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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중국 여행 가서 차 좀 사 오지 말라

단 단 2010. 10. 16. 21:24

 

 

 

 

 

중국 여행 가서 차 좀 사 오지 말라. 특히 보이차. 꼭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여행 가면 가이드 따라 <차박사가>나 <천복명차> 같은 곳에 들어가 "이 차는 미용에 좋구요, 위장에도 좋구요, ..." 하는 말에 현혹돼 저렴하지도 않은 차를 덥석 사 갖고들 오신다. 다예사 언니들의 물 따르는 솜씨가 혼을 쏙 뺄 정도인 건 인정하나 그런 건 모로칸 티룸에서도 실컷 볼 수 있다. 너도나도 다예사 언니들이 나누어 주는 차 한 잔씩 얻어 마시고는 비싼 차들을 덥석. 참, 부모님 것도 사야지, 하면서 한 개 더 덥석. 한국에서 사려면 관세 때문에 몇 배로 비싸진다니 이때 사 둬야지, 하면서 또 덥석.

 

<차박사가>나 <천복명차>도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시음하라고 우려 준 차와는 다른 질 나쁜 차를 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다. 그 자리에서 포장 뜯어 확인 할 수 없으니 품질을 알 길이 없다.

 

 

 

 

 

 

 



녹차나 청차를 사 올 때는 바가지는 쓸지언정 그런 대로 문제 될 게 없으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몸에 좋다니까, 요즘 유행한다니까 오래 묵었다는 '만병통치약' 보이차를 사 오는 건 자칫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오래 묵은 느낌을 내기 위해 차에 극악무도한 약품처리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하니.

 

당장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의 '지식in', 'Q & A' 코너를 찾아 보라. 보이차 관련해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


"지인이 중국 여행 갔다가 사다 준 보이차인데요, 이거 마셔도 될까요? 진짠지 가짠지 좀 봐 주세요."


선물 받았으니 버릴 수는 없고 먹자니 가짜가 판친다는 말에 마음은 찜찜하고 해서 전문가들한테 감별 좀 해주십사 보이차 포장지부터 속살까지 요리조리 자세히도 사진 찍어 올려 놓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구구절절 친절한 답변을 다는 '전문가'들은 대개 자기들이 한국에서 보이차를 파는 상인이기 때문에 남의 차는 다 쓰레기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지사. 전문가라는 사람이 내 차를 "쓰레기", "하급", "저질" 보이차라고 한 이상 마실 엄두는 더더욱 낼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 기껏 비싼 돈 들여 선물해 주고도 고맙다 소리 못 듣고 상대방을 고민에 휩싸이게 할 바에야 차라리 선물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다. 정 차를 사 오고 싶으면 자기가 마실 차나 소량 사 오면 된다. 중국 여행 가서 차를 사 오는 것과 런던 여행 가서 차를 사 오는 건 똑같은 일처럼 보여도 실상은 좀 다르다. <해로즈>나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홍차들이 중국의 뛰어난 공부 홍차들에 비하면 물론 값도 싸고 급도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속아 사는 건 천지 차이다. 이곳의 홍차들은 이미 수십년간 전세계 수많은 구매자들에 의해 제품의 위생 상태나 품질, 등급 등이 검증되어 적어도 마셨을 때 몸에 해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건차와 엽저 모습까지 참 자세히도 기록한 우리 한국의 야무지고 꼼꼼한 홍차 애호가 언니야들의 시음기가 누리터에 많이 올라와 있으니 구매 전 참고하기에도 좋다.


아래에 인용한 글은 누리터에 떠돌아 다니는 보이차 관련 유머. 정확한 출처를 파악할 수 없었으니 혹시라도 이 글의 원작자를 아시는 분은 귀띔해 달라. 차 문외한이 중국 여행 가서 보이차를 함부로 사 오면 안 되는 이유, 2번에 답이 있다.

 


보이차 폐인들의 24가지 습관


1. 왜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을 싫어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2. 체인점 '천복(天福)명차'에서 싸구려 보이차를 구매하는 사람을 보면 비웃게 된다. (나도 하나 선물 받았는데. ㅋ)


3. 누군가가 "이야, 이 보이차는 건당으로 구매해도 좋겠는데..."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4. 폭풍우가 일 때면 제일 먼저 자신의 보이차 창고로 간다.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보이차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5. 동그란 보름달을 보면 유난히 보이차가 생각난다.


6. 중국을 방문할 때 모든 보이차 가게에 들어가 본다.


7. 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보이차 책을 둘러본다.


8. 시금치 무침을 먹으며 시금치가 통통한지, 탄화된 것은 없는지 자연스레 관찰하게 된다.

 

9. 배는 고프고 집에 라면은 없을 때 서재에 쌓여 있는 보이차를 보고는 뜯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0. 보리차를 마셔도 회감을 기대한다.


11. 자기 동네 지리는 잘 몰라도 보이차 생산 지역들은 훤하게 꿰고 있다.


12. 콩나물국의 탕색이 뿌여면 절대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13.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간다면 전 재산을 다 털어서 보이차를 샀을 거란 상상을 한다.


14. 자신의 첫사랑보다 첫 번째로 마신 보이차에 대해 더 추억을 느낀다.


15. 물을 포함한 모든 음료수를 마실 때 탕색을 보고 냄새를 맡아 본다.


16. 어떤 모임에서든 결국에는 보이차에 관한 이야기로 끝나는 자신을 발견한다.


17. 자신의 침실과 거실을 보이차 창고로 꾸밀까 생각해 본 적 있다.


18. 이번 해외 여행은 당연히 발리가 아닌 운남이다.


19. 아껴 먹는 보이차일수록 제일 먼저 떨어진다. 

 

20. 어디를 가든지 항상 소타차를 가지고 다닌다.


21. 보이차의 말린 엽저로 만든 베개를 베고 잠을 잔다.


22. 중국어를 배울까 심각하게 고민해 본다.


23. 보이차는 알아도 푸얼차를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24. 모든 비밀번호를 7572로 바꾼다.

 

 

나는 보이차를 마시지 않지만 이거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 같다. 가만 보면 한국에서 보이차 좀 마신다는 분들은 중국의 유명 체인점 보이차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보이차에 대해 일자무식하니 나는 감별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마시지 않으련다. 우리 집에도 현재 선물 받은 보이차가 많이 있다. 차 좋아한다니까 여기저기서 다들 보이차를 보내 주셔서 집에 쌓여 있다. 묵힐수록 맛과 향이 좋아진다 하니 당분간은 그냥 둔 채 공부를 좀 해야겠다. 아마도 보이차 고수들이 비웃어 마지않을 차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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