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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대체 어떻게 살고들 있는지 궁금하다 본문
▲ 프렌치 프레스.
영국에서는 캬페티에cafetière라고 부른다.
1929년에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고안해 특허를 냈다.
커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커피가 몸에 썩 잘 맞질 않아 즐겨 마시지 않기 때문인데, 나한테는 기운이 좀 센 음료인 듯하다. 다쓰베이더도 커피를 마시면 속이 편치 않다고 했다. 커피도 아무나 즐기는 게 아닌 것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쵸콜렛 반주 삼으려고) 집에서 우릴 때도 있는데, 자주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보니 도구나 기계를 거창하게 갖출 수 없어 대개 캬페티에나 모카 포트로 만들어 마신다. 두 가지 모두 공교롭게도 아르 데코 시절, 혹은, 기계와 소음을 찬미하던 저 미래파 시절에 나온 물건들이라 그 시기 기운이 고스란히 디자인에 담겨 있다. 그래서 다쓰 부처는 커피도 잘 안 마시는 사람들이 채리티 숍에서 모카 포트나 캬페티에만 보았다 하면 꼭 손에 들고 돌아온다. 채리티 숍에 자주 놓여 있고 값도 싸다. 새것처럼 상태 좋은 세 잔짜리 캬페티에가 3천원 안 할 때도 있다.
캬페티에는 저 유리 시험관과 금속 뼈대가 영국 계몽주의 시대 때 화학 실험과 과학 실험에 몰두하던 괴짜 젠틀맨들을 떠올리게 해 현대의 대량생산품임에도 왠지 골동품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뚜껑은 그 곡선이 꼭 영국 신사의 보울러 햇bowler hat을 닮았다. 비알레띠 모카 포트는 미래파 조각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디자인이다. 모카 포트 아래 수통 부분이 <독터 후>의 달렉처럼 생겨 영국인들이 좋아한다.
캬페티에들을 모아 놓고 사진을 찍다가 문득 커피에 관한 재미있는 시 한 수가 기억 났다. 하하, 블로그에 캬페티에 사진을 올리고 그 시를 함께 적어 소개해야겠구나. 커피 좋아하는 우리 독자들이 좋아하겠다.
그러다가 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 시인이 애써 지은 시를 좋다고 너도나도 블로그나 누리터에 옮겨 적고 있으면 시집은 누가 사고 시인은 어떻게 먹고 살아? 음악은 돈 주고 사서 걸거나 유튜브에서 광고를 보면서 듣잖나.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시의 저작권이 궁금해졌다.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 저작권. 짧아서 옮겨 적기 쉽다고 누구나 거리낌없이 우물물 퍼 담듯 퍼가던 시 아니었나. 시 저작권에 대해 검색하던 중 이런 글을 하나 발견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다. ☞ 죽은 시 인용의 사회?
기사에 나온 이모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가 대체 무슨 책을 내길래 시 인용이 필요했던 걸까? 시를 전문으로 다루는 비평집이 아닌 건 분명할 텐데, 수업 시간에 인용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써서 곧 인세를 받고 돈을 벌 사람이 그리 비싸지도 않은 시 인용 비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나?
논문을 쓰면서 나는 그림과 사진 삽입을 위해 여러 군데 문의해 저작권 해결을 보았다. 학위논문 같은 연구 목적일 경우 상업적 이용이 아니므로 대개는 관대하게 사용 허가를 내준다. 허락해 줄 게 뻔하지만 그래도 연락을 취해 서면으로 허락을 받아 두어야 한다.
같은 내용을 담더라도 출판을 해 돈을 벌 목적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국의 미술관들은 학생이나 학자가 논문에 소장품 사진을 삽입하는 것은 공짜로 쓸 수 있게 해주지만 책을 내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는 반드시 별도의 문의 과정을 거쳐 상담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상황별로 이용 가격을 꼼꼼히 책정한 곳이 많다. 표지에 쓸 경우 얼마, 본문에 흑백으로 삽입할 경우 얼마, 컬러일 경우 얼마, 하는 식이다. 삽입 크기에 따라서도 값이 달라진다.
음악 관련 책을 내는 사람도 단 두 마디 악보를 삽입하려면 반드시 악보 출판사에 연락해 출판사가 정한 비용을 내든 공짜로 쓰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시 한 줄을 악보 한 단이라고 생각해 보라. 글 쓰는 사람이나 학자라면 기본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사항인데 이걸 몰랐나? 그냥 학술논문에 각주 써서 전공 분야 서적 인용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던 걸까?
내 코가 석 자인데 나보다 처지가 더 못할 시인들 걱정을 한바탕 하고 나니 앞으로 남한테 작은 선물 할 일 있으면 시인들이 가족과 두부 한 모라도 더 사 먹을 수 있게 시집을 사서 줘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내가 이 '커피' 글에 싣고 싶었던 시는 ☞ 이것이었다. 자정에 커피를 우려 마신 미친 숙주는 생각이 많아져 새벽 네 시에 글을 쓰기 시작해 다섯 시 십분 전에 겨우 마쳤다. 조금 있으면 브렉퍼스트 홍차를 마실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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