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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마지막 식사

단 단 2015. 5. 2. 00:00

 

 

단단이 귀국을 앞두고 마침내 영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한 걸로 알고 서운한 마음에 황급히 들어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

 

케케케, 낚이셨습니다!


제가 한 달 전에 ☞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음식 열 가지를 여러분께 여쭈었었습니다. 우리 모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지요. 그런데, 거기 불량소녀 님의 답변 중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만일 내가 사형수가 된다면 최후의 식사로 뭘 먹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미디움 레어 필레미뇽에 사이드로 매쉬드 포테이토삶은 브로콜리, 그리고 식후 신선한 커피 한 잔이면 만족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데 혹시 커피가 맛이 없으면 진짜 화날 것 같다는..."

 

이 글을 보자 영국의 황색 언론인 <데일리 메일>에서 읽었던 기사 하나가 생각 났습니다. 그 기사를 읽고 저도 불량소녀 님처럼 무얼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먼저 아래에 걸어 드린 기사와 사진을 한번 보고 오십시오. 죽기 전 마지막 식사라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참고로, 유럽연합은 사형제도를 원천적으로 금하고 있으며 법정 최고형은 종신형입니다. 사형된 다음 누명을 벗게 된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으므로 저는 사형을 선고하는 것까지는 몰라도 집행하는 것에는 반대를 합니다.

The last meals of death row's most notorious residents

 

자, 이번 달 질문 나갑니다. 여러분은 치정(!) 살인을 한 사형수이고 이제 사형 집행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 입맛 없어 안 먹겠다는 말은 하지 마시고.) 정부에서 자비를 베풀어 사형수에게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구해 주겠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먹게 될 음식들을 고심해서 한번 골라 봅시다. 욕심 부려 세상 진미 다 갖다 대지 말고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대 봅시다. 우리가 누굽니까. 음식 이름만 대고 호락호락 죽을 수는 없지요. 불량소녀 님처럼 "근데 혹시 ○○가 ○○한다면 진짜 화날 것 같다는..."을 덧붙여 죽기 직전까지 까탈을 한번 부려 봅시다.

 


단단:

"내가 만일 사형수가 된다면 최후의 식사로 맛간장에 잘 조린 고기 고명과, 흰자·노른자 따로 부친 알지단과, 가늘게 얌전히 채 썬 김을 올린 떡국 한 그릇잘 익은 배추김치 한 접시면 만족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데 혹시 알지단을 바로 부쳐서 올리지 않고 냄새 덜 뺀 플라스틱 반찬통에 보관해 둔 묵은 것으로 올려 알지단에서 플라스틱향과 밑반찬향이 나면 진짜 화날 것 같다는..."

 


다쓰베이더:

"내가 만일 사형수가 된다면 최후의 식사로 아래 위에 모두 쇼트 페이스트리를 댄 영국식 더블 크러스트 애플 파이 한 판이면 만족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누라랑 나눠 먹지 않고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다니 느무 신난다!) 애플 파이용 사과는 반드시 콕스cox's orange pippin와 브램리bramley를 섞어서 써야 합니다. 근데 혹시 필링을 채우기 전 아래쪽 크러스트 위에 세몰리나 가루 뿌리는 걸 잊고 열전도율 높은 금속 팬 대신 도자기 팬에 구워 파이 바닥이 축축해지면 진짜 화날 것 같다는..."


*   *   *


저는 우락부락 털 숭숭 난 우리 집 영감이 마지막 식사로 애플 파이를 고른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배를 든든히 채울 고기나 밥류도 아니고,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애플 크럼블도 안 되고, 반드시 정성을 더 들인 애플 파이여야 한답니다. 다쓰베이더와 애플 파이라니, 마치 아래와 같은 것을 보고 났을 때의 충격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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