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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웨딩 브레드를 보고 대한민국 우표에 전통 폐백음식인 '문어오림·오징어오림'이 담겼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본문
상징을 담아 정교하게 장식한 전통 혼례 음식들은 어느 나라에든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있냐고요? 있습니다. (끄덕) 있고 말고요. 손재주가 얼마나 좋은 민족인데요.
권여사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요리책 중 《떡과 전통과자》(교문사, 2007)를 읽다가 가위나 칼로 정교하게 오린 건어물 오림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우리 전통 혼례에 이런 음식이 있었다니, 수공예품과 신기한 음식 좋아하는 단단이 진작 알았더라면 결혼할 때 잘하는 집 수소문해 주문했을 텐데요. 흑흑.
☞ [기사] 문어 다리에 꽃 새기는 마음 [어느 장인 할머니의 이야기]
장과 김치에 버금가는 한국 식문화의 큰 특성 및 특기 중 하나가 바로 건어물이죠. 세계에 내세울 만한 특이한 식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오징어오림 꽃은 파인 다이닝에 응용해도 좋을 것 같고요. 건어물을 국물 내는 데만 쓰지 말고 주재료로 이용해도 맛있는 음식 많이 나올 수 있으리라 봅니다. (외국에 살다가 돌아왔더니 예전엔 당연하게 여겼던 것,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막 신기해 보이고 근사해 보이고 그럽니다. 남정들이 머리에 쓰던 갓은 그 섬세한 짜임새와 호쾌하면서도 미니멀리즘적 세련된 형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삭하게 구운 얇디얇은 조미김도 파인 다이닝스럽고 신기합니다.)
옛 시절엔 생물을 사다 말리는 작업부터 직접 다 했다지만 요즘은 반건조한 냉동 제품들을 사서 쓴다고 합니다. 문어는 비싸니 보급을 위해 이제는 오징어를 많이 쓴다 하고요. 폐백상에는 조리된 통닭을 올리게 돼 있는데, 문어나 오징어로 닭의 멋들어진 깃털을 모양 내 오려 붙이고, 음식이 상하기 쉬운 계절에는 통닭 대신 아예 이것들로 봉황을 오려서 올립니다. 꽃 모양으로 오린 것들은 폐백상의 다른 음식들을 장식하는 데 쓰입니다.
요즘도 이 문어오림, 오징어오림을 전수하는 곳이 있나 봅니다. 누리터에 수강생들의 작품 사진이 많이 올라옵니다. 결혼할 때 문어오림이나 오징어오림 주문해 폐백상에 올린 분들이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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