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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야기

시리아 난민과 무슬림

단 단 2015. 9. 7. 00:00

 

 

 

☞ 작금의 시리아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 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내 전세계가 안도했다. 동시에 우려도 시작되었다. 동북아인들은 그래도 어느 사회든 비교적 얌전히 잘 동화돼 사는 편이지만 무슬림들은 가치관과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름'은 문제 되지 않으나, 배려만 바라고 스스로 잘 어울려 살 노력들을 안 하는 것 같으니 문제다.

 

<막스 앤 스펜서>에서였던가, 하여간, 영국에서는 몇 년 전에 수퍼마켓에서 장을 본 손님이 장본 것을 계산대에 올려 놓았다가 물건 중에 돼지고기가 포함된 식품과 술병이 있다는 이유로 무슬림 점원으로부터 물건 스캔을 거부 당한 일이 있었다. 비무슬림 동료가 옆 계산대에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손님은 적잖이 당황했으나 이 상황에서 점원에게 항의를 하거나 고용주가 점원에게 제재를 가하면 남의 종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교양 없는 자들로 낙인 찍히고 무슬림 사회가 종교 탄압이라며 들고 일어날 게 뻔하므로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수퍼마켓들 간에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직원의 종교를 존중해 이들이 계산대에 앉을 경우 돼지고기나 돼지고기가 든 식품, 술을 산 손님의 계산을 거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쪽과(손님은 무슨 죄냐), 모든 직원은 공평한 대우를 받는 만큼 공평하게 일을 해야 하므로 선반에 돼지고기 포장육과 술병 쌓는 일, 계산대에서 이것들을 계산해야 하는 일도 공평하게 분담시키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돼지고기를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맨 살코기를 손으로 만지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일을 키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수퍼마켓을 이용하려면 손님은 이제 무슬림 점원의 인권과 신앙을 존중해 자기가 장본 것 중에 돼지고기나 알콜이 든 것은 없는지 식품 성분표까지 꼼꼼히 살펴야 하게 생겼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기독교인 직원들은 일요일에, 유대교인 직원들은 토요일에 근무하는 걸 꺼리니 무슬림들도 이런 주장을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지사지.)

 

영국에서는 요즘 비무슬림 백인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 광고 사진을 찍든 TV 아마추어 요리 경연대회를 하든, 통합 차원에서 인구 대비 턱없이 높은 비율로 무슬림을 꼭 끼워 넣는다. 언론들도 무슬림 커뮤니티를 찾아가 그들의 음식과 문화를 지역 문화 중 하나인 것처럼 열심히 소개한다. 성공한 무슬림의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영국에서는 무슬림 여성들의 헤드스카프나 복장을 문제 삼지 않는다. (수백년간 인도와 접촉하면서 시크 교도들의 거대한 터번을 봐 왔던 사람들이라 누군가가 종교적 이유로 머리에 무언가를 쓰고있는 것을 별로 불편하게 생각지 않는다.) 기독교인 교사는 십자가 목걸이를 눈에 보이게 찰 수 없지만 무슬림 여학생들은 자기들 종교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히잡을 쓰고 수업을 받는다. 비무슬림 영국인들의 이런 노력들 덕에 그나마 영국의 무슬림들이 느끼는 국가에의 소속감은 프랑스나 독일보다 높은 편이다. 자신을 영국인으로 생각하는 영국 내 무슬림의 비율은 78%, 프랑스의 경우는 49%, 독일은 23%로 조사되었다. (2009년 조사이므로 지금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름. ☞ British Muslims most patriotic in Europe) 그런데도 영국의 비무슬림 백인들은 여전히 인종차별과 종교차별 논란에 휩쓸린다. 그러다 보니 무슬림 사회의 부조리를 보고도 입을 꼭 다무는 것이 어느덧 이 나라에서는 현명한 처신으로 여겨져 문제의 싹이 보여도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한 동네에서 무슬림 성인 남성 십수 명이 수년 간에 걸쳐 자기 동네의 결손 가정 백인 소녀들과 심신 미약 백인 소녀들을 조직적으로 윤간해온 일이 있었으나 곪아 터지기 전까지는 제보가 계속해서 무시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무슬림 커뮤니티를 자극할까 우려해 초기에 싹을 자르지 못한 것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이들 커뮤니티에는 심지어 사회에 잘 적응해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젊은이들을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젊은이들에게 세속적인 영국 사회를 증오하고 이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하나씩 파괴해 나가라고 부추기는 설교를 하는 어른들이 다 있다. ('Hate preacher'라고 부른다.) 비무슬림 영국인들은 여러모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텐데, 이들의 의견이 건전하게 표출될 통로가 막혀 있으니 참다참다 언젠가는 저 노르웨이 싸이코파스처럼 누군가 큰일 내지 않을까 싶다.

독일에서뿐 아니라 영국 뉴카슬에서도 올해 2월에 페기다(PEGIDA: Patriotische Europä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 서방세계의 이슬람화에 저항하는 애국적 유럽인들) 집회가 열렸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못 배우고 사회에서 낙오된 극우 인종주의자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독일의 한 분석을 보니 통념과 달리 특정 종파나 정당에 편향되어 있지 않은 평균 이상의 교육을 받은 중산층이며, "이주민과 이슬람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드는 언론과 여론에 대한 비판"이 주요한 시위 참여 동기가 되었다고 집계되었다. 사회가 계속해서 어느 한 쪽만 약자 취급하며 그들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다른 쪽에는 배려하기만을 강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 땅에 있는 흑인들과 달라서 영국의 무슬림들은 영국인들이 억지로 잡아다 데려다 놓은 사람들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사회 탓, 남 탓을 하고 미워하라고 가르치나. 영국인들의 언행은 현재 지나치게 'politically corrected' 돼 있다. 일견 관대하고 교양 있는 시민처럼 보일지 모르나 꾹꾹 참고 눌러둔 화가 뒤로는 극우 정당을 쑥쑥 자라게 할 자양분 역할을 할지 몰라 내 눈에는 위태로워 보인다. 저 시리아 난민들은 제발 받아준 나라에 고마워하고 이들 나라의 가치를 존중하며 잘 동화돼 살기를 바란다.


영국 신생아 최다 이름은 '무함마드'
☞ 영국 와 살면서도 이 짓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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