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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본문
(반말 주의)
(약스포)
성적 판타지 충만한 우리 여성 동지들아,
이거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얼른 가서 봐라.
야동 100편 보는 것보다 이거 보는 게 더 짜릿하다.
나는 <스타 워즈> 시리즈 중에서는 4편과 5편, 외전인 '로그 원'[Rogue One], 그리고 얘네 둘 나오는 7, 8, 9편이 특히 재밌었는데, 얘들 둘이 같이 나오고부터는 적과도 싸우고, 각자 자기 내면의 모순과도 싸우고, 서로를 설득하기도 해야 해서 영화가 복잡해지고 엄청 야해졌다. 힘이 비등한 남녀가 엎치락뒤치락 옥신각신 티격태격 하는 거, 격렬한 베드 씬 보는 것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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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들은 눈치 챘으리라. 둘이 겨루는 장면에서는 감독이 항상 둘만 오붓하게 시간 보낼 수 있도록 외부 요소들을 차단시킨다는 것을. 저 봐라, 6편에서 팔퍼틴 골로 보내던 장소throne room 갖다 활용한 거. 저 성적 긴장감. 미쟝센이 하도 근사해 이 화면은 크게 출력해서 벽에 걸고 싶을 정도다. (레이가 팔퍼틴 옥좌 옆에 서 있는 거, 의미심장하다.)
7편 눈 내리는 저녁 숲에서의 베드 씬 끝내줬지. 8편에 수두룩 나오는 원거리 교감과 심리 묘사도 세련되고. 이번 편에서는 심지어 바다 위 베드 씬에서 남녀 모두 흠뻑 젖기까지.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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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created by pandacapuccino
둘이 함께 나올 때마다 마음 속으로 '잘 돼라, 잘 돼라' 주문을 외게 되는데, 내 이것만 스포할게. 이번 편에서는 둘이 잘 돼, 흑흑. 안 본 여성 동지들 있음 꼭 가서 바바. 둘이 어찌나 애틋하던지. 둘 다 포스가 있으니 원격 연애도 가능하고, 부러운 능력 아니니. 보고 와서 이 언니는 몸과 마음이 싱숭생숭, 오늘 밤 영감 좀 잡아야겠다.
이 영화를 에로물로 인식하는 마눌님의 뇌 구조가 놀랍다며 "일상생활 가능하십니까?" 눈 똥그랗게 뜨고 묻던데, 남자들은 꽉 끼는 옷을 입었거나 헐벗었거나 전라인 여자 몸을 봐야만 흥분하는 둔한 부류들이니 영화에 담긴 섬세한 성적 코드를 읽어 낼 턱이 없지. 아래는 여초 커뮤니티의 어느 현자가 리얼돌 기사에 남긴 금언. 여자들은 다들 공감할 거야. 나는 밤하늘에 뜬 가느다란 초승달 보고도 흥분해. 보름달이 아니라 초승달. 이게 'missionary position'으로 운우지정 나누고 있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남성 몸 밑으로 살짝 드러난 여성 몸 같거든.
'아직 한 줄기 빛이 남아 있다'는 믿음·소망에 발 디딘 고차원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말고도 이 영화를 권할 이유가 또 있는데 뭐냐면, 음악회장을 가지 않고도 두 시간 넘게 고퀄의 실물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거다. 날라리 한스 짐머와 달리 존 윌리엄스는 꼬장꼬장하고 정직한 수공예적 음악을 선보인다. 영화관 가느라 현대인들이 더이상 클래식 음악회장을 찾지 않는다며 클래식 음악 시장 다 죽었다고 한탄들 하는데, 사실 현대인은 영화를 통해 옛 사람들보다 관현악곡을 더 자주 듣고 있다. 그러니 영화 끝났다고 바로 자리 뜨지 말고 음악 끝까지 다 듣고 나와라.
주요 캐릭터마다 고유의 선율을 배경에 깔고 등장하는 거, 귀썰미 있는 이라면 감지했으렷다. 전문용어로는 '라이트모티프(독)leitmotiv, (영)leitmotif'라고 부른다. 클래식 음악에서 차용한 기법이다. 루크, 레이아, 다쓰 베이더 같은 옛 주인공들의 라이트모티프는 많이 들어 봐서 다들 잘 알 테고, 7, 8, 9편에서는 새 주연인 카일로 렌과 레이의 라이트모티프가 뭔지 귀 쫑긋하고 들어 보도록. 참, 영화 중간에 바bar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거기 작곡가인 존 윌리엄스가 바텐더로 카메오 출연한다. ㅋ
▲ 두 남녀는 자신들의 운명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나.
