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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싱가포르 + 마카오 2010 - 싱가포르의 일상 음식들 ③ 락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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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싱가포르 + 마카오 2010 - 싱가포르의 일상 음식들 ③ 락사

단 단 2014. 12. 1. 17:00

 

 

 

싱가포르-마카오 2008년 공동 발행 우표.

위쪽의 우표들은 마카오, 아래쪽은 싱가포르.

 

 

 

 

 

 

 

전체 80×60mm, 우표 한 장 40×30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싱가포르 음식 소개 계속 이어집니다. 우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로띠 쁘라따 Roti Prata [인도계]
하이나니즈 치킨 라이스 Hainanese Chicken Rice [중국계] (해남)
사테이 Satay [말레이계]
락사 Laksa [말레이+중국계]

 

 

 

 

 

 

 

 

중국과 말레이의 음식 문화가 결합돼 탄생한

싱가포르의 뇨냐Nyonya 락사.

 



오늘은 락사 우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락사는 지역, 국물 재료, 면, 꾸미 등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붙습니다. 락사 사진들을 주욱 보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페낭,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의 락사가 다릅니다. 락사 안 먹어 본 사람이 까막눈으로 그냥 봐도 차이가 느껴질 정도죠.

 

싱가포르 락사의 특징은 면발이 굵고, 국물에 코코넛 밀크나 분말이 들어가 뽀얀 기운이 나며, 꾸미로는 새우나 닭고기, 튀긴 두부, 어묵 저민 것, 삶은 달걀 등이 올라가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섭취가 가능한데다, 숙주가 아삭한 식감을 내주고, 락사잎Vietnamese coriander이 향을 돋웁니다. 우표에는 새우, 튀긴 두부, 락사잎이 보입니다. 하얀 건 삶은 달걀인지 하얀 어묵인지 잘 못 알아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락사의 한자 표기가 신기해 네이버 한자 사전을 펼쳐 마우스로 삐뚤빼뚤 그려 보았더니,

 

 

 

 

 

 

 

 


인식 성공!
첫 번째 한자네요.

 

 

 

 

 

 

 

 


엥?
'싱가포르 력'이라는 한자가 다 있었어요? (→ 한자 잘 모름.)
신기하지 않습니까? 싱가포르라는 뜻의 한자가 따로 있다는 게.

게다가 이게 '락사'의 표기에 쓰인다니 더 신기하지 않습니까?

락사, 이거 싱가포르 국민 음식 맞네요.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락사의 '사' 자가 '모래 사' 자라는 겁니다.
일부러 그렇게 붙인 건지는 몰라도, 하여간 락사 국물을 끝까지 들이켜다보면 왜 모래 사 자가 붙게 되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새우 페이스트인 '블라찬belacan' 입자가 지근지근 씹히거든요. 블라찬은 새우를 햇볕에 말린 뒤 껍질째 빻아 벽돌 모양으로 만든 단단한 페이스트입니다. 저는 이 블라찬의 맛과 향을 좋아해 이 지역 음식들을 잘 먹습니다만, 한국인들 중에는 입에 안 맞아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블라찬은 영국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살 수 있습니다. 동남아 재료 선반에서 'Shrimp Paste'를 찾으시면 됩니다.

 

 

 

 

 

 

 

 

 

이게 마치 우리 짜장면과 같아서,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기보다는 나가서 사 먹는 음식이라고 하죠. 집에서 해먹어 보려고 그간 이런저런 조리법을 찾아서 보았는데요, 어휴, 국물 내는 법이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들 시그너춰 디쉬보다도 복잡합니다.

