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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Reverse Culture Shock

단 단 2017. 8. 20. 21:53

 

해외 생활 했던 사람이 본국에 귀국해서 겪는 문화 충격을 'reverse culture shock'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중 회사 매니저급 되는 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귀국한 일본인 매니저의 80%, 귀국한 핀란드인 매니저의 71%, 네덜란드 64%, 미국 60%가 이 'reverse culture shock'을 겪는다고 답했다[BBC]. 한국은 나와 있지 않았는데, 아마 일본 못지 않게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학생이나 교환학생도 흔히 겪는 현상이다. 

 

나도 물론 'reverse culture shock'을 겪고 있다. 시간이 지나 한국 사회에 동화되면 무뎌질 것 같으니 아직 감각이 생생할 때 귀국 후 내가 느꼈던 '낯선 점'들을 열거해 보기로 한다. 옛날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밖에 나갔다 와 보니 더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 것도 있고, 기술 발달로 새로 생긴 기현상도 있고 그렇다.

 

1. 간판 좀 제발. (휴... 입 아프다.)


2. 전깃줄이 거미줄. (한국은 지중화가 불가능한 모양. 강남인데도 하늘이 엉망.)

 

3. 아무데서나 몸 속 물질 배출하는 남자 수두룩. (전연령대에 걸쳐 발견.)


4. 오토바이 너무 많다.


5. 얼굴 고친 사람 진짜 많다.


6. 젊은 여인들이 죄 똑같은 화장을 하고 있다. 피부 톤에도 맞지 않고 갈색 염색한 머리 톤에도 맞지 않는 분홍기 도는 허연 페인트 칠에 새빨간 입술, <짱구는 못 말려>의 그 시커먼 짱구 눈썹. 가부키 배우들 같다.


7. 음식 파는 곳이 많아도 너무 많다. 식당뿐 아니라 편의점, 포장마차, 지하철 역사, 심지어 열차가 들어오는 지하철 승강장에까지. 


8. 돈 벌기 위해 남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 천지다. 주택가에서 확성기 크게 틀고 장사하는 트럭, 가뜩이나 좁고 붐비는 인도에 불법 입간판 내놓는 가게, 인도 막고 장사하는 불법 포장마차 등. 


9. 지하철에서 옆 사람 배려 않고 오랫동안 통화하는 사람아, 내가 왜 당신 일주일 스케쥴을 다 알아야 합니까. 


10. 손님이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 놔도 눈 마주치며 함께 인사할 생각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편의점 알바생들 자주 본다. "1,800원입니다." 고개도 안 들고 이 한마디만 뱉고는 돈 받아 출납기에 넣고 또 스마트폰. 


11.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사람 내리기도 전에 엘리베이터에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젊은이들 많다. 길에도 '스몸비(스마트폰 좀비)' 너무 많다.


12.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장애인이 왜 이렇게 안 보일까.


13. 한국인은 남녀불문 왜 이렇게 O다리가 많은가. 정말 신기하다. 나이 든 사람들이야 뭐 오랜 좌식 생활과 퇴행성 관절염 탓이라 하고, 젊은이들은 대체 왜? (O다리 아닌 사람이 더 적은 듯.)


14. 달걀 껍질이 얇다. 영국 달걀 생각하고 바닥에 무심코 내리쳤다가 껍질이 산산이 부서져 작업대가 달걀바다 된 적 두 번. 미국 대머리 독수리와 펠리컨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공해 때문에 알 껍질이 얇아진 탓이라는데, 한국 달걀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껍질이 얇은 것인가.

 

15. 양파가 굉장히 무르고 금방 상한다. 유럽 양파는 바닥에 떨어뜨리면 하도 단단해 "똑 똑 또그르르" 소리가 나고 칼도 잘 안 들어가는데 한국 양파는 "둑 두그르" 소리가 난다. 볶여서 숨 죽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유럽 양파의 십분의 일이 안 되는 것 같다. 품종 차이인가, 보관 문제인가. 

 

16. 한국인들이 하도 차진 식품을 좋아하니 제과점들도 떡 같은 빵을 팔고, 곡식도 과채도 너무 차지기만 하다. 달고 즙 많은 영국·미국 노오란 스위트콘 먹다 물기 없이 단단한 한국 찰옥수수 먹고 턱이 다 뻐근. 

 

17. 중국식 토마토 달걀 볶음을 해먹으려는데 토마토에 물이 하도 많아 토마토 달걀 수프가 돼 버린다. 한국 토마토는 왜 이렇게 물이 많은지 궁금하다. 채소가 아니라 과일로 생각해 맨입에 먹기 때문?

 

18. 영국 수돗물은 허연 석회가 문제, 한국 수돗물은 진한 염소 냄새와 분홍색 물때가 문제.

 

19. 바닥에 카펫 안 깔려 있어 살 것 같다. 영국 집들은 카펫이 기본, 심지어 화장실 바닥에도 깔려 있어 관리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냐. 

