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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수화물식, 신기할 정도로 살이 잘 빠진다 Low-Carb Diet 본문

잡생각

저탄수화물식, 신기할 정도로 살이 잘 빠진다 Low-Carb Diet

단 단 2017. 9. 22. 00:00

 

 

우리 집은 할머니-아버지 2대에 걸쳐 당뇨 환자를 배출했던 가문이므로 오라버니들과 나도 조심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젊음이라는 막강한 무기로 그럭저럭 방어해 왔으나 이제 슬슬 나이가 들어가므로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영국 살 때는 늘 정상으로 나왔던 수치가 한국에 와서 오히려 높아졌다. 어라? 지방은 영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적게 먹고 있는데?

 

식생활의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자.
으음...


아무래도
탄수화물이 원흉인 듯.

 

짜장면, 냉면, 막국수, 잔치국수, 칼국수, 냉소바, 우동, 라멘...
영국 살 때 먹지 못 했던 면류와 떡볶이를 한국 와서 환장하며 먹어 댔으니.


의학 기사들을 뒤져 보니 의외로 저탄수물식이 저지방식보다 살이 더 잘 빠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혈압 강하에도 효과가 있다 하고, 또, 탄수화물이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고 지방간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는 연구들도 있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취합, 일반인들도 평소 당뇨식을 하면 몸에 좋다는 전직 영양사 클레어Claire 님의 덧글도 기억 나 이 참에 저탄수화물식을 해보기로 하고 며칠 실천해 봤더니


헉, 
살이 정말 쑥쑥 빠진다!
단 4일을 했는데 몸무게가 다음과 같이 빠졌다.


 1일차 -500g
2일차 -500g 
3일차 -500g
4일차 -300g (전날 도토리묵 무침을 좀 많이 먹었음)

 

어마어마한 감량 아닌가? 유태우 반식 다이어트 할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살이 빠진다. 강조컨대, 내가 한 건 무탄수화물식이 아니라 저탄수화물식이다. (과일과 채소를 먹는 한 무탄수화물식은 불가능.) 티타임에도 섭섭하니 버터 비스킷 한 조각 챙겨 먹었다. 그렇다고 식사량을 대폭 줄인 것도 아니다. 끼니 다 챙겨 먹고, 간식 두 번 먹고, 운동은 몸 빨리 닳아서 고장날까봐 원래 안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물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이 마셨으므로 일시적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생긴 현상도 아니다. 쌀밥은 원래 잘 먹지 않았지만 먹을 일이 있을 때는 반 공기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면, 떡볶이, 빵, 떡 같은 것으로 끼니 때우는 짓만 하지 않아도 살이 이렇게 쑥쑥 빠지는 것이다.
놀라워라.

 

그러다가
다쓰베이더 생일을 맞아 밖에 나가 이틀 동안 짜장면과 냉면을 사 먹었더니
하, 썩을,
이틀만에 600g이 도로 붙었다.
귀신 같이 예민허네.
탄수화물이 이렇게 몸무게를 좌지우지 한다니.

 

'저탄고지식'이 요즘 인기인데,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기는 해도 지방을 일부러 챙겨 먹는 '고지식'까지는 좀 힘들 것 같고, 탄수화물 섭취는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언론에서는 밤낮 "서구화된 식습관" 탓을 하지만 귀국해 몇 달 살아 보니 한국은 면요리 천국이라서 정신 놓고 먹다가는 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살 찌기 딱 좋은 나라다. 부침개는 또 얼마나 맛있고 떡볶이는 쫄깃쫄깃 얼마나 식감 좋나. 게다가, 영국 갔다 오니 이제는 우리 떡도 맛있게 잘 만든 것들이 많아져 떡 안 먹던 단단이 내 돈 주고 떡을 다 사 먹을 정도다. 식사빵, 단빵, 갸또, 케이크 등 서양식 제과제빵류는 아직 수준이 떨어지므로 그나마 다행. 한국의 빵, 과자, 갸또, 케이크는 앞으로도 계속 맛없었으면 좋겠다. (응?)