 

싱가포르에 사시는 분들은 밖에 나가 언제든 손쉽게 락사를 사 드실 수가 있지만 해외에 나와 있는 동포들이나 저 같은 외국인들은 락사 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죠.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싱가포르의 식품 회사가 락사 라면을 다 냈네요. 인스탄트 라면치고는 값이 좀 나갔는데, 돈 값은 하고도 남습니다. 지금부터 싱가포르 <프리마 테이스트Prima Taste>의 락사 라면 끓여 먹은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포장 오른쪽 아래에 '정통의 맛authentic'이라 써 놓았으니 믿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아마도 싱가포르의 유명 락사 집이나 호커 센터들 락사 맛을 재현해 내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 면이 아주 잘생겼어요. 한국 라면 면발보다 굵고 딴딴한데다 윤기까지 잘잘 흐릅니다. 너구리 면보다도 굵어요. 면을 튀기지 않고 증기로 쪄서 말렸다고 합니다. 일단, 면에 기름이 없어서 좋고, 탄수화물을 고온에 굽거나 튀길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없어서 좋네요. 라면은 사실 짠 수프보다는 면에 든 팜유와 아크릴아마이드가 더 문제죠. (이 라면에는 대신 페이스트에 팜올레인유가 조금 들었습니다. 뭐 그 정도는.)

 

한국 라면보다 면 양이 많습니다. 면 크기도 큰 데다 면 자체도 가볍지가 않고 꽤 무거워요. 양이 많아 라면 하나를 부부가 둘이 나눠 먹을 정도입니다.

 

 

 

 

 

 

 

 


수프 두 가지.
수프 봉지도 얼마나 큰지, 그 큰 면을 덮을 정도입니다.

 

 

 

 

 

 

 

 


끓이는 법 동영상입니다.
국물을 먼저 낸 뒤 면을 넣고 7분간 삶습니다.
인스탄트 면치고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죠.


아, 끓고 있는 국물 향이 끝내줍니다.
새우 페이스트인 블라찬belacan 향이 제대로 나요.
이 회사가 원래 페이스트와 소스로 유명한 회사라는군요. 역시.
고운 코코넛 분말에서는 꿈같은 향이 납니다.

 

 

 

 

 

 

 

 


현지인들이 먹는 대로 한번 흉내내 봅니다.

 

새우, 튀긴 두부, 어묵, 삶은 달걀, 숙주를 올려 보았는데 꾸미가 하도 많아 면이 안 보입니다.

 

튀긴 두부를 반으로 갈라 넣으면 국물 흡수를 더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표에도 반이 갈라져 올라가 있네요. 라면 끓이기 전에 우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어야 했는데.

 

어묵도 납작하게 저며 넣으면 먹기가 더 좋겠고요.

 

영국 숙주는 한국 숙주보다 쌩쌩하고 빳빳해서 국물에 먼저 넣고 살짝 데쳐 줘야 합니다. 데쳐도 아삭아삭 참 맛있어요.

 

락사잎은 똑 떨어져서 못 사 왔는데, 고수와 민트를 섞어 채 썰어 넣으면 그럭저럭 흉내는 낼 수 있을 겁니다.

 

 

 

 

 

 

 

 

 이틀 뒤 다시 해먹음. 꾸미들을 썰어서 올리니 먹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좀 더 나음.

 

 


그래서,
라면 맛은?


아아...
감동해서 눈물 콧물 쏟고 있는 사람 사진이나 그림 어디 없나요? 제 인생 최고의 인스탄트 라면입니다. 다쓰베이더도 이게 그간 먹은 인스탄트 면 제품 중에 가장 맛있다고 했습니다. 싱가포르에 가서 락사를 직접 사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정통에 가까운 맛일 거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진하고 향기롭습니다. 인스탄트 제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제대로 된 국물 맛이 납니다.


현지인들처럼 꾸미를 다 올려 먹기가 번거로우면 숙주와 새우만 올려 드셔도 됩니다. 다른 건 다 생략해도 이 두 가지는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숙주는 아삭함이 살아 있도록 초 단위로 아주 잠깐만 데치시고요. 숙주나물 할 때처럼 숙주가 축 처질 정도로 익히시면 안 됩니다.

