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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사물

크리스마스가 무지 좋지 말입니다

단 단 2010. 12. 19. 06:24

 

 

 

 

 

미국에서 소포가 날아왔습니다. 이 분한테서 온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찍을 때는 특별히 화환을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들인 습관인데 평생 지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Fragile - 깨지기 쉬우니 취급에 주의해주세요.


우리 홍차인들은 이 글이 있는 상자를 보면 흥분 모드로 돌입하지 않습니까?


다구가 들었다는 소리죠. 흥분의 도가니탕입니다. 겨울인데 추위도 잊었습니다. 이 비장의 다구는 내일 손님 치를 때 쓰면서 올리도록 하고 오늘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손님이 많이 올 텐데 집에 있는 찻주전자가 다 1~2인용뿐인 데다 제각각이니 이를 어쩔꼬 궁리하고 있던 찰나, 대용량 주전자가 손님 치르기 직전에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이 분, 제 속을 들락날락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 다양한 홍차들도 같이 보내 주셨습니다. 오늘은 <비글로우> 사의 '에그노깅'과 '화이트 쵸콜렛 키세스'를 우려 봅니다. 비글로우 사의 홍차는 처음 접해 봅니다. 영국에 있으면요, 의외로 홍차 촌놈 되기 딱 좋답니다. 기라성 같은 자국의 홍차 회사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맛의 외국 향홍차들이 수입돼 들어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찾는 사람도 드물고요. 영국인들은 대체로 이런 차들은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거나 찻잎의 저급한 품질을 가리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실제로 그런 차들이 많긴 하지요.) 가령, 이런 식입니다.

 

"딸기향 홍차가 왜 필요하지? 딸기잼 바른 스콘도 있고, 빅토리아 샌드위치도 있고, 비에니즈 월스Viennese whirls도 있고 스트로베리 타트도 있는데?" (모두 영국음식)

 

얼그레이라는 막강한 향홍차가 있으니 그걸로 만족들 하는 모양입니다. 자스민도 아주 좋아들 하는 것 같습니다. 또, 겨울철엔 크리스마스 홍차도 즐길 수 있고요. 단단은 영국인이 아니므로 다양한 향홍차들을 경험해 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분들로부터 여러 종류의 차를 선물 받으면 눈밭의 개처럼 뛰며 좋아합니다.

 

 

 

 

 

 

 



미국과 일본에 주로 기발하고 맛있는 향홍차들이 많은데, 오늘 이 선물을 보내주신 분이 미국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미국 회사들의 맛있는 향차들을 종종 보내 주시곤 합니다. 저로서는 감개무량, 덩실덩실이죠. 둘 다 아주 맛있네요. '에그노깅'이란 차는 처음 접하는데(촌놈 맞다니까요.),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에그녹'이라는 술 맛을 알 턱이 없지요. 그런데도 단단과 다쓰베이더는 이 차의 향이 아주 익숙하고 좋습니다. 왜 익숙할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베이킹 할 때 나는 향과 비슷해 그런 것 같습니다. 달걀, 계피, 술, 우유... 단단표 브라우니나 쵸콜렛 케이크 등에서 이런 비슷한 향이 나거든요. 저기 저 예쁜 빨간 봉투의 쵸콜렛향 홍차도 맛있었습니다. 나머지 차들도 하나 같이 유명한 회사의 유명 가향차들이라 기대가 됩니다.

 

사진에 있는 머그 이야기를 할게요. 선물 받은 게 아니라 단단의 크리스마스 머그 콜렉션의 일부입니다. 크리스마스 머그는 이 때 잠깐 나왔다 사라지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기를 쓰고 잡아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 파란색 머그는 평소에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빨간색은 크리스마스 때만 보입니다. 일본풍 귀여운 그림 머그, 스타벅스 로고 대문짝만 하게 찍힌 머그, 이런 건 콜렉션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오늘의 차음식은 영국의 전통 간식거리인 <웰쉬 래어빗
Welsh Rarebit>입니다. 집에 있는 식빵이나 바게뜨를 앞뒤로 먼저 바삭하게 구운 뒤 체다와 에일, 잉글리쉬 머스타드 등으로 소스를 만들어 올려주세요. 그 후 그릴에 치즈가 살짝 흘러내릴 정도만 구워 주시면 됩니다. 좋아하는 채소를 같이 얹어 주셔도 되고요. 대개는 토스트 형태로 만들지만 머핀틀에 넣어 사진에 있는 식으로 만드셔도 됩니다. 순식간에 만듭니다. 만들기도 쉬우니 집에 오래 묵어 뻣뻣해진 식빵이 있다면 처치할 겸 한번 해보세요.

 

 

 

 

 

 

 


 
크리스마스 머그는 앞으로도 한참을 더 모아야 합니다. 단단의 집에 손님이 가장 많이 오는 경우를 생각해 봤더니 단단의 친정 식구들이 모일 때이더군요. 단단의 친정은 대식구입니다. 명절이나 생일 때 다 모이게 되면 자그마치 15명이 와글댑니다. 집 치우고 상 차리느라 늘 고생하는 새언니들 수고도 덜 겸 언젠가는 단단이 크리스마스 찻상 근사하게 차려놓고 가족들을 불러야겠습니다. 그러려면 머그가 최소한 15개는 있어야 하지요. 가족 수가 계속 불어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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