여주인공이 우주를 구하는 영화 보니 나도 좀 더 용감해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더라. "빅 씨크릿"이었던 레이의 출생 비화는 이번 편에서 급반전을 보이는데, "노바디"의 딸이든, 빛의 자손이든, 어둠의 후예든, 그 자신이 이에 개의치 않고 옳다고 믿는 일을 꿋꿋이 해낸다는 게 대견하기만 하다. 벤도 마찬가지. 그래서 두 주인공이 내 눈에는 멋져 보이는 거겠지. 시퀄의 마무리인 동시에 대서사의 마무리이기도 하니 좀 더 드라마틱한 설정이 필요했으리라. (단단과 다쓰베이더는 관대한 팬이다.)
이번 편에도 근사한 장면이 참 많았는데, 레이가 뒤로 공중제비 돌면서 렌의 요격기TIE whisper 아작 내는 대목이 그중 하나다. 라이트세이버 다루는 솜씨는 역대 캐릭터 중 이 둘의 것이 가장 실감 나면서 카리스마 넘치고. '다크 사이드'를 그리느라 화면은 이전 편들에 비해 많이 어두워졌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결말을 이렇게 낸 것도 마음에 든다. 내가 셰익스피어 희곡 중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게 그 삘이 좀 난다. 아아, 이토록 열렬한 구애와 숭고한 희생이라니. 한 번 더 가서 보련다. 영감도 벌써 두 번 봤다. ■
▲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The Force Awakens> 한 장면.
카메라 앵글 좀 봐. 미쳤어.
손발 묶어 놓고 서로의 몸으로 침투.
이거 보고 밤에 잠 못 이룸.
▲ 봐. 평소 같으면 스톰트루퍼들한테 "끌고 가" 했을 텐데
기절시켜 직접 품에 안고 가는 거. [7편]
셀에 데려다 놓고 결박하는 수고도 아마 직접 했을 터.
말하자면, 내 여자니 아랫것들 손때는 묻히지 않겠다? ♥
▲ '한 솔로나 루크 스카이워커 같은 늙은 남자들에 의지 말고
내게로 와. 제발. 나와 함께 새 세상을 만들자.'
질투하는 남자, 섹시하다. [7편, 8편]
▲ 둘의 포스는 이제 본디 일체였다는 듯 강하게 유착돼
스노크와 팔퍼틴 몰래 내통하는 경지에 이르는데.
나는 영화에서 이 장치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로 인해 불후의 명장면들이 탄생한다. [8편, 9편]
▲ 7편과 8편에서 발췌한 두 남녀의 장면들을
<제드Zedd>의 히트곡 '클래리티Clarity'에 나란히 담았다.
가사와 영상이 잘 어울린다.
단단은 양조위, 라이언 고슬링에 이어
아담 드라이버의 눈빛도 사랑하기로 했다.
이 배우는 눈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다.
카일로 렌은 레이 앞에서 마스크와 장갑을 벗고
마지막엔 붉은 라이트세이버를 내려놓음으로써
레이가 염원하던 벤으로 돌아온다.
Clarity
Zedd
High dive into frozen waves where the past comes back to life
Fight fear for the selfish pain, it was worth it every time
Hold still right before we crash 'cause we both know how this ends
A clock ticks 'til it breaks your glass and I drown in you again
'Cause you are the piece of me I wish I didn't need
Chasing relentlessly, still fight and I don't know why
If our love is tragedy, why are you my remedy?
If our love's insanity, why are you my clarity?
Walk on through a red parade and refuse to make amends
It cuts deep through our ground and makes us forget all common sense
Don't speak as I try to leave 'cause we both know what we'll choose
If you pull, then I'll push too deep and I'll fall right back to you
'Cause you are the piece of me I wish I didn't need
Chasing relentlessly, still fight and I don't know why
If our love is tragedy, why are you my remedy?
If our love's insanity, why are you my cl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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