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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밖에서 차 마시기

단 단 2010. 11. 11. 04:35

 

 

 

 

 

소식이 없어 궁금해하실 친구분들을 위해 잠시 기척을.

 

저는 잘 있습니다. 좀 바쁩니다. 요즘은 하프시코드Harpsichord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하프시코드 룸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저 두툼한 손은 잠시 짬을 내어 놀러온 다쓰베이더의 손입니다.

 

 

 

 

 

 

 

 


피아노에서 보던 검은 건반, 흰 건반이 반대로 되어 있으니 느낌이 새롭죠? 다크한 기운이 물씬, 다쓰베이더 삘이 좀 납니다.
어? 이건 쳄발로Cembalo 아닌가요? 하시는 분들.
쳄발로와 하프시코드는 같은 악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쳄발로 = 이태리어.
하프시코드 = 영어. 

 

 

 

 

 

 

 

 

 

요건 '버지날Virginal'이라는 악기입니다. 하프시코드보다 작으나 소리는 더 크고 까랑까랑합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옛날 악기입니다. 두툼한 손은 역시나 다쓰베이더의 손. 모델료 줘야겠습니다.

 

바빴다니, 그럼 그동안 차 마실 시간도 없었겠네?

 

 

 

 

 

 

 

 

 

그럴 리가 있나요. 밖에서 푼돈도 쓰기 싫어 이렇게 간이 차도구를 꼭꼭 챙겨 갖고 다니는걸요. 사실, 돈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밖에서 사 마시는 차들은 석회 범벅 수돗물에 우린 거라 맛이 형편 없거든요. 우리 집은 생수를 사다가 한 번 더 걸러서 씁니다. 그런데도 물 맛은 여전히 꺼끌꺼끌 밍밍, 눈물 나게 맛 없습니다. 단단의 중국 친구들은 여기 영국 물이 자기네 중국 물보다 훨씬 낫다고 수돗물을 그냥 꿀꺽꿀꺽 잘도 마셔댑니다. 한국은 물 맛에 있어서는 한참 복 받은 나라입니다. 그러니 한국에 계신 분들, 차 우려 드실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드셔야 합니다. 물 아껴 쓰시고요.

 

오늘의 Tip.
요즘 같은 추운 날 밖에서 차 드실 일 있으면요, 보온병을 홍차 티포트 데우듯 뜨거운 물로 한 번 화끈하게 데운 후 새로 끓인 물을 담아 갖고 나가 보세요. 열탕이 훨씬 더 오래 가서 좋답니다. 뚜껑을 여니 김이 펄펄, 난방도 안 되는 추운 방에 있다 위로를 얻습니다. 집에서 차를 미리 우려 갖고 나가시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 맛이 써지고 찻물도 까매지거든요. 보온병에 한 번 냄새가 배면 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 보온병에는 반드시 맹물만 담도록 합니다.

 

하프시코드 얘기를 꺼냈으니 소리를 좀 들려드려야겠습니다. 옛날 악기인 하프시코드를 가지고 이렇게 현대적인 곡을 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프시코드는 피아노보다 건반이 가벼워 훨씬 빨리 칠 수 있는데, 이 점을 이용해 재미있게 곡을 쓴 작곡가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들으면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탕에 빠지게 되죠. 저거 치는 사람은 악보 쫓아가며 쳐내느라 죽어나고요.

 

 

 

 

 

 

 

 

 

헝가리 태생 독일에서 활동했던 작곡가 리게티G. Ligeti의 <콘티뉴엄Continuum>입니다. 연주자를 영어로 'player'라고 하죠. 이 영상을 보면 건반 위에서 '논다'는 느낌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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