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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텐동 먹을 때 드는 의문 몇 가지

단 단 2019. 4. 22. 23:39

 

 

 

어맛, 담음새 좀 보소. 짓궂어라. ///>_<///

 


말 나온 김에, 
텐동 말입니다,

저는 남들 다 아는 이 유명한 음식을 알게 된 지가 고작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 밤낮 음식 가지고 끄적끄적 잘난 척 해 대지만 안 먹어 본 음식이 의외로 많은 음식무식자 단단.)

그런데, 처음 맛보았을 때는 낯설고 신기해서 미처 생각을 하지 못 했으나 두 번째 먹을 때부터는 이 음식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보이더란 말이죠. 대략 네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1. 기껏 공들여 바삭하게 튀겨 놓고는 왜 김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얹어 내는가.

 

2. 덜어 먹을 앞접시를 음식에 박아서 내다니, 이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

 

3. 그래 놓고는 받자마자 튀김을 앞접시에 빨리 옮겨 따로따로 먹으라니, 그러려면 왜 처음부터 튀김을 따로 서빙하지 않는가.

 

4. 그 자체로 완결된 음식인 튀김이 과연 밥 반찬이 될 수 있는가. 

1번을 부연하자면,

바삭한 김구이를 김 올라오는 밥 위에 얹어 내는 짓은 아무도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튀김을 밥 위에 올리다니요. 더 놀라운 것은, 최신 유행인지 요즘 돈카츠를 물냉면 위에 얹어 내는 집들이 다 있더군요. 사진 보자마자 "으아아, 저거저거, 빨리 건져 내야 할 텐데!" 마치 물에 빠진 개나 사람을 본 듯 마음이 다급해졌더랬습니다. 

2번과 3번. 
튀김을 빨리 김steam으로부터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황급히 사진 한 장 찍고 밥에 박힌 앞접시를 빼 내는데, 접시 가장자리에 밥풀이 덕지덕지 붙어 따라옵니다. 튀김을 건졌더니 튀김 끝에도 밥풀이 더덕더덕 붙어 딸려옵니다. 
뭡니까, 이거? 
깔끔 떨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웬일로 이런 짓을? 
접시에 기대어 내면 정성껏 손질해 튀긴 새우가 더욱 꼿꼿하고 늠름해 보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밥풀 붙은 튀김을 먹으니 따로 내는 템푸라에 비해 튀김옷이 둔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요.

마지막으로, 
튀김이 과연 밥 반찬이 될 수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문제 없이 잘 드시는 것 같던데, 저는 이상하게 돈부리 중 텐동 먹을 때만 꼭 밥을 남기게 됩니다. 튀김이 밥을 부르지 않아요. 그 자체로 완결성 있고 맛있으니 그냥 튀김이 떨어질 때까지 튀김만 연달아 먹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밥이 많이 남게 되죠. (돈카츠 먹을 때도 마찬가지.) 규동이나 오야코동, 가라아게동 같은 촉촉한 '완전 덮밥형' 돈부리를 먹을 때는 밥과 위에 얹은 반찬 모두 술술 잘 넘어갑니다.

결론.
그리하여 다쓰 부처는

앞으로 돈부리 집에 가면 양파와 달걀이 든 수분 있는 돈부리를 시킨 뒤 덴푸라 한 접시를 따로 주문해 가운데 놓고 먹기로 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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