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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의미 본문
누리터에 글쓰기에 관한 유명 작가들의 조언이 돌아다니길래 한번 모아보았습니다.
1.
누구도 좋은 책을 읽으며 자살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책을 쓰면서는 많은 이들이 자살했다. (로버트 번)
2.
캐릭터가 스타일이다. 나쁘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캐릭터에선 좋은 스타일이 나올 수가 없다. (노먼 메일러)
3.
없애는 건, 남아 있는 걸 응축시킨다. (트레이시 세발리에)
4.
다른 출판물에서 익숙하게 본 비유나 직유, 상징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 (조지 오웰)
5.
캐릭터는 작가가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존재하고 있던 것이 발견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보웬)
6.
다 완성하기 전까진 절대 이렇게 이렇게 쓸 거야 남에게 말하지 마라. (마리오 푸조)
7.
우울하지 않으면 당신은 진지한 작가가 될 수 없다. (커트 보네거트)
8.
언어 사용은 우리가 죽음과 침묵에 맞서 싸우게 할 만한 유일한 것이다. (조이스 캐롤 오츠)
9.
영감이 찾아오길 기다려선 안 된다. 몽둥이를 들고 그걸 쫓아가야 한다. (잭 런던)
10.
작가가 지켜야 할 규율은 가만히 서서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걸 듣는 것이다. (레이첼 카슨)
11.
글쓰기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형태의 정신분열증이다. (E. L. 독토로우)
12.
그 순간 나오는 생각을 적어라. 골똘히 짜내지 않은 생각들이 보통 가장 가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
13.
내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냐고? 지어낸다. 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온다. (닐 가이먼)
14.
나는 글을 쓸 때, 정확한 방향성을 가진 약간의 증오가 유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앨리스 워커)
15.
너무 멀리 갈지 모를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T. S. 엘리어트)
16.
소설을 써야겠다면 써라. 하지만 돈을 버는 건 우연한 사고(accident)라고 생각하라. 보상은 쓰는 것 자체로부터 얻어라. (펄 벅)
17.
아마추어들이 영감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프로들은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스티븐 킹)
18.
픽션의 문제점은 그게 너무 말이 된다는 점이다. 반면 현실은 결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앨더스 헉슬리)
19.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잘 해내지 못 한다'는 두려움을 초월할 때, 비로소 일하기 시작한다. (알랭 드 보통)
20.
저널리즘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를 목격하게 하지만, 픽션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를 살게 한다. (존 허시)
21.
나는 항상 하나의 아이디어, 심지어 지루한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다. 그건 내가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질문이 된다. (토니 모리슨)
22.
좋은 작가가 되는 건 3%의 재능과, 97%는 인터넷에 주의를 뺏기지 않는 것이다. (무명)
23.
재능은 싸구려다. 중요한 건 훈련이다. (앙드레 드뷔)
24.
아이디어에 대해 큰 소리로 논의하는 건 종종 그걸 완전히 죽이는 거라는 것을 발견했다. (J. K. 롤링)
25.
모든 이야기는 끝까지 계속 가면 죽음으로 끝난다. 그 사실을 숨기려 하는 자는 진정한 스토리텔러가 아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26.
테크닉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열정을 가져야 한다. 테크닉 그 자체는 수를 놓은 냄비 받침대에 불과하다. (레이먼드 챈들러)
27.
젊은 작가들을 쓰도록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작가라는 생각은 못 하게 해야 한다. (월리스 스테그너)
28.
쓰고 나서 그걸 고칠 때까지의 사이에 시간 간격을 많이 두어라. (제이디 스미스)
29.
가능한 한 자주 글을 써라. 그게 출판될 거라는 생각으로가 아니라 악기 연주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J. B. 프리슬리)
30.
매일 글을 써라. 강렬하게 독서하라.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자. (레이 브래드버리)
31.
당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을 존중하라. 심지어 별볼일 없는 캐릭터까지도. 예술에선 실제 인생에서처럼, 모든 이들이 각자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새라 워터스)
32.
일찍 일어나서 바로 일을 시작하라. 먼저 일하고, 씻는 건 나중에 하라. (W. H. 오든)
33.
명확하게 쓰는 사람들은 독자를 갖게 되고, 불명확하게 쓰는 사람들은 평론가를 갖게 된다. (알베르 카뮈)
34.
의식은 편집자고, 무의식은 작가다. (스티브 마틴)
35.
글쓰기의 목적은 여러분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끄러워서 졸도하게 만드는 데 있다. (J. P. 돈리비)
36.
픽션은 거짓말이다. 좋은 픽션은 그 거짓말 속에 감춰진 진실이다. (스티븐 킹)
37.
핵심 감정(key emotion)을 발견하라. 이게 단편을 쓰기 위해서 알아야 할 전부다. (스콧 피츠제랄드)
38.
