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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계셔서 좀 쑤신 분들, 저와 함께 스윙 한 곡 들어 봅시다 본문

음악

집에만 계셔서 좀 쑤신 분들, 저와 함께 스윙 한 곡 들어 봅시다

단 단 2020. 2. 28. 02:07

 

 

어우, 
외출을 일절 금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죽것어요. 
<1917>이나 <작은 아씨들> 같은 개봉작들도 궁금한데. 
설상가상 운동도 못 하고.


대리만족이나 할 겸 오늘은 스윙 단스(→ 영국 발음) 영상을 걸어 봅니다. 


단단은 춤추는 닝겐 모습 보는 걸 즐기는데 (☞ 인류와 춤) 유행했던 역대 양춤 중에서는 스윙을 특히 좋아합니다. 춤사위가 과격하기 짝이 없죠. 음악도 좋고요. 제가 빅 밴드 사운드를 무지 좋아합니다. 여러분, 가수가 빅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하거나 춤꾼들이 빅 밴드를 대동해 춤추는 건 요즘 시대에는 (보기도 힘들거니와) 엄청난 럭셔리인 겁니다.


단단의 모친과 부친이 노는 데 있어서는 젊어서부터 한가락하셨던 분들인데요, 심지어 저희 어렸을 때는 이른 밤에 억지로 애들 재우고 두 분이 클럽 가서 춤추다 자정 한참 넘어 들어오시기도 했습니다. (→ 요즘 기준으로는 친권 박탈)

 

모친 권여사님이 트위스트를 특히 잘 추셨습니다. 탱고, 왈츠, '지르박jitterbug'도 출 줄 아시고요. 제 외가가 학자 집안인데도 집안 어른들이 사교춤을 다들 잘 알고 계셨다고 합니다. 권여사님은 비틀즈 노래도 다 따라 하십니다.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은 춤도 잘 추셨지만 노래를 아주 잘하셔서 엘비스 프레슬리 곡들을 멋지게 뽑곤 하셨습니다.

 

두 분 다 1940년대생이신데, 부모님이 20대일 때는 스윙은 이미 유행이 지나고 트위스트가 대세였답니다. 그 다음엔 디스코 시대가 왔죠. 제가 20대일 때는 비보이, 비걸들이 나와 범인은 감히 따라할 엄두도 못 낼 고난도의 브레이크단스를 선보였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춤을 좋아하십니까? 


스윙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루이스 프리마Louis Prima의 <Sing, Sing, Sing> (1936). 


당대 최고의 인기곡이었죠. 여러 편곡 중 베니 굿맨
Benny Goodman 악단의 것을 으뜸으로 치고요. 들어 보니 오케스트레이션, 짜임새, 반복 횟수와 길이 조절, 치고 빠지는 이벤트 타이밍, 긴장감 조절, 국면 전환, 리듬감, 선율 작법과 중첩 등에서 발군의 솜씨를 보입니다. 춤 반주라는 기능에도 충실하고요. 1935년부터 1946년까지를 음악사가들은 'swing era'로 보는데, 이 신나는 음악들과 춤의 전성기가 대공황과 맞물려 있고 2차 대전 기간과 겹친다는 것은 강력한 진통제가 필요했었다는 뜻이지요.

 

 

 

 

 

 

 

 

음악을 들어 볼까요?


 

 

 

 

 

 

 

 

이번에는 스윙 반주에 맞춰 춤추고 노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걸어 봅니다. 영국 유학 중일 때 단단은 학생회관 건물에 학식 먹으러 들어갔다가 학생들이 모여 이런 식으로 노는 것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오오, 아직도 옛날 춤들을 추면서 노는구나. 몹시 부러웠죠.

 

앗, 그러고 보니, 

90년대에 대학 다닐 때 교양 강좌에 '볼룸댄스' 있었는데?!

그거 안 듣고 난 대체 뭐 했나. 

땅을 치며 후회합니다.

 

 

 

 

 

 

 

 

 

 

 

 

 

 


'히틀러유겐트'와 '스윙유겐트Swingjugend'를 그린 영화 속 스윙 단스 장면도 올려 봅니다. 미국과 영국의 젊은이들이 여흥으로 즐기던 스윙이 나치 독일에서는 반체제와 저항이라는 묵직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땋은 머리를 하던 독일 소녀가 '적국'의 소녀들처럼 머리를 풀어 풍성하게 부풀리고, 짧은 치마를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스윙을 추는 모습은 의미심장합니다.        

Duke Ellington <It don't mean a thing> (1931)  

Django Reinhardt <Minor Swing> (1937)

 

 

 

 

 

 

 

 


스윙에 관한 도큐멘터리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는데, 우리말 제목은 "스윙 마이 라이프"로 뽑았네요. 보시고 나면 스윙 교습소 당장 검색하게 될 겁니다. 춤사위가 다소 과격한지라 제가 지금 스윙을 배우기는 좀 늦은 것 같고, 이삼십대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어요. 나이 들어 후회 마시고 젊어서 꼭 춤 배워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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