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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프랑스 1992 - 프랑스의 빵 (바겟트 미리 썰어 담지 말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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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표 20×40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바겟트baguette, 에피pain d'epi, 쿠론couronne이 담긴 프랑스 빵 우표입니다. 바겟트와 에피는 많이 보기도 하고 먹어 보기도 해서 잘 아는데, 우표 맨 앞에 있는 동글동글한 빵 쿠론은 좀 생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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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회 국제 곡물과 빵 학회 포스터.
1955년에 창설된 <국제 곡물 과학 및 기술 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Cereal Science and Technology, ICC>가 4년마다 '곡물과 빵 학회ICC Cereal and Bread Congress'를 개최하는데, 1992년 학회는 프랑스에서 열렸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우표는 프랑스가 이를 기념해 발행한 '기념우표'가 되겠습니다.
프랑스 빵에 대해 제가 더 할 말이 있을까요? 세련된 소비자가 많아진 요즘은 잘한다는 집 수소문해 기꺼이 시간 들여 찾아가기도 하고, 또, 해외에서 수련하고 온 제빵사도 많아졌지요. 책 한 권 읽고 섣불리 아는 척 하지 않는 것이 신상에 이롭겠습니다. ㅋ
저 바겟트가 얼핏 모양이 단순해 보여도 제대로 잘 만들기가 생각보다 까다롭고, 심지어 칼집 내는 것조차 생각만큼 쉽지 않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밀 이삭 모양의 에피는 바겟트만큼 많이 먹어 보지는 않았지만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발효버터 발라 잘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덩이씩 똑똑 떼어 먹는 즐거움이 있죠. 멋쟁이 빵입니다.
그런데, 우표 맨 앞에 있는 왕관 모양의 빵은 먹어 본 적도, 실물을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누리터를 뒤져 보니 프랑스에서는 꽤 흔한 빵이고 홈베이킹 하는 분들도 많은 듯한데요. 모양 잡기 힘들어하는 초보 홈베이킹 족들을 위해 금속 틀도 꽤 나와 있네요. 영상을 몇 개 걸어 봅니다.
[Les couronnes en boulangerie]
전문 제빵사가 여섯 가지 다른 모양으로 만드는 쿠론.
인간은 왜 음식을 모양 내서 먹으려 드는가.
예쁜 음식을 보면 늘 떠올리는 즐거운 의문입니다.
[Moule à Pain Couronne Emile Henry]
기술이 달리는 여염집에서는 이런 틀을 사서 써도 되겠습니다. ㅋ
▲ 이게 대체 무슨 만행이오.
<파리바게뜨>의 미리 썰어 담은 바겟트.
다시 바겟트 이야기로 돌아와서 -
저는 사워도우 빵을 잘 먹긴 해도 치즈는 시큼한 맛 나는 빵보다 담백하고 고소한 바겟트와 함께 먹는 걸 선호합니다. 치즈도 자기 산미가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 동네에서는 백밀 플레인 바겟트를 구하기가 의외로 어렵네요. 고급 빵집들은 꼭 건과일이나 견과류, 씨앗 등 쓸데없이 무언가를 첨가하거나 호밀을 섞은 '불순한' 것들만 팝니다. 집 근처에 네 군데나 있는 <파리바게뜨>에서는 백밀 기본 바겟트를 팔긴 하는데, 맙소사, 기껏 바삭하게 구워 놓고는 죄 미리 썰어 비닐 봉지에 담아 놓고 팝니다. 상호에 '바게뜨'가 들어 있는 가게가 바겟트에 대한 이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다니요.
다른 빵 제쳐놓고 바겟트를 사 먹는 이유가 뭡니까, 바겟트 특유의 '표리부동'함을 즐기겠다는 거지요. 이렇게 미리 썰어 비닐에 가둬 놓으면 촉촉한 속살crumb에서 나오는 습기 때문에 껍질crust이 눅눅해져 귀를 즐겁게 하는 그 "바작", "깨작"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질긴 소가죽만 씹게 되는 겁니다. 긴 막대 사서 옆구리에 끼고 집에 돌아오는 즐거움도 앗아 버리고, 완성된 빵이 어떤 모습인지 감상할 수도 없게 만들고요. 본사에서 가맹점들에 잔소리를 해 빨리 시정해야겠습니다. 빵칼은 비싸지 않으니 집집마다 한 개쯤 사 두어도 괜찮습니다. ■
☞ [화보] <Modernist Bread>의 바겟트와 에피 설명 부분
(해당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띄워 놓고 감상하세요. 바겟트 평가하는 법, 음미하는 법, 에피 모양 내는 법 등이 설명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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