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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맥도날드 본문

투덜이 스머프

식중독, 맥도날드

단 단 2017. 7. 14. 00:00

 

 

 

 식중독균 중 하나인 포도알균(포도상구균) [확대]

 

 

영국 유학을 떠나기 전 한국에 있을 때 식중독으로 신장에 손상을 입었었다. 이후 관해remission 판정을 받았으나 관리 차원에서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다. 그런데 식중독이 일어난 당일과 전날, 전전날에 먹은 음식이 여러 가지라 어떤 음식이 원인이었는지 콕 집어낼 수가 없어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인을 놓고 궁금해하고 있다. 채식을 하던 때였다. 재수가 없으면 이렇게 과일이나 채소, 곡류, 견과류 등을 먹고도 식중독에 걸린다. (새싹 샐러드와 묵은 견과류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영국 여왕은 해외 순방 시 샐러드와 갑각류·패류를 먹지 않는다. 자기 몸을 생각해서라기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과 요리사가 민망해질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내 주변엔 특히 생굴이나 간장게장, 조개 먹고 탈난 사람이 많다.   


그런데 또, 영국 살면서 식중독 고위험 식품군 중 하나인 치즈를 그렇게 먹어 댔는데 탈 한 번 안 나고 멀쩡하다. 저온살균도 거치지 않은 생유raw milk 치즈들이었는데도. 


귀국 후 얼마 전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쌀 곰팡이 때문에 신성한 쌀밥을 지어 먹고 배탈이 났다. 바싹 말라 보이는 단단한 쌀에도 곰팡이가 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겉으로는 금방 회복된 듯했으나 간에 손상은 안 갔을지 걱정이다. 남은 쌀은 다 버렸다. 곰팡이 핀 쌀로 밥 지어 먹긴 곤란하니 잘 씻어 떡 만들어 먹는다는 사람 많은데, 큰일날 소리다. 곰팡이 핀 쌀은 무조건 버려야 한다. 동물 사료로도 쓰면 안 된다. 세균과 달라서 독은 씻거나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이 일 이후 나는 쌀떡볶이보다 밀떡볶이를 선호하게 되었다. 밥 짓기 전 쌀알들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도 생겼다. 인생에 딱 두 번 겪은 식중독이 모두 식물성 식품 탓이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나. 


투석까지 하게 된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그 부모의 심정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기사들을 찬찬히 읽어 보니 현 상황에서는 햄버거 패티가 문제였는지 알 수가 없다. 작년 9월에 발생한 일인데 올해 7월에 고소를 했으니 역학조사도 할 길이 없다. 햄버거를 먹고 나서 최소 잠복기인 48시간보다 훨씬 이른 불과 2~3시간 만에 설사와 복통이 일어났다고 하는데다, 햄버거를 먹기 전에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는 아이와 가족 외에 알 길이 없다. 초기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아이 부모의 신고를 받고 평택시가 해당 매장에 불시 위생 점검을 나갔으나 '문제 없음'으로 결과가 나왔다. 집단 발병이 그 특징이나 그날 같은 제품을 300여개 팔아 단 한 명만이 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햄버거병'이라는 부당한 용어를 줄기차게 사용해 맥도날드 햄버거가 문제였던 것처럼 기정 사실화해 보도를 하고, 사람들은 한국에서 영업을 철수하라며 분노에 찬 댓글을 달며 너도나도 몇 년 전 사진첩까지 뒤져 덜 익은 패티 사진을 올려 대고,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동지애를 발휘해 손팻말 들고 광화문에서 보상 촉구 시위를 한다. 검찰도 철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혹자는 경찰과 권력을 나눠 갖게 될 처지에 놓인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건으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이번 건으로 만회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보통은 마지막에 먹은 음식이 상했다고 추정하기 쉬운데, 식중독은 그 원인에 따라 잠복기가 다양하므로 꼭 마지막에 먹은 음식이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품 섭취를 통해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식중독의 분류, 원인 및 증상 

 장출혈성 대장균

 [낭만닥터] 햄버거는 무죄

 

판결이 나온 뒤 손가락질 해도 될 텐데 우리는 늘 미리 흥분해서 정력을 소모한다. 상주 사이다 농약 사건 때도 그랬다. 순박하고 정 많은 시골 사람이 그럴 리 없다, 연세 드신 연약한 할머니가 그럴 리 없다며 수사 초기에 얼마나 난리치며 경찰을 욕했나. 할머니가 범인일 수도 있으니 떼 쓰지 말고 조용히 수사를 지켜 보자던 내 댓글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네 엄마나 할머니가 경찰에 잡혀 가는데도 그렇게 말할 수 있냐"며 '악악' 대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을까. 맥도날드의 과실로 판명이 나면 아이와 가족들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겠지만, 만일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 영업 손실에 대해 역고소라도 당하게 되면 그 가족들, 언론들, '악플' 달던 사람들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가. 


우리나라는 언론이 너무 경박하다. 속단, 오보, 광고 대행, 실컷 욕해 보라며 판 깔기, 앵무새처럼 외신 받아 쓰기, SNS 글 그러모아 편하게 기사 쓰기, 소설 쓰기가 이들의 특기 아닐까 싶다. 이런 질 낮은 기사들을 접하고 사니 독자들 댓글도 날이 갈수록 험악해진다.  

 

 

 

 

 

 

 

 

곰팡이가 막 피기 시작한 쌀. (허허... 선물 받은 쌀인데 이를 어떻게 알려 드린담. 같은 쌀을 드시고 계실 텐데.) 알아보기가 쉽지 않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회색빛이 드문드문. 씻을 때도 회색 쌀뜨물이 나온다. 간암 유발 곰팡이 독인 아플라톡신은 쌀 외에 견과류에도 많이 발생하니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쌈채, 채소, 과일은 락스 희석한 물에 담갔다 잘 헹궈서 드셔야 한다고 했더니 권여사님이 나를 엄마를 처치하고 재산 차지하려는 악독 패륜 딸로 여기신다. 보세요, 식약처 권고 사항이라고요. 염소는 수돗물에도 들어 있다고요. 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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