자기 글을 가차없이 대하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럴 것이다. (존 베리먼)
39.
내게 작가란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뜻한다. (수전 손택)
40.
좋은 작가란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러다. 학자나 인류의 구원자가 아닌. (아이작 싱어)
41.
나는 한 문장, 한 아이디어, 한 이미지를 갖고 시작한다. 그 이상으론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따라 간다. (데이빗 라비)
흐음...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언들이죠?
다 마음에 들지만 이 중에서도 저는 다음의 세 가지가 특히 마음에 듭니다.
• 없애는 건, 남아 있는 걸 응축시킨다. (트레이시 세발리에)
• 너무 멀리 갈지 모를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T. S. 엘리어트)
• 글쓰기의 목적은 여러분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끄러워서 졸도하게 만드는 데 있다. (J. P. 돈리비)
끄덕끄덕.
어버이날도 맞았고 하니 저도 오늘은 내 어머니가 부끄러워서 졸도할 만한 글을 좀 써보고 싶군요. 오늘은 부부 스와핑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꽥! 단단 님!"
"너무 나가시는 거 아녜요?!"
"맙소사!"
"꼬르륵"
"털썩"
아니?
왜들 그러십니까?
제가 언제 스와핑을 즐기고 있다고 했나요?
스와핑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고 했죠.
제 스스로 생각하는 제 블로그의 최대 장점은
"젖먹이가 젖 먹고 막 올린 토사물의 저 신선한 젖산 풍미"
와 같은 생생한 맛 묘사와,
다루는 주제에 성역이 없다는 것,
이 두 가지인데요.
예술가가 가족들 체면과 주변을 의식해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작품은 망하는 겁니다. 이건 글쟁이뿐 아니라 미술가, 사진가, 작곡가, 안무가, 요리사에게도 다 해당되는 얘깁니다. (단단은 요리사도 예술가로 봄.)
저희 동네에 있는 어느 집 앞마당입니다. 가정집 앞마당에 뜬금없이 갈대가 높이 솟아 있어 지나다니며 볼 때마다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죠.
그런데 이 갈대가 말이죠,
'우수에 젖게 하는 저 바람에 흔들리는swinging 가을날의 갈대밭'이라는 낭만적인 이미지 외에 영국에서는 다소 엉뚱한 의미를 하나 더 지니고 있습니다. 부부 스와핑을 즐기는 사람, 즉, '스윙어swinger'를 상징하기도 하죠. 영미권에서는 '스와핑swapping(교환)'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스윙잉swinging'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저는 이 집 앞을 지나며 갈대를 볼 때마다 늘 스윙잉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이 집 부부가 정말로 스윙어들인지, 그저 멋있어서 심어 놓은 건지, 저는 모릅니다.) 스윙잉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학벌 좋고, 고소득에,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이 많다는 건 다들 잘 아시죠? 희한하게도 부부 사이도 그리 나쁘지 않다 하고요. 사이가 나쁘면 벌써 이혼을 했지,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윙잉을 한다는 건 그래도 배우자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 스윙잉을 즐기면서부터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는 부부들도 많고요. 말하자면, 부부가 쌍방 합의하에, 그리고 서로의 적당한 감독·감시하에 함께 일탈을 즐기는 건데, 이건 금전이 오가는 게 아니니 성매매라 할 수도 없고, 합의하에 하는 거니 간통이라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약물이 동반되는 것도 아니고, 미성년자가 개입되는 것도 아니고, 성인들이 자기들이 좋아 하는 일이니 처벌을 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군요. 그렇죠, 성인들간의 지극히 사사로운 성생활을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영국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스윙잉 클럽 건물들도 있습니다. 약물 안 된다, 촬영 안 된다, 격 없게 껌 씹으면 안 된다, 나름 규율이 엄격합니다.
지금은 내 남편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인 평균수명이 한 84세쯤 된다고 치면 (점점 더 늘어나겠죠.) 지금까지 산 만큼 앞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남편한테 그 긴긴 세월을 나하고만 즐겨야 한다고 종용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 몰래 바람 피우는 건 또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럼 대안은?
저는 남편과 오래 연애를 하고 16년간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20년 이상을 함께 보낸 거죠. 남녀가 이 정도 시간을 함께 하고 나면 둘 사이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에서 '의리'로 바뀝니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사이가 되죠. 다쓰베이더가 나 몰래 바람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 현장을 찾아 덮쳐 "누군 바람 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고 있는 줄 아냐?" 너죽고 나죽자 주먹을 날리겠지만, "품어보고 싶은 여자가 한 명 생겼는데 그 집 남편도 꽤 고져스 하다고 하오. 혹시 생각 있소?" 아, 이렇게 의리 있게 나오면 한번 고려를 해보겠다는 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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