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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중식당] 63빌딩 57층 백리향

단 단 2022. 4. 8. 12:36

 

 

 

권여사님 뵈러 여의도에 갔다가 63빌딩 57층의 중식당 <백리향>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음식과 술의 궁합뿐 아니라 음식과 차의 궁합이란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중식 먹을 때마다 항상 자스민 녹차나 자스민 청차를 함께 마셔서 이제는 궁합이고 뭐고 따질 것도 없이 자스민 차만 보면 자동적으로 중식 맛을 떠올리게 됩니다. 음식 궁합에는 이렇게 강제 주입된 것들도 있다는 겁니다. ㅎㅎ

 

하얀 다구들이 주는 'formal'한 느낌이란.

 

 

 

 

 

 

 

 

자스민 차와 개인별 찬.

 

 

 

 

 

 

 

다른 날에는 오이 대신 목이버섯이 나오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서른 가지 이상 식물 먹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중식당에 오면 가짓수를 많이 늘릴 수 있어 좋아요.

보세요, 벌써 찬에서만 네 가지 식물을 맛볼 수 있잖아요. 땅콩, 캐슈넛, 목이버섯, 자차이.

 

 

 

 

 

 

 

이 집에서는 늘 가장 저렴한 코스로 먹습니다. 이보다 비싼 코스들은 재료 자체가 귀하거나 비싼 것들이라서 값이 올라가는데[킹크랩, 바닷가재, 소고기 본식, 불도장 등], 인기 메뉴들로만 구성한 이 런치 스페샬이 실속 있고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요리들이 많아요. 그런데 양이 너무 많아 어떤 때는 면류나 밥류로 고르게 돼 있는 식사 코스를 고사하기도 합니다. 코스를 하나 줄이고 값을 6만원으로 내려도 될 텐데요. 기분 좋게 완식完食할 수가 없어요. 이 집에서 이 점심 코스를 먹기 위해 저는 전날, 당일, 다음날, 3일 동안 한 끼만 먹습니다. 

 

코스마다 두어 가지 선택지가 있기는 하나 식탁에 앉은 일행이 모두 같은 음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첫 번째 코스.

오향장우육 세 쪽.

제가 참 좋아하는 중식입니다. 오향 입힌 짠슬과 고기도 맛있지만 초절임한 오이도 맛있지요. 성의 없는 집에서 주문하면 생오이를 그냥 내기도 하지만요. 아니, 영업집이 어떻게 손님한테 생채소, 생과일을 그냥 낼 수가 있습니까. 

 

 

 

 

 

 

 

 

또는 4색냉채.

(한 번에 한 종류밖에 선택이 되지 않으니 다른 날 먹은 음식들 사진까지 전부 합해 보여 드릴게요.) 

주황색은 드레싱을 끼얹고 블랙 올리브를 얹은 훈제연어입니다.

파인 다이닝에서 깡통에 담긴 속성 가공 올리브를 보다니요.

(이 날라리 블랙 올리브 특유의 맛이 있는데 저는 이것도 좋아합니다.)

오향장우육이나 이 4색냉채나 다 괜찮으니 취향껏 선택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 코스.

게살 수프.

 

 

 

 

 

 

 

 

수프 그릇이 너무 낮으면 떠 먹기 불편하니 이렇게 이중 구조로 그릇을 높이는 겁니다.

 

 

 

 

 

 

 

 

또는 매콤새콤 성깔 있는 산라탕.

어른들은 좀 더 온화하고 익숙한 맛의 게살 수프를 선호하십니다.

저는 둘 다 잘 먹습니다.

그런데, 이 산라탕 안에는 열심히 씹어야 할 건더기가 게살 수프에 비해 많아 뒤에 코스가 한참 더 있는데 일찍 배를 부르게 합니다. 뒤에 나올 음식들과 재료가 겹치기도 하고요. 그러므로 저는 게살 수프를 추천하겠습니다.

 

 

 

 

 

 

 

 

세 번째 코스.

