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프랑스 생 앙드레, 상트 엉드레, 쌍 떵드레 Saint-André

 

 

 

 

치즈에서 수분을 날리고 고형분만 남겼을 때 유지방이 무려 75% 이상이 되는, 사악하게 맛있는 치즈를 소개합니다. 이런 치즈를 '트리플 크림 치즈'라고 부릅니다. 브리야 사바랭과 함께 트리플 크림 치즈 범주에 들지만 브리야 사바랭은 19세기 후반에 창조되어 1930년대에 미식가 이름을 붙여 브랜드화한 전통 치즈인 반면 이 치즈는 공장제 신생 치즈입니다. 영국과 가까운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노르망디는 꺄몽베흐의 고향이기도 하죠. 30일 정도 숙성시킨 뒤 출하한다고 합니다.

 

치즈 포장이 좀 특이하죠? 뚜껑에 창을 달았습니다.

 

 

 

 

 

 

 

 

 

치즈를 종이나 비닐로 꽁꽁 싸지 않고 위를 터 놓은 데다가 위로 공간까지 두어 치즈 윗면의 흰곰팡이가 보송보송 자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뚜껑 열어 보고는 드라이 아이스 연기가 올라오는 줄 알고 놀랐었습니다. 구름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하고요.

 

 

 

 

 

 

 

 

 

치즈 윗면은 꿈같이 포근하고 아름다워 보였는데 주름종이로 싸 놓았던 옆면은 포장을 벗기니 현대 추상 회화처럼 카리스마 넘칩니다. 곰팡이는 페니실리움 칸디둠과 게오트리춤 칸디둠, 두 종류를 씁니다. 각 곰팡이의 역할에 대해서는 연결문서를 참고하십시오.

☞ 치즈 생산에 쓰이는 곰팡이들

 

 

 

 

 

 

 

 

 

포장에 적힌 정보들을 옮겨 봅니다.

• 식품유형: 자연치즈
• 살균여부: 72˚C에서 15초간 살균
• 제조원: Compagnie Des Fromages Et Richesmonts
• 원산지: 프랑스
• 내용량: 200g
• 원재료명: 우유 77%, 크림, 정제소금, 젖산발효균, 렌넷, 페니실리움 칸디둠, 게오트리춤 칸디둠

100g당
• 열량: 448.1kcal
• 나트륨: 480mg (소금 1.2g)
• 탄수화물: 1g 중 당류 0.5g
• 지방: 44.5g 중 트랜스지방 1.78g, 포화지방 31g, 콜레스테롤 125mg
• 단백질: 10.9g

 

 

풍미를 회복시키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 30분 정도 두어 봤는데, 껍질 바로 밑 부분이 여느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처럼 흐르지는 않고 치즈가 마르기만 합니다. 위 사진은 30분쯤 지난 뒤의 모습을 담은 겁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잘랐을 때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어요.

 

흰곰팡이가 덮힌 껍질에서는 재미있게도 박하사탕맛이 희미하게 납니다. 껍질맛은 전반적으로 맵고 목이 따갑습니다. 껍질 바로 밑의 속살paste에서는 매끄러운 질감에 우유와 크림과 버터의 고소한 맛이 물씬 납니다. 페니실리움 칸디둠이 만들어 낸 곰팡이 덕에 맛있는 버섯크림수프맛도 나고요. 가운데의 보슬거리는 심지는 시큼하면서 금속성 맛이 납니다. 이를 서양인들은 'metalic tang'이라고 표현합니다. (영국산 장기 숙성 체다에는 'raw onion tang'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100g당 소금 1.2g으로 아주 많이 들지는 않았는데도 심지 부분의 신맛 때문에 제법 짠 것처럼 느껴집니다. 바로 전에 소개해 드린 꺄프리스 데 듀는 매끄러우면서 쫀득거리고, 쌍 떵드레는 매끄러우면서 버터처럼 스르르 녹으므로 질감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 치즈는 유지방이 더 많이 들어서 그런지 꺄프리스 데 듀보다 맛과 질감이 버터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치즈맛 나는 짭짤한 버터라 생각하고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백밀 사워도우 빵이나 백밀 바겟트뿐 아니라 담백한 크래커에 발라도 맛있습니다. 흰곰팡이 연성 치즈 특유의 시큼한 맛을 증폭시키므로 화이트 와인과의 궁합은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 디저트 와인, 보르도 계열의 레드 와인, 가벼운 맛의 맥주와 잘 어울린다고 하니 참고하십시오. ■ 

 

 

 

<크림을 추가한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

 

더블 크림 치즈 [수분을 날린 고형분일 때 유지방 함량 60% 이상]

☞ 프로마쥐 다피누아 블루 

☞ 꺄프리스 데 듀

 

트리플 크림 치즈 [유지방 75% 이상]

☞ 브리야-사바랭

☞ 발라쥐

☞ 캄보졸라

☞ 몬타뇰로 아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