텐데, 우리 어이구내새끼가 앞으로 결혼을 할지 안 할지 고모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연애는 많이많이 해봐라. 남자도 자꾸 사귀어 봐야 남자 다루는 기술이 는다.

 

아직은 만 19세가 안 됐지? 조금 있다가 성인이 되고 남자친구를 사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운우지정도 나누게 될 텐데 (얘야, '雲雨之情'이 무슨 뜻인지 알지? '구름과 비 사이의 정'이란 뜻이야. 옛 사람들 표현 참 근사하지?) 뭐, 이론상으로는 '결혼 전까지는 남자든 여자든 순결해야 한다'가 정답이겠지만, 그런 사람은 요즘 천연기념물이 되었단다. 결혼식 전까지 손만 잡고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결혼하는 사람은 이제 무슬림 국가가 아니면 거의 없다고 보면 돼. 고모가 당부할 것은, 만일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운우지정 나눌 일이 생기면 지금부터 고모가 하는 말 두 가지만 기억했다가 철저히 지켜 달라는 거다. 

 

첫째, 반드시 콘돔을 써야 한다. 남자친구가 콘돔을 거부하면 너도 딱 잘라 운우지정 나누기를 거절해라. 이 문제만큼은 여자인 네 쪽에서 정말 단호하게 실천해야 한다. "오늘은 콘돔 사는 걸 까먹었네?", "생리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 오늘은 괜찮을 거야.", "귀찮은데 오늘은 그냥..." 아, 이러면 절대 안 됨. 단 한 번이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살생을 막고, 네 몸 축나고 창창한 인생 망치지 않기 위해서니 각별히 신경 써야 해. 콘돔 살 돈 없으면 고모가 일년치 한꺼번에 사줄 테니 고모한테 말해.

 

남자들 중에는 가끔 전염병을 가졌으면서도 여자친구가 그 사실을 알면 자기를 떠날까 봐 두려워 병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이들이 있다. 병이 있는 건 살면서 잘 관리하면 되니 큰 흠이 안 되지만 그걸 숨기고 애인에게 옮기는 건 정말 부도덕한 거야. 덜컥 임신을 시키거나 병을 옮겨 놓고도 막상 책임질 때가 되면 나 몰라라 도망가는 쪼다 새끼들이 이 세상엔 수두룩하단다. 네 남친만은 절대 안 그럴 것 같지? 사람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아마 책임질 일이 무서워 도망가는 걸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남자들은 불장난이었다 여기고 토껴 버리면 그만이지만 네 인생은 그냥 그걸로 쫑나는 거다. 그러니 반드시 콘돔을 써야 한다. 피임약 먹을 생각 말고. 경구피임약은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중에 임신하려 할 때 임신이 안 돼 낭패 보는 수도 있고. 혈전을 생성해 심혈관계에도 좋지 않고 비타민 B군 결핍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절대로 둘이서 운우지정 나누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폰카 찍을 때는 둘이 마치 무슨 에로영화 배우가 된 것 같아 짜릿하고 재밌을지 모르지. 요즘 고모가 누리터에서 가장 많이 보는 뉴스 중 하나가 바로 변심한 여친에게 복수한다고 누리터에 영상 유출하는 찌질이 못난 놈들 때문에 수치스러워 자살하는 여자들 이야기다. 절대로 절대로 남자에게 약점 잡힐 짓은 하지 마라. 둘 사이의 애정 전선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실수로 영상이 유출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은밀하고 애틋한 행위는 그냥 둘이서 추억으로만 마음 속에 간직하고, 영상으로 남겨 두는 바보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에이, 찍고 나서 보고 바로 지우면 되죠." 

안 된다고! 
찍지 마!

 

이런 얘기는 고모니까 해줄 수 있는 거란다. 한국에서는 엄마나 할머니가 딸, 손녀에게 이런 말들을 할 수가 없어. "결혼 전에는 최대한 조신해야 한다." 에둘러 말하는 게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정답처럼 여겨지기 때문이야. 할머니랑 오늘 전화 통화 하면서 고모 대신 말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얘는! 이제 고등학교 갓 졸업한 어린 애한테 그런 소릴 하면 어떡하니? 더 하고 싶어질라." 하시더라고.

 

고모는 영국에 살아 봐서 잘 알아. 여기서는 어른들이 애들한테 "니들은 어른들이 하는 짓 절대 따라하면 안 돼!" 하지 않는다. "뭐, 말려도 말 안 듣고 할 게 뻔하니 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쓰고 사고 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라." 같은 아주 실질적인 조언들을 한다. 여기서는 처녀가 혼자 애를 낳아도 복지국가라서 국가에서 살 수 있게끔 집도 주고 돈도 주고 도와 줘. 그러나 한국은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야. 네 인생과 미래는 전적으로 네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무시무시한 사회야. 그러니 고모가 말한 두 가지 꼭 기억하고 즐겁지만 탈없는 연애생활 하기 바라. 아직 남자친구도 없는데 고모가 너무 오바 떨었나? 남자친구 생기면 고모한테 소개시켜 주고. 고모가 밥 사 주고 영화표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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