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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리스마스 식물 - 홀리, 아이비, 미쓸토, 스노우베리 Holly, Ivy, Mistletoe, Snowberry 본문

영국 이야기

영국의 크리스마스 식물 - 홀리, 아이비, 미쓸토, 스노우베리 Holly, Ivy, Mistletoe, Snowberry

단 단 2016. 12. 31. 00:00

 

저희 집에 있는 빈티지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홀리 가지를 꺾고 있는 여인의 표정이 참 사랑스럽죠.

빨간 열매 달린 반짝이는 홀리 잎 실물을 보면 아마 여러분도 저런 표정이 절로 나올 겁니다.

 

 

 

 

 

 

 


영국 전역이 그렇겠지만 저희 동네에도 홀리가 많이 심겨 있습니다. 가지치기 해서 네모 반듯한 울타리로 만든 집도 있고 이렇게 큰 나무로 키우는 집도 있죠. 어릴 때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보던 이국의 신비한 식물을 영국에 도착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고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너였구나!"

 

홀리는 왠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잎에 윤이 반짝반짝 더 나면서 열매도 더 빨개지는 것 같아요. 하도 예뻐서 길 가다 멈추고 넋을 놓고 봅니다. 다른 꽃들이 안 보이는 계절이라서 더 돋보이나 봅니다. 자기 집 정원에 심긴 것을 따다가 명절 장식을 하다니, 영국인들 소박하면서 낭만적이죠.   

 

 

 

 

 

 



잎 가장자리에 이렇게 화사한 크림색이 도는 녀석들도 있고요. 색도 곱고 윤기도 잘잘, 한겨울에 길거리에서 이런 '럭셔리'한 광경을 보다뇨. 아래에 마침 아이비도 같이 있네요.

 

 

 

 

 

 

 

유럽 홀리Ilex aquifolium 분포도.

 

 

한국에서도 정원에 유럽 홀리를 기를 수 있을까요? 아마 여름이 너무 뜨겁고 햇빛이 강한데다 겨울도 추워 안 되겠지요? (양평에 둥지 트신 '그린 핑거' 매니아 님, 저 대신 정원에 유럽 홀리 좀 심어 주세요!) 

호랑가시나무로 성탄 장식을

 

 

 

 

 

 

 


이건 아이비입니다. 한국에서는 화분에 심겨 돈 받고 팔리던 아이비가 영국에서는 숲과 공원 바닥, 나무와 벽을 덮고 있어 깜짝 놀랐죠. 아이비는 영국에서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다산과 행복한 결혼 생활의 상징.
그래서 결혼식 때 장식으로 많이 쓰이죠. 웨딩 케이크에도 올라가고요.
사진은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웨딩 케이크입니다.  

 

 

 

 

 



영국의 케이크 데코레이터들은 그래서 이 물건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비 잎 모양의 아이싱 커터입니다.

 

 

 

 

 

 

 

 

또 하나는, 홀리와 함께 장차 고난 받을 예수를 상징.
그래서 캐롤 가사에 아이비가 종종 등장하곤 하죠. 영상은 크리스마스 캐롤 서비스에 자주 오르는 곡인 <The Holly and The Ivy>로, 킹스 컬리지 합창단이 연주합니다. 워낙 유명한 캐롤이라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민요처럼 다 알고 있고, 유치원에서 동요nursery rhyme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영국인들은 <포트메리온>의 이 '홀리와 아이비' 그릇을 보면 즉각 위의 캐롤을 떠올리고 영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홀리와 아이비를 떠올립니다. 그릇 표면에 아예 캐롤의 가사 1절이 전사돼 있어요. 혹시 이 문양의 그릇 갖고 계신 분 계세요? 저랑 친구 합시다. 

 

 

 

 

 

 

 

 


이건 미쓸토입니다. 우리말로는 '겨우살이'라고 하죠. 영국에서 길을 걷다 보면 키 큰 나무 끝에 미쓸토가 자라고 있는 것을 종종 보는데, 기생식물 주제에 '로맨틱'한 상징을 부여 받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때 돈까지 다 주고 사서 집에 들이기도 합니다. 이 미쓸토 아래에서 뽀뽀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많이들 찾습니다. 공급이 달리면 이웃나라 프랑스에서 수입을 해서라도 공급을 한다는데, 미쓸토 녀석들이 사과나무를 특히 좋아해 때로는 사과 농장들이 부업을 삼기도 합니다. 꽃병에 꽂으면 안 되고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야 합니다. 

 

 

 

 

 

 

 

 


권여사님 댁 소파에 놓여 있던 미쓸토 쿠션. 
정작 쿠션 주인은 이 미쓸토의 의미에 대해 아시려나 모르겠어요. 

 

 

 

 

 

 

 


이건 어느 대학 교정에서 본 미쓸토. 

 

 

 

 

 

 

 


해질 무렵 찍은 미쓸토.

찾으셨습니까.

 

 

 

 

 

 

 

 


크리스마스 카드에도 자주 등장하죠.

 

 

 

 

 

 

 


이번에는 홀리와 미쓸토.

<로얄 우스터>의 '홀리 리본스'입니다.

이 문양 그릇 갖고 계신 분도 저랑 친구 합시다!

 

 

 

 

 

 

 


마지막으로, 스노우베리.
이것도 저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도대체 언제가 제철인지 모르겠어요. 여름에 달린 것도 본 적 있고, 초겨울에 달린 것도 본 적 있거든요. 하얘서 '스노우베리'라는 예쁜 이름이 붙었고, 또 이 하얀색과 이름 때문에 겨울철 장식에 많이 쓰입니다. 밤에는 하얀 열매만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처음 보는 사람들은 놀라곤 합니다. 우리 집 영감이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밤에 길 가다 이 스노우베리를 처음 보고는 흥분해서 마누라한테 전화를 다한 적이 있어요. 

 

"공중에 뻥튀기가 떠다녀!"

 

 

 

 

 

 

 



스노우베리를 활용한 12월의 테이블 센터 피스입니다. 
근사하죠? 아, 여기 있을 때 전공 학위와는 별도로 플로리스트 과정에 등록해 단 일년만이라도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요. 

 

 

 

 

 

 

 


홀리, 아이비, 미쓸토와 달리 스노우베리는 대개 잘 만든 인조를 사다가 장식을 합니다. 꽃꽂이 하는 분들은 아마 생물을 쓰시겠죠. 수퍼마켓에서 파는 꽃다발에서도 가끔 생스노우베리를 봅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요즘 영국 길거리의 꽃과 나무들을 눈과 마음에 열심히 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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