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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의 유머 Director Ang Lee 본문
대만 출신인 이안Ang Lee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
<음식남녀>(1994)
<와호장룡>(2000)
<색, 계>(2007)
이렇게 세 편을 보았는데,
세 편 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아래 내용서부터는 <음식남녀>와 <와호장룡>의 스포일러를 잔뜩 포함하니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 음식남녀 -
▲ 영화 <음식남녀>의 한 장면.
이 사건 이후 샨샨은 반에서 일인자가 된다.
반전이 끝내주는 영화 <음식남녀>에는 귀여운 꼬마 샨샨이 친구들 앞에서 요리 고수인 이웃 할아버지가 싸 주신 호화로운 도시락을 놓고 우쭐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는 친구들한테 의기양양 도시락 주문도 다 받는다.
"우리 할아버진 쉬운 요리 못해!" (난이도 높은 요리를 주문하라는 뜻.)
나는 이 두 장면이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자려고 누워서도 이 도시락 장면들만 생각하면 키득키득.
- 와호장룡 -
▲ 남자 고수보다 여자 고수가 훨씬 많이 등장하는 특이한 무협 영화 <와호장룡>.
양자경-장쯔이 맨손 대결 장면.
▲ 이번에는 무기를 사용한 대결.
둘 다 왕년에 한발레 하던 자들이라 저런 몸놀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인들은 <와호장룡>을 특히 좋아해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도 가끔씩 상영을 하고, TV에서도 내보내곤 했다. 처음에는 무협 영화인 줄 알고 보는데, 어라? 중간으로 갈수록 페미니즘 영화, 끝으로 갈수록 멜로 영화다. 조신해 보이는 고관대작의 딸도 고수, 여자 상인도 고수, 잠복 경찰의 죽은 부인도 고수, 女자객 '제이드 폭스'도 고수. 이제 막 아빠가 된 남자의 소원은 "한 달 된 우리 딸, 커서 사저(양자경)의 반만큼이라도 강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속 남자 고수들은 죄 어둠의 자객 제이드 폭스 손에 죽는데 그녀의 변인즉슨, "사부는 나와 잠자리만 같이 할 뿐 여자라고 업신여겨 무술은 일절 가르쳐 주지 않았다." 고관대작인 부친의 뜻에 따라 원치 않는 정략결혼을 한 장쯔이는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나와 동경하던 자유로운 강호의 삶을 잠시나마 맛본다.
허나,
진지하고 슬픈 이 영화에도 이안 감독의 유머가 들어 있으니,
▲ 초반의 검은 부채 든 자를 주목하라.
▲ (장쯔이한테 영문도 모르고 얻어터진 사내, 징징대며)
"성姓이 같은 걸 보니 고우 준 페이의 형제임에 틀림없다며
저를 마구 때리고 냅다 찼어요."
▲ "고우 준 페이가 대체 누굽니까?"
▲ "그녀의 남편."
▲ "남편?" (웅성웅성)
▲ (거기 모인 사내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아암."
(남편 때문에 화난 여자가 그토록 포악해지는 건 당연지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안 감독한테 이런 유머 감각이.
▲ 주윤발과의 대나무숲 대결 장면도 압권이다.
아무튼.
<와호장룡>은 내가 본 무협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였다. 줄거리 까먹으신 분,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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