전복, 관자, 해삼, 갑오징어, 송이, 죽순, 표고,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연근 등이 들었던,

'모든 가족이 행복하다'는 뜻의 전가복全家福.

구성 재료들이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어떤 날은 해산물이 보들보들 야들야들, 어떤 날은 질깃질깃.  

 

 

 

 

 

 

 

또는 누룽지탕.

수프를 끼얹으면 '촤아아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흥과 식욕을 돋웁니다.

 

 

 

 

 

 

 

 

이것도 전가복처럼 다채롭게 이것저것 들어 있기는 한데, 바로 앞 코스인 수프와 성상이 비슷해 식감이 겹치고, 걸죽한 수프 바탕에 건더기를 한 그릇 가득 담아 줘서 배가 너무 금방 차 버립니다. 세 번째 코스를 이 누룽지탕으로 시키면 꼭 마지막에 나오는 식사를 못 하게 돼 낭패를 봐요. 전가복으로 드세요.

 

 

 

 

 

 

 

네 번째 코스.

새우 요리 세 종류 중 깐풍 새우.

어후, 깐풍 양념, 향 끝내주게 좋고 맛도 끝내주지 않아요?

중식은 향이 참 좋은데 그중에서도 깐풍 양념 향과 짜장 향이 저는 제일 좋더라고요. 

팔각, 계피, 회향, 정향, 초피(화쟈오) 또는 생강을 조합한 오향도 좋고요.

클릭해서 크게 띄워 놓고 보세요. 식욕이 절로 돋을 겁니다.

 

 

 

 

 

 

 

 

또는 크림 새우.

누룽지 같은 고소한 맛의 온화한 튀김옷에 치즈 풍미가 살짝 나는 새콤한 열대과일맛 크림 소스.

저는 깐풍 새우를 선호합니다.

이건 맛은 좀 심심하나 우아한 느낌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코스.

어향가지.

 

 

 

 

 

 

 

 

또는 깐풍기.

 

 

 

 

 

 

 

 

또는 동파육 중 택 1.

셋 다 괜찮은데 저는 깐풍기나 동파육을 주로 선택합니다.

깐풍새우와는 또 달라서 깐풍기는 씹는 맛과 닭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있죠.

잘 조리된 동파육은 한 번만 깨물어도 무너져 내릴 정도로 관능적이고 부드럽고요.

저는 동파육에서 나는 소흥주紹興酒, shaoxing wine 맛을 좋아합니다.

술은 안 마시는데 술 맛과 향은 좋아해서 집에 술이 여러 종류 있어요. 요리에 씁니다. 

 

 

 

 

 

 

 

 

식사로는 볶음밥, 백짬뽕, 기스면, 짜장면 중 택1.

요리는 통일해서 주문해야 하지만 식사는 각자 먹고 싶은 걸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국물도 주고 짜장 소스도 주니 선택지 네 개 중에서는 볶음밥 구성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건조하게 잘 볶아서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해 맛있습니다. 

 

백짬뽕은 만들다 만 걸 내주었는지 하도 맛없어서 한 번 시키고는 다시 안 시키고 있습니다. 사진은 찍어 두긴 했는데 너무 맛없는 음식은 제 소중한 블로그 오염될까 봐 올리기도 싫어집니다. 백리향 백짬뽕은 유명하고, 비싼 밀키트로도 출시됐잖아요? 실수였을지 모르니 언제 다시 한 번 시켜서 맛봐야겠습니다.

 

 

 

 

 

 

 

 

짜장면.

제가 짜장면을 참 좋아하는데 이 날 짜장면 '인생샷' 건졌어요. 담음새가 예쁘죠?  

생강 풍미가 제법 나서 색다르고 맛있습니다. 

그런데 올 때마다 맛이 다릅니다. 채소 썬 크기도 매번 다르고요.

같은 재료라도 썰어 놓은 크기가 달라지면 맛이 정말 많이 달라지죠.

단골집이긴 한데 이 집은 'consistency'에서 문제를 좀 보입니다.

면류가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이건 다른 날 먹은 짜장면.

건더기 크기가 다르죠?

