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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잘 죽고 싶은 소망

단 단 2024. 7. 3. 23:06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연 순간

읏, 냄새.

어느 집에서 삭힌 생선이라도 먹는 건지.

공동주택에 살면서 이토록 냄새 강한 음식 즐길 생각을 하다니, 참.

 

다음날에도 여전하자 생각을 바꿨다.

어느 집이 해외여행 가면서 이 여름에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지 않고 현관문 안쪽에 두고 갔구나. 쯧.

 

나흘 뒤.

아니다. 이건 음식 썩는 냄새와는 다르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냄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는 관리사무소에 보고했다.

"저... ○층에서 며칠 동안 악취가 나는데 살펴봐주실 수 있을까요. 연세 드신 분도 사시고 하니..."

 

외출하고 돌아오니 이웃집 도어록이 강제로 뜯겨 있었고 경찰들과 119 소방대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아...... 

 

그로부터 한 시간이 못돼 ☞ 하즈마트 수트로 전신을 감싼 전문 인력이 도착해서는 삽시간에 시신을 수습해 갔다. 

신문에서나 보던 '고독사'의 신고자와 처리과정의 목격자가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신속하고 조용히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독거인이 많아진 시대임을, 그래서 지자체와 경찰에 '매뉴얼'이 잘 준비되어 있음을 실감했다. 경찰차와 구급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오고갔으며, 경찰들도 시끄러운 무선 장치 없이 조용조용 일처리를 하고 돌아갔다. 하도 조용히 처리해 다른 호수 사람들은 눈치도 못 챈 듯했다. 이런 일은 이제 너무 흔해 신변 비관에 의한 청년 자살이 아닌 한은 뉴스에도 나지 않는다. 검색하니 누리터에 '특수 청소' 업체가 즐비하다.

 

누군가의 죽음을 이웃이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옆에서 이웃이 스러져 가는 줄도 모르고 나는 내게 닥친 일에 골몰하고 있었다.

 

고독사는 미혼자나 비혼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부부 둘이 살다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은 고독사할 운명이 되고, 자식이 있어도 연이 끊기거나 장성해 타지에 나가 살면 같은 처지가 된다.

 

내 나이쯤 되면 죽음은 그닥 두렵지 않게 된다. 치매로 동거인을 괴롭히게 되거나 오래 아프게 될까 봐 걱정이지. 죽은 이웃은 결혼하지 않고 홀로 늙어가면서 치매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이웃인 나는 그가 치매 환자인 것도 몰랐다. 이사 온 날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건넸더니 심술궂은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고 대구를 하지 않길래 속으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했다. 그후로 마주칠 때마다 몇 차례 더 인사를 건넸으나 응하지 않아 소통 없이 지냈다. 독거인이 치매를 앓고 있으면 병이 있어도 치료받거나 약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으니 문제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미안해서 한동안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시신 수습 다음날에는 멀끔한 새 도어록이 설치되었고, 그 다음날에는 특수 청소 업체가 와서 현장을 정리했다. 조만간 바닥 교체 공사를 하게 될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복도는 조용하고 시취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중이다.   

 

 

잘 죽고 싶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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