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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 국밥에 파 좀 제발 적당히 본문

투덜이 스머프

국수나 국밥에 파 좀 제발 적당히

단 단 2018. 8. 27. 20:50

 

 

 


우육면 프랜차이즈 <샤오바오 우육면>의 중국 간쑤성 란저우蘭州식 우육면입니다. 우육면 본고장이라죠? 고추기름(라유)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을 각각 주문했는데, 사진 좀 보세요. 얇게 송송 썬 파도 아닌, 길고 불규칙하게 막 썬 파가 표면을 빼곡이 덮고 있습니다. 국물 맛을 먼저 보고 싶어 이렇게 저렇게 숟가락을 운용해도 파가 계속 따라와 담기니 어찌나 성가시던지요. 사진만으로도 파맛이 모든 맛을 뒤덮고 남음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죠. 다 먹지도 못했지만 먹고 나서 입이 아려 한참 고생했습니다. (란저우에서는 파가 아니라 풋마늘을 올리고 고수도 같이 올립니다.)


다쓰 부처는 파맛과 파향 모두 좋아하지만 외식할 때마다 국수와 국밥에 파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한국인의 깨, 참기름 남용은 이제 누구나 인식을 하고 한마디씩 하죠. 그런데 제가 귀국해서 보니 한국의 외식 현장에서 파와 김도 그에 못지않게 남용되고 있더군요. 이 두 재료의 향도 마늘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구강에 오래 남아 나도 괴롭히고 남도 괴롭히는데요.

 

 

 

 

 

 

 

 


이건 단단면 프랜차이즈 <탄탄면공방>의 일본 라멘풍 단단면입니다. 제가 요 며칠간 단단면을 공부해보니 이 단단면의 세계가 또 혼잡하기 이를 데 없어요. 사천의 비빔면이 상해 마장면의 참깨·땅콩 소스와 결합돼 홍콩식 국물 자작한 면도 됐다가 일본식 라멘도 됐다가 합니다. 지난 번에 사 먹은 <제레미20>의 단단면은 홍콩식, 오늘 먹은 <탄탄면공방>의 단단면은 일본식입니다. 그러니 이 일본식 '땅콩·캐슈넛 라멘'에서 팔각이니 계피니 하는 매력적인 중화풍 향신료는 사라지고, 화쟈오도 고춧가루로 대체되고, 식초 신맛도 온데간데없고, 육수는 돈코츠 라멘 육수로 깔리고, 아지타마고가 떠억 올라오는 거지요. 단단면이라 생각하지 않고 먹으면 이 나름대로 훌륭합니다.
(단단은 어디를 가야 사천식 단단면을 맛볼 수 있을까요?)


휴...
그런데...

이것도 파 양이 어찌나 많던지.
사진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어 표현이 잘 안 됐는데, 파가 수북했습니다.

 

 

 

 

 

 

 



마지막 젓가락까지 면반파반입니다. (고사성어 같구먼.)
면 다 건져 먹을 동안 파를 정말 열심히 같이 먹어주었는데도 국물만 남은 시점에 파가 여전히 남았을 정도니 파를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짐작하시겠죠. 저 이날 '파 복통'에 시달리느라 잠도 다 설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보는데, 세상에, 소변에서 파 냄새가 풀풀 납니다. 꽈당 내 살다 살다 소변에서 파향 풍겨보기는 또 처음입니다. 몸에서 파향 떨어내는 데 하루 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한국 식당들의 파 남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명에 대한 상상력 부족, 이국 향채나 향초에 대한 손쉬운 대체, 비용절감, 게으름, 타성... 저는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파무침이나 파전은 괜찮아요. 작심하고 파 즐기겠다며 먹는 음식이니까요. 그리고 파전은 파를 익히잖아요. 익힌 파는 한 대접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파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국밥에 생파나 생부추 잔뜩 올리고는 반찬으로 생마늘, 생양파, 풋고추, 된장, 고추장, 김치, 깍두기, 젓갈 내주는 집도 수두룩합니다. 으으, 직장인들, 이렇게 점심 먹고 하루종일 입냄새 어쩌려고. 연인들은 운우지정 어찌 나누려고. 위장은 또 저 기운 센 것들을 어찌 감당하라고.

 

 




- 단단의 파 사용기 -

 

 

 

 

 

 

 

 쟈킷 포테이토에 '델리킷'한 차이브chive 적당히.

 

 

 

 

 

 

 


 쟈킷 포테이토에 파향과 녹색 내고 싶을 때

질기지 않도록 결 반대 방향으로 썬 파spring onion 적당히.

 

 

 

 

 

 

 


 한국식으로 제육 얹어 생파 넉넉히 곁들이고 싶을 때

연하고 맛있는 흰 부분만 결대로 썰어 멋들어지게 휘리릭.

 

 

 

 

 

 

 

 

 익힌 파는 무제한. 영국식 해물파전.

생파, 생마늘 같은 맵고 입냄새 나는 것 잘 못 먹는

영국인들도 바베큐 시즌에는 통째로 구워서 잘들 먹는다.

 

 

 

 

 

 

 


 익히면 달고 고소한 맛이 나는 영국 대파 리크leek.

뿌리쪽의 흰색과 연두색 부분만 사용.

수퍼마켓들이 아예 뻣뻣하고 매운 녹색 부분은

제거하고 판다. 생으로 먹지 않고 반드시 익혀 먹는다.

 

 

 

 

 

 

 

 

 영국음식 리크 크럼블leek crumble 준비 중.

버터에 볶은 리크에 체다 겨자 소스 붓고 크럼블 올려

오븐에 구우면 천국이 눈 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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