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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기후가 영국인들의 미감에 미치는 영향 ② 화장품 본문

영국 이야기

영국의 기후가 영국인들의 미감에 미치는 영향 ② 화장품

단 단 2016. 5. 14. 00:00

 

 

 

 

샤넬 아이섀도우를 쓰다가

 

 

 

 

 

 

 

 

 

버버리로 갈아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회사의 제품으로 화장품을 일괄 구매하는 건 화장할 줄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면서요? 마치 주부가 한 회사의 냄비를 세트로 우르르 사는 형국이죠. 저는 화장할 줄도 모르지만 귀차니스트라서 더 그렇습니다. 화장을 잘 안 해서 화장품 사는 일이 매우 드문데, 모처럼 마련하려고 보니 돈이 참 많이 드네요. (핑크 택스 근절해야 합니다.)


이제는 화사한 샤넬보다는 한풀 꺾인 차분하고 웅숭깊은 버버리의 색조들이 더 좋아졌습니다. 영국에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 그냥 나이가 들고 취향이 변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둘 다일 수도 있고요.

 

 

 

 

 

 

 

 

 

가을이 오기 전까지 당분간은 제 눈가가 이 색상들로 물들 겁니다. 발라 보니 오렌지색, 갈색, 분홍색, 보라색 기운이 함께 어우러져 오묘합니다.
☞ Burberry Beauty, Complete Eye Palette - Nude Blush No. 12

 

 

 

 

 

 

 

 


이건 만사 귀찮은 날에 편하게 쓸 용도로 산 단색 아이섀도우입니다.
Burberry Beauty, Eye Colour Silk - Pale Barley No. 102

 

이 색도 차분하고 세련돼 보이죠?
단색이지만 마른 상태에서 쓰면 은은하게, 적셔서 쓰면 좀 더 짙게, 멋진 그라데이션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진회색과 함께 쓰면 '스모키 아이'도 근사하게 나오고요.


저는 쌍꺼풀, 앞트임, 뒤트임, 눈밑 애굣살을 다 갖고 태어나 수술비가 굳었으니 화장품은 좀 비싼 걸 써도 된다고 다쓰베이더를 설득합니다.

 

 

 

 

 

 

 

 


트렌치 코트를 입고 우산을 든 우리 집 바비입니다. 비싼 가방이나 보석에는 관심이 없지만 (누가 사 주거나 쓰던 거 쾌척하는 건 환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를 굳이 하나 대라면 저는 늘 버버리를 꼽습니다. 색감서부터 디자인,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모든 게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바버Barbour도, 버버리도, 참 영국스럽죠. 한국에 있을 땐 이 두 브랜드 옷들을 보며 막연히 영국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영국 와서는 '정말 영국스럽네.'로 생각이 한층 더 또렷해졌습니다. 이런 브랜드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다가 본고장에 와서 몸이 직접 깨닫게 된 거죠.

 

버버리가 향수 외에 화장품도 낸다는 사실은 남성 독자분들은 아마 잘 모르고 계셨을 텐데요, 영국의 날씨가 영국인들의 생각, 습관뿐 아니라 화장품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아래의 버버리 아이 섀도우 색상들을 보면 극명해집니다. 버버리 측에서도 실제로 영국의 날씨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섀도우 색상들을 창조해 냈다 밝히고 있고요. 화방의 물감 진열대처럼 알록달록하거나 화사하지가 않고 차분하면서 우아합니다. 더이상 영국스러울 수가 없어요.

영국의 날씨가 탄생시킨 버버리 트렌치 코트와 버버리 색조 화장품.
그리고 그것들이 탄생시킨 독특한 스타일링과 메이크업.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화장에 취미 있는 분들도 영국식 트렌치 코트 화장법은 따로 숙지를 하고 계시죠. 저도 어른들께 물려받은 (품이 다소 큰) 버버리 코트가 두 벌 있는데, 멋지게 입으려면 아무래도 트렌치 코트 화장법을 공부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우, 그런데, 화장 안 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면 더 좋겠어요. 외출 전에 긴 머리 감고 말리는 것도 일인데 화장까지 해야 하니 성가십니다.

 

 

 

 

 

 

 

 

 

 

☞ 영국의 기후가 영국인들의 미감에 미치는 영향 ① 옷

 

 

 

 

 

 

 

 

버버리는 어째 빨간색도 이토록 우아한지.

저도 이 립스틱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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