맛은 너무 잘게 다진 쪽보다 적당한 크기로 썬 쪽이 낫습니다. 

요리하시는 분들은 사용할 재료의 크기에도 신경을 많이 쓰셔야겠어요.

 

 

 

 

 

 

 

 

후식으로는 망고 시미로西米露, sago soup.

타피오카를 같이 갈아 넣어 질감을 살립니다.

 

 

 

 

 

 

 

 

어떤 때는 딸기나 망고 콤포트를 올린 딸기 시미로를 내기도 합니다.

둘 다 괜찮습니다.

 

 

 

 

 

 

 

 

한강.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한강철교, 한강대교, 저 멀리 동작대교가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커피.

 

 

 

 

 

 

 

 

또는 향초차.

소화제인 페퍼민트 인퓨전.

 

 

 

 

 

 

 

 

권여사님 댁에서 가까우면서 전망 좋고 주차하기가 편해 자주 옵니다. 음식 맛에 기복이 있는 데다 서울에는 이보다 나은 중식당도 있지만 오래 전부터 가족 모임을 해온 곳이라서 마음이 편합니다. 익숙하고 편한 식당이 주는 미덕이란 게 또 있지요. 먼 옛날 제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여기서 기념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어릴 때라 고급 요리는 뒷전, 오직 짜장면에 탐닉했지만요. 권여사님 환갑과 칠순, 가족 구성원 생일, 각종 기념일 등도 이 집에 모여 축하했기 때문에 백리향의 하얀 식탁보 깔린 식탁 앞에 앉으면 옛날 생각이 나고 행복해집니다. 1985년부터 영업을 해온 집이니 앞으로도 오래 버텨 주었으면 합니다.

 

 

 

댓글 9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7.08 03:11 2022.04.08 15:04

    아이폰인지 DSLR인지 모르겠으나 음식사진의 최고봉 단단님. 역쉬~~~ (엄지 척!)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여러번 꼼꼼히 봤습니다. 한장한장이 면밀하게 세팅되고 구도가 잡혔네요. 따라할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습니다.

    여기는 그릇에 신경을 나름 참 많이 쓰는 것 같아 보이네요. (단단 선생님의 가르침 덕에 요즘에는 음식보다 그릇을 먼저 보게 되는 제자)

    짜장면 '인생샷' 공감합니다. 츄릅~
    한국도 산라 스프 있군요. 미국에 있는 중국집에서는 이게 제일 흔한 것 같고 중국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프가 이거 같던데, 코스 시작 부분에 먹기에는 좀 맛이 센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저는 누룽지탕. (제가 주방장이면, 누룽지탕을 게살스프/산라스프와 묶어 선택하게 했을 것 같은데...)

    제게도 양이 많아 보이네요. (깐풍새우+짜장면+망고시미로로만 구성된 4만원짜리 메뉴로 있으면 좋겠다 ㅎㅎ)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8 03:13 신고 2022.04.08 15:58

    외식 사진은 전부 아이폰요~ ㅋㅋ

    살면서 찍은 음식 사진들 중 이 집 사진만큼 사람 힘들게 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조명은 노란색과 마젠타색에,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은 창백한 푸른색에, 난데없이 생기는 녹색까지, 게다가 그림자도 막 너댓 방향으로 생겨서 이 시답잖은 스마트폰 사진들 갖고 색 조절, 밝기 조절하느라 3일이나 걸렸어요. 곡을 하나 완성했겠네 ㅠㅠ

    아휴, 저는 더가까이 님의 심도 얕은 접사 음식 사진이 멋있어 보이고 좋은걸요. 저도 그런 럭셔리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샷', '감성샷' 찍고 싶긴 한데, 이 블로그에 요리사 분들이나 요리 공부중인 학생 분들이 많이 오셔서 제가 일부러 접시 속 세부 요소까지 잘 관찰할 수 있고 그릇과 음식 담음새까지 눈여겨보실 수 있도록 심도 깊은 납작한 정면 사진을 찍어 올려요. 공부 되시라고요.

