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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야기

fifty shades of grey

단 단 2022. 6. 26. 23:45

 

 

- 회색에 대하여 -

 

 

 

 

 

블친의 ☞ 아이슬란드 여행기에서 허락 받고 가져온 사진입니다.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세요.

 

왼쪽에 녹색 풀이 보이는 걸 보니 컬러 사진은 맞는데 이 한 장의 사진에 얼마나 다채로운 회색이 들어있는지 보십시오. 암회색, 진회색, 연회색, 은회색, 청회색cool grey, 적회색warm grey, 갈회색brown grey...

각 회색 안에서도 채도와 명도가 다르고요. 

너무 근사하지 않아요?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죠.

비 오는 날의 회색빛 하늘, 우울해집니까?

 

제가 영국에 오래 살다 와서 회색을 즐길 줄 압니다. 영국과 가까워 기후가 비슷한 아이슬란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영국인들은 우리가 '우중충하다'라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하늘을 보고 "How many different shades of grey!" 하며 음미를 합니다. 그리고는 집에 콕 처박혀 집필 활동. 그래서 영국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거지요. 화창한 날씨는 사람을 집 밖으로 끌어내고 차분한 날씨는 집에서 생각과 창작을 하게 합니다. 저는 비오는 날이 좋아요. 창밖이 조용해지거든요. 먼지 많은 한국은 지금보다 비가 훨씬 자주 와 줘야 합니다.

 

 

 

 

 

 

 

 

 

이 영화 포스터의 회색조 사진도 한참을 뜯어봅니다. 구도, 명암, 질감, 색감, 전부 마음에 듭니다. 그레인grain이 특히 멋진데, 이것 때문에 오히려 사진이 부드럽고 따뜻해 보여요. 

 

사진을 많이 찍긴 해도 흑백으로 찍어 보거나 이미 찍은 사진을 흑백으로 전환해 본 적은 없었는데, 얼마 전 블친께 사진 보정에 대해 배우다가 궁금해져 보정 프로그램Photoshop에서 흑백 사진과 관련한 옵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미 흑백 사진이 되었는데 그 안에서도 또 '색상'별로 회색의 강도와 뉘앙스를 조절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사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죠. 오묘한 흑백 사진의 세계. 심오한 회색빛 제국.

 

그런데...

이 살색 난무하는 영화를 아이맥스로 보라고?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1편을 보았습니다.

 

여주인공은 뭐든 처음 겪는 거니 놀라고 얼떨떨해하기만 하면 되는데,

남주인공의 'character build-up'이 안 돼 몰입하기가 힘듭니다.

그가 왜 이런 도착 성향을 갖게 되었는지, 왜 이래야만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아 영화 끝날 때까지 머리 위에 물음표가 한 가득.

 

강렬한 감정이 동반된 강도 높은 성애 장면을 보고 싶은 분들은 차라리 <색,계>(2007)나 한 번 더 보세요. 명작이죠.

평소 하도 '하드코어'한 걸 봐서 그런지 저는 이 <Fifty Shades of Grey>(2015)가 영 싱겁고 매가리 없게 느껴집니다.

영국의 영화 평론가들은 SNS에서나 끄적거릴 만한 형편없는 원작 소설 가져다 영화로 이 정도 만들었으면 감독의 역량이 대단한 거라며 도리어 감독을 위로(?)하더군요. 

 

그래도 저더러 이 영화의 훌륭한 점 한 가지를 꼽으라면,

사진의 여주인공 좀 보세요.

제 가슴과 동급인 저토록 소박한 가슴으로 에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세상이 바뀌고 있나 봅니다. 꺅, 희망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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