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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쉬는 시간에 웹툰 하나 보세요

단 단 2017. 7. 4. 00:00

 

윤태호 <인천상륙작전> 제43화 중에서 -

 

 

성질 괴팍한 우리 미식가 독재자 영감님은 1945년 2월, 즉, 해방 직전에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셨다. 모친 권여사님은 이듬해인 1946년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태어나셨다. 권여사님은 종종 6·25 전쟁 당시 꼬마의 눈으로 목격한 피란길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시곤 했는데, 강에 퉁퉁 분 시체들이 수습도 못 된 채 그냥 널브러져 있었다고 했다. 발이 부르터 걷다가 자꾸 넘어지는 바람에 남의 지게 신세를 지기도 했다. 폭격이 일면 모두 가까운 방공호에 들어가 숨을 죽였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인텔리' 큰오라버니(단단의 큰외삼촌)는 납북인지 월북인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지금까지도 소식을 모른다. 큰아들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외할아버지의 애끓는 마음을 이용해 사기를 친 사람도 있었다. 온 국민이 국가 주도로 다이어트를 해야 할 판인 작금의 영양 과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땅에서, 그것도 불과 60여년 전에, 사람들이 그토록 끔찍한 환경에 굶주렸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지금 당장 맞붙어도 너끈히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치며 시도 때도 없이 북으로 쳐들어 가자던 우리의 국부께서는 남침이 일자 서울을 버리고 누구보다도 먼저 도망, 너무 멀리 도망가는 바람에 참모들이 "가,각하, 그래도 민심을 생각해 대전까지는 도로 올라가심이..." 해서 대전으로 올라와서는 서울 사람 죽든 말든 대책도 예고도 없이 한강 다리를 폭파하셨고, 그 탓에 우리 외가는 멀리 돌아서 가까스로 배 타고 한강을 건너 경상도로 내려왔다. 서울에 머물면서 각자 할 일 하고 있어도 된다는(Keep calm and carry on) 국부 말씀 안 듣고 피란을 택해 천만다행히 '잔류파'가 아닌 '도강파'가 된 것이다. 백오십만 서울 인구 중 3분의 2인 백만 명의 발이 묶였다. 한강을 건너던 그때 둥둥 떠다니는 시체들을 권여사님이 보았다. 시체들을 피해 고사리 손으로 한강물을 살며시 갈라 보기도 했다. 또, 철구처럼 "김미 쪼꼬렛!" 외쳐서 미군들한테 쵸콜렛을 얻어먹는 친구들을 보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 권여사님한테는 그 모래알처럼 씹히는 허쉬 쵸콜렛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쵸콜렛이다.  

웹툰 - 윤태호 <인천상륙작전>
☞ 박도 기자의 '사진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이 웹툰을 보고 나면 무시무시한 시절을 견디고 살아남은 우리 할아버지·할머니, 부모님, 친척 어른들이 새삼 큰바위 같고 고목 같아 보인다. 이들은 오늘의 첨단 서울을 거닐면서 격세감을 느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지옥을 이렇게 살 만한 곳으로 바꾼) 우리 대한 국민 만세"라는 노인들의 '국뽕'에 그래서 나는 너무 토 달지 않기로 했다.

 

 

 

 

 

 

 

그 와중에 영국 물건 보고 눈이 번쩍한 다쓰 부처.

가만, 인민군에 웬 영국 크롬웰 탱크냐, 고증 오류 아니냐,

싶어 찾아 보니 노획한 영국 탱크를 썼던 적 있는 건 맞는데

좀 더 뒷일이라고. 어쨌든 고증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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