영국에서는 'meat and two veg' 형태의 저탄수화물식을 돈과 시간 많이 안 들이고도 쉽게 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매 끼 의식적으로 노력해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 고기와 날해산물을 잘 안 먹는데 탄수화물까지 제한하려니 사람들과 외식할 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역시 내 집에서 먹는 혼밥과 부부밥이 최고다. (다쓰베이더도 같이 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효과를 보고 있다.)

 

저탄수화물식은 하여간 몇 달 더 해보고 나서 다시 글을 쓰기로 하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 되기를,
덤으로 몸무게가 약간 줄기를,
당뇨도 예방되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 영국에서 즐겨 해먹던 저탄수화물식 몇 가지 -
(영국 의사가 쓴 요리책 사진으로 대신. 
사진 찾는 대로 추가 예정.)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에서

토스트와 달큼한 소스의 베이크트 빈을 빼면

저탄수화물식이 된다. [2인분]

 

 

 

 

 

 

 


 훈제 연어 산지 영국의 흔한 아침 식사.

밑에 깔린 것은 스크램블드 에그.
알싸하고 영양 많은 저 워터크레스가 사무치게 그리워.
☞ 영국 훈제 연어

☞ 워터크레스, 크레송, 물냉이

 

 

 

 

 

 

 


포장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훈제 고등어와 
채소를 넣은 달걀 부침frittata.
☞ 영국 훈제 고등어

 

 

 

 

 

 

 


깡통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토마토 소스 정어리sardine와 아보카도 매쉬.

3분도 안 걸려.

 

 

 

 

 

 

 


 영국 전통음식인 콜리플라워 치즈.

할라뻬뇨 피클로 짜릿함kick 부여.
그런데 한국에서는 콜리플라워가 너무 비싸 
자주 해먹기가 곤란하다.
영국에서는 한 덩이에 1파운드. 
영국인들 체감 물가로는 1천원 정도.

 

 

 

 

 

 

 

 오징어와 렌틸Puy lentil.

 

 

 

 

 

 

 

 양념 송어와 두 가지 채소.
☞ 아직도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마리 로즈 소스에 버무린 새우.
전식starter이지만 양을 많이 하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 프론 콕테일

 

 

 

 

 

 

 

 크림 커리 소스에 버무린 로스트 치킨.
☞ 코로네이션 치킨

 

 

 

 

 

 

 

 파슬리 소스에 익힌 대구.
☞ 코드 인 파슬리 소스

 

 

 

 

 

 

 

 체다 소스와 훈제 대구로 맛낸
☞ 오믈렛 아놀드 베넷

 

 

 

 

 

 

 

 훈제연어, 리크, 딜, 체다를 썼으니 이거 맛없을 수가 없지.
☞ 리크, 훈제연어, 체다 베이크

 

 

 

 

 

 

 

 제대로 잘 만든 페타feta는 자극적이지 않다.
☞ 그릭 샐러드

 

 

 

 

 

 

 

 중국식 스크램블드 에그.
☞ 토마토달걀볶음

 

 

 

 

 

 

 

 프랑스 니스풍 샐러드.
☞ 살라드 니스와즈

 

 

 

 

 

 

 

 훈향 씌운 고춧가루가 든 스페인 소세지 '초릿쏘'.
☞ 제이미 올리버의 초릿쏘 토마토 샐러드

 

 

 

 

 

 

 

 짜지 않아 밥 없이 서양 스튜처럼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
☞ 다쓰베이더의 덜 짜고 덜 기름진 김치찌개

 

 

 

 

 

 

 

 

 간식으로는 돼지 껍질 과자.
껍질 밑에 저렇게 지방층이 붙어 있는 것이

맛도 더 좋고 저탄고지식에도 더 잘 맞는다.
☞ 포크 스크래칭스

 

 

 

 

☞ 영국 영양학회가 정리한 유행 다이어트들의 효과와 부작용 [영문]
☞ 저탄수화물식은 이미 빅토리아 시대 때 영국에서 대유행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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