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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독일 2018 - 독일의 빵

단 단 2021. 8. 27. 11:07

 

 

 

우표 크기 34.89×34.89mm.

 

 

이 우표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독일스러운지. 

 

앞에서 소개해 드린 1989년 영국 빵 우표는 빵 앞에 빠알간 양귀비 꽃과 파아란 콘플라워도 흩뿌려 놓고 배경에는 시골집 부엌의 멋부린 타일도 갖다 넣었죠. 1992년 프랑스 빵 우표는 아예 꽃꽂이 한 듯 빵을 배치했었고요.

 

그런데 이 독일 우표는 그야말로 돌직구, 군더더기 없이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만 담았습니다. 배경도 없이 그냥 조명 밝은 흰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ㅋㅋㅋㅋㅋㅋ 빵들은 키에 맞춰 조로록 줄 서 있고요. 그래도 미니멀스럽고 간지 나죠. 하얀 바탕에 빨간 글자도 강렬하고요. 제가 독일 디자인도 좋아해서 부엌 소형 가전에 독일 제품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무스'라는 소리를 표기하기 위해 프랑스와 영국은 'mousse', 독일은 'Mus'로 씁니다. 군더더기 제로.)

 

진정하고,

우표에 담긴 빵에 집중해 봅시다.

네에, 시커멓죠.

제가 아래에 빵 백과사전의 독일 페이지도 보여 드릴게요.   

 

 

 

 

 

 

 

빵 백과사전의 독일빵 설명 첫 장.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역시 독일스럽죠. 책장 넘기다가 독일 편에서 뚝 멈추고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 앞에는 영국빵과 프랑스빵이 한바탕 지나갔는데, 백밀 위주의 뽀얀 빵들이 주를 이뤘었거든요. 독일로 넘어오니 첫 장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까만 호밀rye빵들이 떠억. 

 

독일도 곡류 중에서는 밀을 가장 많이 생산하지만, 어쨌거나 호밀 생산량으로는 세계 1위입니다. [2019년 UN 통계. 격차가 많이 벌어지는 2위는 러시아.] 그러니 이 나라에 호밀빵이 많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호밀은 추운 날씨와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자랍니다.

 

제가 영국땅에 처음 도착해 수퍼마켓에서 호밀 함량 100%에 가까운 독일 호밀빵의 끝판왕 '품퍼니클Pumpernickel'을 발견해 사 먹고는 그 강렬한 대지의 맛과 시큼한 맛, 촉촉하지만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특이한 식감에 몹시 놀랐었습니다. 개성 철철, 카리스마 뿜뿜. 위의 책 사진에서 왼쪽 맨 위에 있는 빵이 바로 품퍼니클인데, 이렇게 증기 오븐에 장시간 찌듯이 구운 호밀 함량 높은 벽돌 모양의 빵을 독일인들은 'Kastenbrot'(box bread)라는 이름을 붙여 분류한다고 합니다. (이름도 어쩜 이렇게 직관적인지;;) 이 범주에 드는 호밀빵은 품퍼니클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이런 부슬부슬 흩어지는 수분 많은 호밀빵만 있느냐? 껍질crust 있는 호밀빵들도 많습니다. 이런 빵들은 'Krustenbrot'라고 부릅니다. 우표에 담긴 빵들이 바로 그런 빵들인 것 같습니다. 백밀빵, 통밀빵, 보리빵, 귀리빵도 물론 있는데, 독일 하면 역시 호밀빵부터 떠올리게 되죠. 

 

Kastenbrot:

Pumpernickel, Vollkornbrot=Schwarzbrot, Roggenbrot(껍질 없는 것), Sonnenblumenbrot, Weisenkeimbrot, Mueslibrot 등.

 

Krustenbrot:

Black Forest, Bavarian rye, Bauernbrot, Roggenbrot(껍질 있는 것), German square rye, Landbrot, German rye bread, Mehrkorn, Weizenmischbrot, Mischbrot, four cereal bread, Goldgrain, German bread with caraway seeds, Gebildbrote (picture bread), Pretzels, Rolls(Semmel, Eiweckerl 등), Kugelhopf, Stollen 등.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호밀빵은 호밀 함량과 호밀 분쇄 정도(입자 크기)에 따라 속살crumb의 밀도, 부푼 정도, 색상에 차이가 납니다. 호밀 특유의 단맛과 쓴맛을 저는 좋아하지만 밀을 섞어 준 것들이 먹기에는 더 낫긴 하죠. 호밀빵의 신맛은 호밀 자체의 맛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독일도 사워도우 전통이 있어 이를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짙은 색은 전통식으로 장시간 굽는 데서 오는 마이야르 반응 덕인데, 편법으로 당밀이나 커피로 색을 내고 굽는 시간을 단축시킨 것들도 있습니다.  

 

독일의 호밀빵들은 전통적으로 와인이 아니라 맥주와 함께 먹고, 빵맛에 밀리지 않는 풍미가 강한 음식들에 곁들인다고 합니다. 'Kastenbrot'류는 빵 자체의 맛이 강하므로 직사각 벽돌 모양 덩이에서 최대한 얇게 썰어 제공하는 것이 좋은데, 수퍼마켓에 있는 것들은 아예 처음부터 얇게 썰려 포장돼 있어 쓰기 편합니다.

 

앗, 그러고 보니,

저 어릴 때는 한국에 '독일빵집' 상호 단 가게들 많았는데요? 

그 독일빵집들이 독일식 호밀빵들을 팔았던가요?

독일빵집들, 다 어디 갔나요?

독일빵 파는 집을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영국 와서 독일 호밀빵의 색과 시큼한 맛에 놀라고

영국 달걀피클의 신맛에 한 번 더 놀라고.

(레몬 필요 없었음.)

품퍼니클은 이렇게 맛 강한 것들을 올려 먹어야 제맛.

2011년 영국.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

☞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어케 보냈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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