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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이국 향신료 팍팍팍, 진저브레드 비스킷 본문
아니, 요즘 한국이 그렇게 덥다면서요? 믿거나 말거나, 저흰 두꺼운 내복을 입고도 덜덜 떨다 못 견뎌 엊저녁엔 난방을 좀 했습니다. 추워 죽것어요, 아주. 차생활이 다소 단조로워졌습니다. 홍차는 무조건 머그 한가득 담은 수퍼마켓표 종이 티백 밀크티입니다. 우아하게 공부차 우려 '바디감'이 어쩌고 할 계제가 아녜요, 지금.
하도 추워 오늘은 매콤한 비스킷으로 몸이나 훈훈히 데워 보세 하고 난생 처음 진저브레드 비스킷을 다 구워 보았습니다. 사람 모양 비스킷 커터가 없어서 크리스마스 땡처리 할 때 사 둔 커터를 썼습니다. 생강가루만 넣으면 매가리가 없으니 이런저런 향신료를 더 넣어 제대로 풍미를 살려 봅니다. 비율은 취향껏 조절하시면 되겠습니다. 단것 싫다고 당밀 양을 줄이면 맛과 향이 제대로 안 나니 너무 줄일 생각 마시고요. 자고로, 차는 씁쓸하고 과자는 달아야 하는 법. 참고로, 영국에서는 당밀을 트리클treacle, 미국·캐나다에서는 몰래시스molasses라고 부릅니다.
재료
• 무염 버터 60g, 당밀. 골든시럽과 함께 냄비에 녹여서 씁니다.
• 당밀black treacle/molasses 50g. 정제·가공하지 않은 원당액. 없으면 머스코바도 설탕을 동량으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 골든 시럽 30g. 블랙 트리클만으로 단맛을 내면 쓴맛이 좀 나므로 섞어 씁니다.
• 생강가루 1작은술. 매콤한 맛을 더 내고 싶은 분들은 양을 늘리셔도 됩니다.
• 시나몬 가루 1작은술. 생강과는 찰떡 궁합.
• 올스파이스allspice 한 알. 한 알만 갈아 넣어도 충분.
• 정향clove 한 개. 이것도 풍미를 살리는 데 좋으니 적은 양이라도 꼭 넣으세요. 정향맛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 넣으셔도 됩니다.
• 소다 1/2 작은술 [1작은술=5ml] 베이킹 파우더말고 반드시 소다.
• 중력분 밀가루plain flour 165g
만들기
1. 냄비에 버터, 당밀, 골든 시럽, 향신료를 넣고 저어 가며 끓인다.
2.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려 소다와 밀가루 한데 체친 것을 넣고 잘 섞는다.
3. 가볍게 반죽해 원반 모양으로 만든 뒤 랩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15-30분간 휴지시킨다.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4. 밀가루 뿌린 작업대에 반죽을 올려 5mm 두께가 되도록 민 다음 원하는 모양의 커터로 찍는다. 커터에 밀가루를 묻혀 찍으면 반죽이 덜 달라붙어 작업하기가 수월해진다. [장식용으로 쓰려면 두께를 반으로 줄이고 굽는 시간도 다소 줄이셔야 합니다.]
5. 달라붙지 않게 조치를 취한 베이킹 트레이에 올려 12-15분간, 혹은 그 이상 굽는다. 집집마다 오븐 성격이 다르니 굽는 시간은 알맞게 조절한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구워야 수분이 날아가 바삭하다. 중간에 베이킹 트레이 방향을 한 번 바꿔 주어 골고루 익도록 한다. 다 구운 뒤에는 식힘망에 옮길 생각 말고 베이킹 트레이 위에서 그대로 식힌다. 그래야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예쁘다.
6. 완전히 식은 다음 장식을 한다. 끝.
크리스마스가 아니니 아이싱 작업은 생략하고 그냥 꼬챙이로 구멍이나 숭숭 내 소박하게 꾸며 보았습니다. 쇼트브레드보다 밀크티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데다 버터 양도 적고 달걀도 안 들어가 재료비도 저렴합니다. 다쓰 부처는 현재 이렇게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진저브레드 비스킷의 역사
진저브레드만큼 풍부한 역사를 갖는 과자가 또 있을까요? 진저브레드는 세계 각지에서 먹던 건데 이를 모양 낸 바삭한 비스킷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잉글랜드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1558-1603) 때 만찬에 참석한 손님들 형상으로 만들어 내 깜짝 선물을 했다죠. 중세 때는 마상 창 시합joust에 나가는 기사들에게 하트 모양과 방패 모양의 진저브레드를 건넸다고도 하고요. 생강이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진저브레드와 진저브레드 비스킷이 각별한 선물이 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보약을 먹고 있는 거다
이 진저브레드와 진저브레드 비스킷이 옛 시절엔 약으로도 쓰였다 합니다. 차도 약으로 취급 받던 시절이 있었으니 홍차에 진저브레드 비스킷을 곁들여 먹는 건 옛 사람들이 볼 때 지극히 보약스러운 거지요. 옛날 진저브레드 비스킷 몰드가 요즘 것들에 비해 얼마나 근사했는지 사진 몇 장 올려 드릴 테니 한번 감상해 보세요. 골동품은 현재 몇 개 안 남아 매우 귀하므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물건들은 옛것들을 본떠 만든 레플리카가 대부분입니다. 오늘날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실리콘 몰드나 플라스틱·스테인레스 스틸 커터와 비교해 보면 이것도 넛크래커와 비슷한 형국이라 옛날 물건들이 훨씬 정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 왕족, 귀족, 평민 등의 인물을 담은 건 영국의 '진저브레드맨 비스킷'이고,
▲ 성 니콜라스 모양을 한 건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스페퀼로스speculaas 혹은 스페퀼라스speculoos.
영국 진저브레드맨 비스킷에 비해 향신료가 덜 들어간다.
<로투스Lotus> 비스킷이 바로 이것.
▲ 1807년의 영국 요리책 《A New System of Domestic Cookery》에 실린 진저브레드 레서피. 이국 향신료가 듬뿍.
▲ 2015년 크리스마스용.
장식용은 좀 더 얇고 단단하고 색이 진해야 좋다.
레서피는 ☞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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