    아, 산라탕이 중국인들이 애호하는 수프였군요. 식사 앞부분에 맛이 강렬한 걸 먹으면 침이 분비돼 좋다고는 하나, 저는 수프는 미끌거리면서 바디감 적은 중국식보다는 서양식이 더 좋아요. 중식 코스에서 돈 아깝다는 생각 들게 하는 게 바로 수프와 디저트.

    살려주세요, 외식 음식들 양 많아 아주 죽것어요. >_< 단품 요리 시키면 되지 않느냐 - 이 집은 코스 가장 싼 게 69,000원인데 단품 요리 소(小)자는 5만원, 8만원, 12만원, 막 이래요. 저도 더가까이 님이 고안해 내신 깐풍새우 + 짜장면 + 망고시미로 세트 대찬성. 값은 3만원으로요!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7.08 03:20 2022.04.09 00:00 신고
    헐~ 사진들 보고, 은은한 자연광 채광 하에 찍힌 것들인줄 알았어요. 3일은 아까우시겠으나, 결과물들은 너~~~~무 훌륭합니다.

    저도 3만원을 생각했었으나, 백리향 사장님께서 역정 내실까 봐... ㅋㅋㅋ
  • 프로필사진 희건 2022.07.08 03:12 2022.04.08 22:54

    음식 사진들로 고문을 하십니다 ㅎㅎ
    한국식 중식이 참 맛있어요
    중식은 두명이 갔을 때 주문하기가 참 애매하죠
    요리 하나와 각자 식사 하나 시키면 양이 좀 많아요
    양식이든 한정식이든 중식이든 저도 요즘 코스는 양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8 03:14 신고 2022.04.09 10:46

    네에, 제가 올려 놓고도 사진 들여다보면 침이 고여요. 향이 코 끝에 스치는 듯해요. 한국식 중식, 적당한 단맛도 있고 우마미도 세고, 맛있죠. 짜장면처럼 저 깐풍샤와 깐풍기도 한국식 중식이라면서요? 이번에 글 쓰면서 알았어요. 성공한 현지화의 대표 사례로 꼽고 싶습니다. 맞아요, 세 명이 가면 각자 식사와 요리 소(小)자로 하나 시키면 좋은데, 두 명이 먹기에는 양이 많죠. 요릿집 가서 식사 하나만 주문하기에는 미안하고, 코스는 양이 많고, 딜레마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냉면집 가서도 냉면만 시키면 눈치 줘요.
  • 프로필사진 하양이 2022.07.08 03:12 2022.04.11 09:33

    저는 좀더 캐주얼한 백리향 스타일만 가봤어요
    63 백리향에 가면 오향장우육-게살스프-전가복-깐풍새우-동파육-볶음밥으로 선택해 즐겨볼께요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8 03:14 신고 2022.04.11 16:25

    아녜요, 드시고 싶은 대로 골라 드세요. ㅎㅎ 저는 '백리향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고급 중식당마다 캐주얼한 서브 브랜드 내는 게 트렌드죠. '도원 스타일'은 가 봤어요.
  • 프로필사진 율리율 2022.07.08 03:13 2022.07.03 11:58

    단단님 간만에 인사드려요~
    어렸을 때 불꽃놀이 시즌에 여기서 식사하고 구경하면 정말 좋았어요.
    최근에 갈 일이 생겨서 코스 주문했는데 예전 맛이 아니더라고요. 말씀처럼 기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뷰는 항상 좋아요.^^
    아, 식사로 기스면은 정말 비추천입니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8 03:19 신고 네, 이 집은 불꽃놀이, 벚꽃놀이, 전망 때문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아요.

    기스면도요? 면요리가 특히 기복이 심하던데, 그중에서도 흰 국물면들은 정말 의아할 정도예요. 면이 국물과 어우러지질 못하고 지나치게 딴딴할 때가 많은데, 삶아서 그냥 합치기만 하지 말고 국물에 잠깐 넣고 끓여 맛이 좀 배도록 한 뒤 내면 정말 좋겠어요. 저도 이 집은 흰 국물 면요리가 가장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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