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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생산에 쓰이는 곰팡이들

단 단 2015. 6. 3. 01:30

 

 

 

앞 글에서 치즈 보관법과 곰팡이 이야기 한 김에 치즈 생산에 쓰이는 '유명' 곰팡이들에 대해 좀 알아보겠습니다. 미생물학 전공자께서 혹 이 글을 보신다면 도움 말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곰팡이 이름들이 다들 콜로세움에 던져진 검투사 이름 같습니다.

 


치즈 표면의 곰팡이들

 

흰색, 연회색, 노란색, 주황색, 적갈색 등을 띱니다. 적정량의 소금과 수분이 주어지면 치즈 표면에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런 곰팡이들은 치즈 표면을 먼저 숙성시킨 뒤 치즈 속살 쪽으로 숙성을 진행시켜 갑니다. 그래서 속살은 아직 덜 익어 단단하면서 시큼한 심지를 갖는 반면, 껍질쪽은 잘 익어서 용암처럼 끈적합니다. 숙성이 더 진행되면 가운데 심지도 흐르게 됩니다. 아래의 꺄몽베흐 숙성 과정을 보십시오. 왼쪽부터 1주, 2주, 3주, 4주의 숙성 기간이 경과한 상태입니다. 꺄몽베흐는 4주(30일)는 숙성시켜야 제맛이 난다고 하죠.  

 

 

 

 

 

 

 

 

 

게오트리춤 칸디둠 Geotrichum candidum

겉에서 안으로 숙성해 들어가는 위와 같은 치즈들의 숙성 초기에 표면에서 자라는 곰팡이입니다. 치즈 표면에 흰색과 회색으로 고르게 퍼집니다. 꺄몽베흐, 머스떼허, 르블로숑reblochon, 쌍 넥떼허saint-nectaire, 쌍 마르쑬렁saint-marcellin, 똠 드 싸부와, 발롱쎄, 샤비슈 뒤 푸아투 등을 만들 때 씁니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의 표면에서 자라는 또다른 흰곰팡이인 페니실리움 칸디둠이 치즈 표면을 장악해 쓴맛을 내는 것을 저지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정말로 투사처럼 곰팡이들끼리도 싸우는 모양입니다. 치즈 표면도 전쟁터와 같다는 소리죠. 그간 쓴맛이 많이 나는 프랑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을 먹고 괴로워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 곰팡이가 페니실리움 칸디둠과의 싸움에서 힘을 못 쓰고 졌다는 걸로 해석하면 되려나요?

 

페니실리움 카멤베르티 Penicillium camemberti

꺄몽베흐 이름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흰곰팡이입니다. 며칠이 지나면 회색조로 변하는데, 뽀얗고 예뻐야 할 흰곰팡이가 칙칙한 회색으로 변하니 생산자들로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했을 듯싶습니다. 그래서 변종인 페니실리움 칸디둠을 쓰는 모양입니다.

 

페니실리움 칸디둠 Penicillium candidum

페니실리움 카멤베르티의 변종. 전형적인 흰곰팡이 연성 치즈용 곰팡이입니다. 이건 시간이 지나도 흰색이 변치 않고 뽀얗게 유지돼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꺄몽베흐, 브리, 브리야-싸바랭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뽀얀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에 덮여 있는 곰팡이입니다. 이 곰팡이 때문에 이들 치즈에서 버섯맛이 납니다. 잘못되면 치즈에 쓴맛이 나게도 합니다. 

 

브레비박테리움 리넨스 Brevibacterium linens

치즈 표면을 오렌지빛이나 발그레한 갈색으로 물들이는 박테리아입니다. 이런 색의 치즈들은 그간 제 시식기를 통해 많이들 보셨죠. 특별 조제한 소금물로 껍질을 닦은 치즈들에서 많이 보이며, 치즈 표면에 색뿐 아니라 강한 향을 입힙니다. 때로는 인간의 발냄새와 흡사한 고약한 향이 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인간의 발냄새에도 관여를 한답니다. 사람 피부 표면에 많이 존재합니다. 발냄새 나는 사람을 만나면 앞으로 맛있는 치즈를 떠올리고 군침 흘려 주세요.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이푸아스 표면에도 이 박테리아가 있습니다[아래]. 표면에 주황색이 나는 치즈들은 대개 이 박테리아 탓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쓰 부처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치즈, 이푸아스Epoisses.

브레비박테리움 리넨스 때문에 주황색을 띠게 되고

표면에서 고약한 발냄새가 난다. 맛은 냄새와 달리 환상적.

 

 


치즈 속살의 곰팡이들

 

청녹색, 녹회색 등을 띠므로 블루 치즈 생산에 씁니다. 성형을 마친 치즈 표면에 뿌리는 게 아니라 치즈 생산 초기 단계에 응유curd에 뿌려 속살paste에 이 곰팡이들이 포함되게끔 합니다. 곰팡이에 버무려진 응유를 뭉쳐 성형을 한 다음 숙성에 들어가는데, 숙성하는 동안 치즈 속살에 공기를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만 푸른곰팡이가 자라므로 블루 치즈들은 압착을 아예 안 하거나 약하게 합니다. 록포르는 압착을 안 합니다. 그 때문에 치즈 속에 자연적으로 얼기설기 공기 주머니가 생겨 거기서 곰팡이가 자라지요. 스틸튼은 약하게 압착을 합니다. 치즈 표면을 문질러 치즈 속에 공기가 드나들지 못하도록 단단히 밀봉을 해 먼저 치즈만 어느 정도 숙성을 시킵니다. 그 뒤 꼬챙이로 여기저기 숨구멍을 뚫어주어 푸른곰팡이가 자라도록 합니다. 그래서 록포르와 스틸튼은 푸른곰팡이가 핀 양상이 매우 다릅니다. 앞으로 이 두 치즈를 보게 되면 곰팡이가 핀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 Penicillium roqueforti
프랑스의 양젖 블루 치즈인 록포르의 이름을 담고 있는 푸른곰팡이. 청녹색을 띱니다. 공기에 의해 활성화된 독소를 분해합니다. 록포르(프랑스), 스틸튼(영국), 다나블루(덴마크), 카셸 블루(아일랜드), 캄보졸라(독일) 등 수많은 블루 치즈 생산에 쓰입니다.

 

 

 

 

 

 

 


다쓰 부처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 치즈, 영국의 스틸튼.

치즈 속살에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 푸른곰팡이를 품고 있다.

 

 


 페니실리움 글라우쿰 Penicillium glaucum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보다는 덜 쓰이지만 이것도 블루 치즈 만드는 데 쓰입니다. 녹회색green-grey을 띱니다. 블루 치즈도 푸른곰팡이 색이 조금씩 다르니 곰팡이를 유심히 보세요. 전통적으로 고르곤졸라에 쓰이던 곰팡이인데, 요즘은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를 쓰는 생산자도 있다고 합니다. PDO 치즈이지만 생산자가 곰팡이 종류를 선택해서 쓸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상, 치즈의 곰팡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치즈 많이들 드시고 햇빛 잘 쬐셔서 칼슘 충만한 곧은 삶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자연과 세월을 품은 치즈들.

왁스나 비닐로 꽁꽁 싸 버리는 치즈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저 멋진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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