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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말레이시아 2019 - 빙수 (Air Batu Campur = ABC)

단 단 2021. 8. 31. 08:58

 

 

전체 103×77mm, 우표만 30×50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하... (탄식)

올 여름에는 빙수 한 번을 못 먹어 봤네.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입추, 말복이 지났어도 달력 날짜가 9월로 넘어가야 비로소 여름이 끝난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음식우표 내는 데 아주 열심입니다. 음식우표를 수집하는 이로서는 이게 좋은 일 같으면서도 탐탁치가 않은 게, 선진국들은 자국의 사회, 과학, 의학, 문화예술, 정치나 제도, 인물, 역사적 사건, 중요한 행사 등 무언가를 기념하거나 기릴 일이 줄을 서 있어 한가하게 음식우표 '따위'나 내고 있질 않습니다. 관련 산업 전반을 다루거나 문화와 결부됐을 때나 겨우 몇 장씩 내곤 하지, 이렇게 음식별로 하나씩 다 내고 있지 않죠. 

 

내더라도 띄엄띄엄 가끔씩 내 줘야 기다렸다 사 모으는 재미가 있는데 여긴 너무 자주 내요. 이런 나라가 몇 나라 더 있습니다. 

 

어쨌든, 재미있는 우표죠? 저게 대체 언제적 빙삭기입니까. 제가 유치원도 다니기 전 정말 꼬마였을 때 시장통 빙수집에서나 보던 건데요.

 

그런데 유튜브를 뒤져 보니 말레이시아에서는 아직도 저 수동식 빙삭기를 쓰는 데가 꽤 있습니다. 전기를 끌어다 쓰기 힘든 영세한 길거리 포장마차들이 대개 저걸 쓰던데, 만드는 걸 보니 배탈 잘 나는 저는 말레이시아 여행 가서 빙수 맛보려면 매의 눈으로 잘 살펴 잘 골라 들어가야겠습니다. 길거리 매대도, 건물에 입점한 가게도, 위생 상태가 제 기준에 못 미치는 집이 많습니다. 

 

한국은 이제 잡다하게 토핑 올리는 짓 안 하고 연유팥빙수, 말차팥빙수, 딸기빙수, 망고빙수 등 두어 가지 재료에 집중한 깔끔하고 세련된 빙수를 내죠. 말레이시아 ABC 빙수는 총천연색 광고 찌라시 같습니다. ☞ 이렇게 생겼습니다. 색소 쓴 조악한 재료들과 형광색 시럽들을 뿌려 대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아요. 우표에 써 있는 'Air Batu Campur'(줄여서 'ABC')를 구글 번역기로 돌렸더니 'mixed ice water'라고 변환시키던데, 얼음 간 것 위에 이것저것 얹고 뿌려 먹는 음식 이름으로 적합해 보입니다. [아이르air=물, 바투batu=돌, 참푸르campur=섞인.]

 

코로나로 외식하기 힘드니 저는 비비빅 흑임자맛 신제품이나 하나 사 먹고 여름과 작별을 고해야겠습니다.

여름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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