 

'이 맛있는 라면을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하도 맛있어서 먹고 나서 누리터를 돌며 리뷰들을 찾아 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평이 아주 좋은 라면이었더군요. 저희만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전세계 라면을 두루 맛보고 평가하는 ☞ 라면 리뷰 전문꾼도 극찬을 합니다. 그런데 이 맛있는 라면을 왜 우리 한국인들만 모르고 있을까요? (뿌까 님, 이거 한국에 공급해 떼돈 버세요!)

 

제가 영국 와서 이런저런 나라들 라면을 맛보니 국물이나 양념 맛은 한국 라면들보다 외국 라면들이 훨씬 좋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쪽 라면들이 맛과 향이 참 좋아요. (☞ 블로그 이웃께서 쓰신 베트남 라면 시식기) 서양인들도 이쪽 라면들을 좋아합니다. 한국 라면들은 국물 맛이 좀 단조롭고 일차원적이랄까요. 맵기만 하고 깊은 맛과 향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라면들은 대신 면 식감이 훌륭합니다.

 

이 락사 라면은 양이 많아 항상 둘이서 나눠 먹으니 따져 보면 값이 비싼 것도 아닙니다. 면이 우리 라면보다 밀도가 높아 한참 씹게 돼서 배가 금방 불러요. 둘이 나눠 먹고도 배가 불러 씩씩거렸어요. 먹고 난 뒤에도 배 부른 상태가 오래 갑니다. 다음 끼니 때까지 여섯 시간 동안 군것질 안 해도 됩니다. 이거 먹은 날은 티타임 생략합니다.


아래에 광고를 또 하나 걸어 봅니다. 외국 나와 살고 있는 싱가포르 아가씨가 고향의 호커 센터hawker centre에서 친구와 꺄르륵거리며 사 먹던 락사를 그리워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이 라면 끓여 먹고 대만족 하는 훈훈한 장면으로 마무리.

 

 

 

 

 

 

 

 



싱가포르는 미식국가입니다. 값싸고 맛있는 식당만 많은 게 아니라 국토 면적당 실력 있는 고급 식당이 가장 많은 국가라죠. 한국에서는 코빼기도 볼 수 없는 유럽의 생유raw milk 아티잔 치즈들도 거의 다 들어가 있어요. 인스탄트 라면도 이렇게 잘 만듭니다.

 

동남아 음식 잘 드시는 분들께 프리마 테이스트의 락사 라면 추천하겠습니다. 커리맛, 피쉬수프맛, 칠리크랩맛도 다 맛봤습니다. 칠리크랩맛 라면은 양념이 고급 중식당에서 먹는 깐쇼새우맛과 비슷합니다. 성분표를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 맛만 그럴듯하게 흉내 낸 합성 조제 분말 시즈닝이 아니라 정말로 풍미 짙은 새우 머리 부분이 포함된 껍질로 육수를 내어 소스를 만들었더군요. 그래서 중식당 깐쇼새우맛이 나는 모양입니다. 갑각류의 그 고소한 우마미가 잘 살아 있습니다. 매운 정도와 간도 딱 좋고요. 이 회사 제품들은 모두 맛있었어요. 그래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락사 라면!

 

 

 

 

 

 

 

 

 

조리법 영상을 걸어 드리긴 합니다만, 락사는 그냥, 사 드세요. 단 몇 그릇 만들자고 온갖 재료 사다가 부엌에서 하루종일 저 짓 하고 있는 건 별로 현명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재료 구하기도 힘들 거예요. 페이스트만 사다 쓰시던가, 저처럼 잘 만든 인스탄트 제품을 사다 끓여 드시는 것을 권합니다. 제가 락사에 관심이 많아서 그간 이런저런 시판 페이스트도 사서 써 보았는데, 이 프리마 테이스트 락사에 든 페이스트가 저는 가장 맛있었습니다. 인스탄트 제품도 꾸미 제대로 올려 먹으려면 달걀 삶고, 숙주 다듬고 씻고, 튀긴 두부와 어묵 데치고, 새우 익히고... 조리 시간이 꽤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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