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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티숍 방문기] 위타드 오브 첼시 Whittard of Chelsea

단 단 2009. 12. 5. 02:19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위타드 오브 첼시>.

점원이 시음용 차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홍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재료나 향료를 넣어 향을 낸 가향차보다는 다른 종류의 찻잎끼리 섞은 블렌딩 차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스트레이트로 즐기기보다 우유 타서 마시기를 좋아하는 국민적 기호 때문일 것이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타서 마시면 그냥 마시는 차에 비해 좀 더 푸근한 맛이 있긴 하다. 흐린 날씨 탓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인데- 영국인들은 과장된 향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영국 과자나 케이크들은 프랑스 것들과 달라 바닐라 향이 과하지 않다.) 단, 재료 자체가 가진 향은 매우 즐기는 편이다. 왜 음식이 그토록 단순해 보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는 요란한 소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간단히 답한다. 

이 말은 어느 정도 맞는 구석이 있다. 영국에서 장을 볼 때마다 농산물이 마치 밭에서 갓 따온 것처럼 싱싱하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일전에 BBC의 농업 관련 도큐멘터리를 보니 자국내 농산물의 유통 단계와 유통에 걸리는 시간이 놀라울 정도로 짧다. 그러니 수퍼마켓에서 사는 야채 과일의 향이 생생히 살아 있을 수밖에. 우리 집 요리도 대부분 살짝 데치거나 소금 뿌려 굽는 정도가 전부로, 영국에 살다 보니 재료 자체의 맛과 향에 더 이끌리게 되어 조리법은 점점 더 단순해지는 반면 재료를 고르는 데는 점점 더 까다롭게 된다. 

그런데, 이런 영국에서도 여러 종류의 가향차를 선보이고 있는 대중적인 홍차 회사가 있다. 바로 <위타드 오브 첼시>다. 영국인들 중에서는 이 위타드의 차가 어쩐지 영국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누리터에서 간혹 보게 되는 영국인들의 블로그에는 위타드의 인스턴트 차나 가향차들이 탐탁치 않다는 글들이 더러 눈에 띈다. 물론 자기 블로그에서 홍차의 맛을 진지하게 논하는 영국인을 만날 일은 극히 드물다. 이들에게 차를 마신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상다반사'이므로 우리나라나 일본에서처럼 홍차 마시기가 젊은 여성들 위주의 '호사'스러운 취미일 리 만무하다. 나처럼 예쁜 홍차 깡통 모으며 즐거워하는 영국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홍차를 인문·사회학적으로 이해하려는 보다 학구적인 노력들은 있다. 자기들 문화의 깊은 한 뿌리이므로. 

위타드의 차를 두고 유행을 좇느라 홍차의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하는 영국인들은 아마도 위타드의 차보다는 하이스트리트 어디서나 눈에 띄는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해로즈>도, <포트넘 앤드 메이슨>도, <트와이닝스>도 런던 딱 한 곳에밖에 없는 반면 위타드의 매장은 전국 어디에나 있으니 말이다. 영국 내에만 무려 130개나 되는 매장이 있다고 하니, 게다가 우후죽순 많은 것도 못마땅한데 인스턴트 가루 홍차까지 팔다니, 이래저래 탐탁치가 않은 것이다.

그렇긴 해도 나는 숍 앞을 지날 때마다 시음용으로 나누어 주는 이곳의 새콤달콤한 인스턴트 가향차들도 꽤 마음에 든다. 공짜로 얻어 마셔서 그런 걸까?


 

 

 

 

 

 

 위타드 오브 첼시의 느낌은 뭐랄까,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듯.
홍차 외에도 새콤달콤한 인스턴트 가향차들과 티푸드, 

선물의 집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다구를 많이 갖춰 놓고 있다.


 

 

 

 

 

훗날 조카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티타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위타드 숍에서 런던의 명물 보비 경찰관 아찌가

핸드 페인팅된 대용량 티포트를 하나 장만했다.

한 녀석은 곧 중학생이 될 텐데 주니어용

예쁜 티포트와 티컵 세트를 선물해 줄까 생각 중.



☞  Whittard of Chelsea


한국에도 배송을 한다 하니 관세 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혜롭게 주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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