 

20. 주차 안내 요원이 하루종일 그 많은 차량에 대고 일일이 허리까지 굽혀 인사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저 안내봉으로 방향만 잘 가리켜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성공하신 친척 어르신 왈, "여긴 한국이야."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손님한테 허리 굽혀 인사하는 건 당연해. 에헴.) 


21. 한국 장년 노년 남자들, 아무데서나 정치 얘기 꺼내는 건 '종특'이자 고질병인 듯싶다. 십년 넘는 영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창밖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걸 느끼는 것도 잠시, 택시 기사가 정치 얘기를 꺼내며 쯧쯧거린다. 맙소사. 순간 머리 속에 'Welcome to Korea!' 현수막이 지나가는 듯. 교수·사장 같은 사회 리더, 부모·친척어른·노인·선배 같은 연장자라는 조건이 밑에 있는 사람, 어린 사람에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지 않는다.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된다. 


22. 면전에서 외모 품평하는 사람은 뭐 언급할 가치조차 없고. 서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양 없는 사람 중에서도 최밑바닥 취급을 받는다.


23. 택시 운전사들이 길을 너무 모른다.


24. 고속도로에 화물을 노출시킨 채로 달리는 트럭이나 화물차가 많다. (예를 들어, 배추 한 가득.) 볼 때마다 아찔한데 왜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고속도로 달리면서 자잘한 짐 흘리는 화물차를 자주 목격한다. 영국에서는 자동차 여러 대를 실어 나르거나 덩치 큰 중장비를 나르는 게 아닌 이상 짐은 거의 항상 안전하게 컨테이너처럼 생긴 짐칸 안에 넣고 달린다. 


25. 한국인들 고기 진짜 좋아한다. 실제로 먹는 양은 서양인들보다 적을지 몰라도 아직도 고기를 먹어야 잘 대접하고 잘 대접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이 증상이 심해, 귀국했다고 엄마 친구분들 손에 이끌려 속으로 울면서 고기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바로 앞에 앉으셔서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시니 맛있게 먹는 척 하느라 진땀까지 다 흘려;; 밥 사 주신다면서 뭐 좋아하냐고 묻지고 않고 무조건 고깃집. 작업실 근처에 먹자골목 있는데 죄 고깃집. 환기 하려고 창문 열면 고깃집들 고기 굽는 냄새가 들어와 환기도 못 해. 


26. 커피집, 편의점, 심각하게 많다. 심지어 같은 프랜차이즈 집들도 인근에 다닥다닥.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편의점 열두 개.


27. 대치동 학원가, 지날 때마다 참 놀랍다는 생각밖에는. (해외 토픽감. 별세계임.)


28. 점원들 일하다 말고 가게명 합창하는 거 안 해도 된다. 가게 이름 다 알고 들어왔다.


29. 마트와 백화점의 판매 도우미들, 오히려 물건 사는 데 방해된다. 성분표 좀 찬찬히 읽고 비교해 가며 고르고 싶은데 도우미들이 옆에서 하도 도움도 안 되는 광고 문구들을 읊조리며 쫓아다녀 차분히 물건을 고를 수가 없다. 


30. 다이소와 이마트, 그놈의 시끄러운 광고음악 좀 안 틀 수 없나. 혼이 다 빠질 지경이다. 특히 이마트, 애들 목소리로 광고를 해대니 장보는 내내 남의 집 아이 떼쓰는 소리를 듣는 듯해 피곤하다. 


31. TV 화면엔 왜 또 그렇게 총천연색 자막과 그림을 잔뜩 넣어. 하여간 여백이라곤 도통 없는 사회다.


32.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운전자 매너. 보행자를 너무 우습게 안다. 인도와 차도 구분 없는 곳도 많고. 가뜩이나 인구 밀도 높은 서울에서 이것 때문에 외출이 몇 배는 더 힘들다.

 

 


- 계속 -

 

 

 

 

 

단단한 영국 양파. 영국에서 많이 쓰이는 양파 4종

- Yellow, White, Sweet, Red. (인도 커리에는 Pink.)

뒤에 있는 길죽한 것은 샬롯.

 

 

 

 

 

 

 

한국인들 고기 진짜 좋아한다. 아직도 고기 먹어야

잘 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찍은 사진]

 

 

 

 

 

 

 

 

 

 

대치동 한 어학원 앞에서 (아마도 다음 학원을 데려다 주기 위해) 대기 중인 학부모들과[위]

도로에 줄 지어 서 있는 학원 버스들[아래].

어떤 땐 차선 두 개를 막고 이중으로 서 있기도 한다. 길 건너편도 마찬가지.

 

 

 

 

 

 

 

 

오오, 이건 매우 신기하다.

11년 만에 귀국했더니 구루마 끌고 걸어 다니셨던 야쿠르트 아주머니들이 제다이처럼 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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