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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에 난 '흠'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영국인들 본문

영국 이야기

껍데기에 난 '흠'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영국인들

단 단 2016. 11. 8. 00:00

 

 

 

날씨가 쌀쌀해진 기념으로 (별걸 다 기념) 맨 밑에

깔린 스포드Spode 디너 플레이트 두 장 샀습니다.

 

 

어제 백화점 가서 그릇을 또 사 왔습니다. 나아 참. 한국에 어떻게 다 가져가려고 자꾸 그릇을 사아. 누가 나 좀 말려 줘요. 돈 없어 비싼 그릇은 못 사고 떨이 그릇, 저가 그릇을 딱 두 장씩만 삽니다. 수퍼마켓표 그릇도 잘 삽니다. (비싼 그릇이라고 사진발을 더 잘 받는 건 아니라는 거, 잘 아시죠?)

 

그런데 저는 영국에서 그릇 살 때마다 늘 '뻘쭘'해집니다. 왜냐? 그릇 가게에서 그릇에 흠 없나, 전사에 문제는 없나 살피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인들은 그릇 살 때 "이거 예쁘네, 하나 사야지." 하고는 흠이 있는지 살피지도 않고 그냥 하나 쑥 집어들고 바로 계산대로 갑니다. 집에서 미리 무얼 살지 계획하고 온 사람들도 "내가 찾는 거 저기 있네?" 하고는 성큼성큼 걸어와 그냥 쑥 하나 집어들고 계산대로 갑니다. 저 혼자만 오래 서서 그릇 여러 개 놓고 흠 없는 것, 가장 나아 보이는 걸 고르고 있죠.

 

그런데 이건 한국인의 거개가 가진 습성이기도 하죠. 우리는 물건의 표면 상태에 집착을 많이 합니다. 영국의 도자기 회사들 중에는 접시를 겹쳐 쌓았을 때 유약 처리되지 않은 굽이 밑에 있는 그릇을 긁는 일 없도록 아예 굽을 없애고 삼발이에 올려 굽는 시스템을 채택하는 곳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이 그릇 뒷면의 삼발이 자국 때문에 "그릇에 흠 있다"며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이 그렇게 많다면서요? 굽이 없어 밑에 깔린 그릇이나 식탁을 긁지 않는다는 큰 장점은 생각 못 하고 그저 뒷면에 생긴 그 작은 점 세 개가 그렇게 거슬리고 속상한 겁니다. 한국에서는 사소한 점 하나, 흠 하나 때문에 물건 교환해 주거나 환불해 주는 일이 얼마나 잦을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판매가도 오를 테고요. 그러면 또 한국에서만 특별히 비싸게 판다고 아우성치죠.


이게 물건에만 해당하면 그나마 다행이죠, 사람 외모에 대고도 같은 요구를 하니 우리 한국인의 삶이 그토록 피곤한 겁니다. 우리는 참 부지런히 얼굴에 돋아난 것들을 제거하고, 색 변한 곳들을 바로잡고, 나이 들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주름까지 펴고 살아야 하죠. 한국에서 직장 다니는 여성치고 월급의 상당 부분을 피부 관리에 들이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이것도 다 자기 관리로 생각들을 하고요. 전세계에서 '클로즈업'된 얼굴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인 케이트 왕세손비 사진 보신 적 있나요? 얼굴에 툭 튀어나온 사마귀 같은 점이 여러 개 있는데 제거도 안 하고 그냥 둡니다. 외모에 신경 많이 쓸 것 같은데도요. 피부 시술 받느라 국가 원수가 재난 발생 초기에 7시간이나 대처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면 우리 국민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요?


유튜브에 이제는 화장법 강좌도 많이 올라오죠. 그런데, 한국의 화장법 강좌와 영국 화장법 강좌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한국에서는 심지어 입술 모양에도 정답이 있어 그 정답 입술을 못 갖고 태어난 사람은, 넘치는 부분은 컨실러로 가리고 모자란 부분은 더 크게 그려줘 정답 모양에 가깝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겁니다. 영국인들은 화장을 '결점 감추기'가 아니라 분위기를 바꿔 주거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인식을 하죠. '윤곽 화장'이란 것도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건데, 한국인들은 '얼큰이'를 어떻게든 좀 작은 얼굴로 보이게 하는 걸 1차 목표로 삼고요. 결과는 같다 할지라도 목표와 접근하는 '마인드'가 다릅니다. 눈 작고 얼굴 좀 크면 어때요? 인종적 특성이 그런걸요.


문득, 이렇게 사지 멀쩡한 사람들한테도 흠과 티를 찾아내 지적하고 닦달해 대는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영국 와서 지금까지 거리에서, TV에서, 소매점에서, 장애인을 정말 많이 마주쳤습니다. 장애를 개의치 않고 밖에 나다니는 사람이 많고, 그 장애가 있는 부분을 애써 가리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쩔 거냐? 이렇게 태어났는데." 하죠. 주변 사람들이 개의치 않으니 가능한 것이겠지요. 장애아와 그 부모를 보며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태아일 때도 다 알 수 있다는데, 낳기 전에 좀 잘 알아보지.' 생각하는 한국인들 아직도 많죠. 한국에서는 그래서 굽는 도중 살짝 흠이 생긴 '세컨드' 그릇들이 시장에 풀리지 않고 파기가 되는 것이겠고요. 영국에서는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세컨드' 제품을 팝니다. 다들 저렴한 값에 사 가서 잘들 씁니다. 그릇 본연의 기능인 음식 담는 데는 아무 문제 없으니까요.

 

 

 

 

 

 

 

 

오늘 아침의 일기 예보 화면.

 

 

 

 

 

 

 

 

 

 

 

영국에서는 인기 작가가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다는상상도 할 수 없는 일.

- 조경규 <오무라이스 잼잼> 170화 중에서 -

 

 

 

 

 

 

 

 

아니나다를까, 어느 현자가 단 덧글.

 

 

 

☞ 껍데기가 그리도 중요한 사회

☞ 영국의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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