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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스타워즈 격세지감 (줄거리 누설)

단 단 2017. 12. 22. 14:44

 

 

 

어따, 뉘집 딸인지 팔딱팔딱 잘도 싸운다.

 



<코엑스 메가 박스> 근처에 삽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스타 워즈> 7편을 집에서 감상한 뒤 슬슬 걸어가 개봉한 <스타 워즈> 8편을 조조로 보았습니다. 걸어서 극장을 가다니, 복 받았어요.

제 어린 시절 추억의 방을 도배질한 영화 두 편을 대 보라면요,

<사운드 오브 뮤직>과 <스타 워즈 4편>을 꼽겠습니다.

명절마다 TV에서 틀어 줘 뇌에 아주 떡 박혔어요.

우리 집 영감 필명이 '다쓰베이더'잖아요?
자기는 원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로 불렸으면 했는데 제가 웃기지 말라며 다쓰베이더로 붙여 줬어요.  


이 양반이 과학영화sci-fi film 애호가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스타 워즈> 연속물을 특히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하고요. 7편도 좋았는데 오늘 본 8편은 더 재미있었습니다. 기술이 많이 발전했음을 느꼈죠. 옛 주인공들 얼굴에 세월이 내려앉은 모습도 보고요. 반가운 얼굴들.

<스타 워즈> 연속물을 주욱 보면서 여자인 저는 특히 더 격세감을 느낍니다. 첫 편의 레이아 공주도 당시로서는 꽤 당차게 그려졌는데 이제는 여자가 전투의 총 지휘자로 등장하는 데다, 제가 좋아하는 'X-wing' 조종사도 남녀가 거의 동률에, 심지어 우주의 평화를 지킬 제다이도 여자로 바뀌었습니다. 여자들이 하나같이 책임감도 강하고 겁도 없습니다.

 

아아, 이거 뭔가 엄청 신나잖나.

우리 여성 동지들 잘헌다!

 

딸 있는 분들은 이 영화 꼭 보여 주셔야 합니다. 엊그제 뉴스 보니 이제 여자들이 수학도 더 잘한다는데요. (우리 집안에서도 제가 오라버니들보다 학벌·학력이 높아요. 머리는 사실 비슷한데 오라버니들보다 배짱과 무모함이 좀 더 있어요.)

 

 

 

 

 

 

 

중세 유럽의 문물은 현대의 창작물에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었는가.

 



영화 보신 분들, 영화의 멋진 장면들을 한번 꼽아 봅시다.

저한테 제일 멋있었던 장면은, 
우리의 두 'force user' 남녀가 서로 등 맞대고 
광선검light saber 빼들어 일심단결 저 빨간 갑옷 놈들과 싸우려는 장면.

어우, 그 장면 너무 멋있어서 눈물이 다 날 뻔.

(얘들아, 둘이 '꽁냥꽁냥' 잘 될 것 같더니만 왜.)

 

빨간 광선검의 청년은 힘이 조절 안 돼 검에서 불꽃이 이글이글, 단단이 이젠 늙어서 그런지 힘 넘치는 질풍노도의 어설픈 젊은이도 그냥 다 좋아 보여요. 젊음이란.

두 남녀의 공간을 초월한 교감, 아들과 어머니의 교감.

이 장치들도 마음을 울리는 짠한 구석이 있었고요.

이번 화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많아 특히 좋았습니다.

그 다음은, 
공간 도약하던 삼각형의 스타 디스트로이어star destroyer들이 정상 비행 모드로 전환될 때 하나 둘씩 공간에 꽂히는 장면. 전편인 <로그 원Rogue one>에서도 나오죠. 시각적으로 정말 '써리얼'하고 멋지더라고요. 저한테는 참 신선하면서 신기한 이미지였습니다. 반대 이미지는 그간 많이 봤잖아요. 광속 비행 단추 누르면 총총 떠 있던 별 하나하나가 꼬리를 길게 뺀 선이 되는 모습. 그것도 <스타 워즈>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참 신기한 이미지였는데요. 

그리고, 
텅 빈 함선을 홀로 지키던 부제독vice-admiral이 탈출한 아군들을 살리기 위해 적군의 함선Supremacy에 돌진해 산화하는 숭고한 장면. <인터스텔라>에서 봤던 폭발 장면의 '소리 없음'이 떠올랐죠. 음악과 음향 과다인 과학영화에서 가장 큰 소리가 들려야만 할 것 같은 폭발 순간에 오히려 무음 상태가 됩니다. 아주 멋진 효과죠.  

하얀 소금으로 덮인 광산 지표 위의 빨간 궤적들,

이것도 장관이었습니다. 

과학영화를 왜 좋아하냐면요,
여러 종류의 미쟝센을 볼 수 있거든요. 사막도 나왔다가, 초목 덮인 녹색 별도 나왔다가, 험한 바위투성이 별도 나왔다가, 설원도 나왔다가, 물바다도 나왔다가, 별 총총한 은하계도 나왔다가, 사방이 계기판으로 둘러진 차가운 우주선 안도 나왔다가.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첨단 이미지에 중세 기사들 이미지까지 겹치죠. 이런 '복합양식'을 좋아합니다. (사이버 펑크도 좋아합니다.) 영화 끝나고 엔드 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 촬영 장소 물색하느라 담당 부서가 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촬영 장소가 변화무쌍.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장비 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리고 부유floating, 빛, 지상에서는 이룰 수 없는 속도감 등이 좋아요.

 

그러니까, 저는 과학영화의 미적인 면을 좋아하는 거죠.

다쓰베이더는 과학영화의 무한한 상상력을 좋아하고요.

아무튼 다쓰 부처는 둘 다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우리의 루크 스카이워커가 양측 진영 사이에 서서 큰일을 한 뒤 그의 멘토 오비완처럼 장엄하게 포스의 영이 됩니다. 그렇게 한 세대가 또 가고 새 세대가 옵니다. 선과 악은 이전만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세대 교체, 모호성, 그리고 인물간의 갈등과 심리 묘사. 저는 그래서 이번 화가 좋았습니다. 미디어 평 중에서는 이 글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 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 새로운 창조를 위한 과거의 파괴

자녀들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스타 워즈를 소개하고픈 부모님들은, 제 생각엔... 으음... 

4편과 7편만 보고 가도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제 옆에 초등생 형제가 앉았었는데 귀여운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 꺄르륵 즐거워하면서 보더군요.) 

올해 극장 가서 본 영화가 딱 세 편이었는데 세 편 다 성공!
[덩케르크, 블레이드 러너 2, 스타 워즈 8]
보람찬 한해였네.

 

 

 

 

 

 

 

책임감 강한 부제독vice-admiral.

보라색 머리와 드레스의 우아한 중년 여인.
<덩케르크>의 그 "For the French" 하며 전장에 남던
영국 장교가 생각 나.

 

 

 

 

 

 

 

 오랜만에 홀스트Gustav Holst의 <행성The Planets>(1914-16)이나 들어야겠다.

시대를 앞서간 과학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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