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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클로티드 크림 clotted cream 활용법

단 단 2012. 6. 28. 07:46

 

 

 

 해질 무렵 찍은 클로티드 크림. 포장이 산뜻해졌습니다.

 

 


한국에도 클로티드 크림이 들어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그런데, <데본 크림 컴퍼니The Devon Cream Company> 것으로 들어갔다면서요? 이곳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주로 <로다스Rodda's> 사의 '코니쉬 클로티드 크림'을 갖다 놓고 팔기 때문에 단단은 항상 로다스 것을 사 먹습니다. 한국에 들어간 <데본 크림 컴퍼니> 사의 클로티드 크림[아래 사진]은 장기 보관이 가능해 주로 수출용으로, <로다스> 것은 유통 기간이 짧아 내수용으로 공급됩니다. 맛은 <로다스> 것이 '넘사벽'으로 좋습니다. 한국에 들어간 <데본 크림 컴퍼니> 것을 <로다스> 수준의 맛과 질감으로 끌어올리려면 버터를 좀 섞어서 더 고소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셔야 할 겁니다.

영국 클로티드 크림에 대하여

 

 

 

 

 

 

 



데본과 콘월Cornwall이 서로 자기네가 클로티드 크림 원조라고 으르렁거린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 두 고장 사람들 외에는 현재 아무도 이런 원조 싸움에 개의치 않지만요. 콘월 사람들이 선수를 쳐 유럽연합에 PDO(Protected Designations of Origin, 원산지명칭보호제)를 신청해 받아들여졌고, 이로써 콘월 지역에서 나고 자란 소들의 젖으로만 만든 '콘월 클로티드 크림Cornish Clotted Cream'이 고유명사처럼 되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데본, "그렇다면 우리는 클로티드 크림 대신 아예 '데본 크림 티'를 등록하겠다"며 맞수를 두었지요. '크림 티'는 홍차와 스콘, 그리고 스콘에 발라 먹는 클로티드 크림과 잼으로 구성된 찻상을 말합니다. 데본과 콘월 모두 영국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지역의 목초지는 질 좋기로 유명해 우유 생산에 매우 유리합니다.

 

 

 

 

 

 

 



<로다스> 클로티드 크림 뚜껑을 열면 우선 포실포실한 크림 더께를 보게 됩니다. 전에 말씀 드렸듯이 클로티드 크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더께이기 때문에 상에 낼 때 포함시켜 주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었습니다. 더께 아래에는 실크 같은 크림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크림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심지어 제과제빵의 나라 프랑스 사람들조차도 놀란다고 합니다. 영국에는 저 프랑스나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처럼 올리브가 나질 않아요. 그 때문에 이들 국가들처럼 올리브유를 활용한 산뜻한 요리 대신 가축의 젖이나 고기에서 나오는 '헤비'한 유지들을 사용한 무거운 요리들이 많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덕분에 이런 고소하고 맛난 클로티드 크림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또 하나, 온갖 종류의 파이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영국은 파이의 나라죠. 파이 껍질의 노하우는 바로 영국식 유지에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영국 여행 오시면 수퍼마켓에 잠깐 들러 크림과 유지 종류를 한번 세어보세요. 재미있을 겁니다. 건지Guernsey, 저지Jersey, 애셔Ayshire 등 소 품종별로도 크림이 나뉘어 있는 데다, 소젖, 양젖, 염소젖 등 동물별로도 또 구분이 됩니다.

 

 

 

 

 

 

 


크림 티 = 홍차 +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얹은 스콘

 

 


영국에는 찻상 앞에서 벌이는 세 가지 해묵은 논쟁이 있습니다.

찻잔에 우유를 먼저 넣느냐 홍차를 먼저 넣느냐.

크림 티 먹을 때 스콘 위에 클로티드 크림을 먼저 얹느냐 잼을 먼저 얹느냐.

잼은 딸기잼이냐 라즈베리잼이냐.


첫 번째 논쟁은 화학자들에 의해 이미 결론이 났지요. 우유를 먼저 넣는 게 맛과 영양 모든 면에서 더 낫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예전에 써둔 ☞ 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잼과 크림 문제는 개인의 취향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콘월과 데본 지역 사람들 사이의 쓸데 없는 감정 싸움의 혐의가 짙습니다. 데본 사람들은 스콘에 크림을 먼저 얹고 잼을 나중에 올립니다. 빠알간 잼이 맨 위에 올라와 있으면 일단 보기에 더 예쁘지요. 다쓰베이더가 이 데본 방식을 선호합니다. 잼돌이 다쓰베이더는 쨍한 잼맛을 먼저 느낀 뒤 '쑤딩soothing'한 크림으로 마무리 하는 게 좋답니다.

 

콘월 사람들은 반대로 크림을 나중에 얹지요. 단단은 이 방식을 선호합니다. 저는 부드러운 크림이 먼저 입술에 와 닿는 게 좋더라고요. 콘월 사람들은 데본 사람들을 향해 종종 이런 야유를 퍼붓기도 합니다.
"헹! 늬들 크림은 질이 형편없나 보지? 위에 당당히 얹기가 부끄러워 잼으로 가리려는 수작인 게야."
ㅋㅋㅋㅋㅋㅋ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데본 방식 크림 티:

홍차는 반드시 우유를 넣은 밀크티. 스콘은 반을 갈라 클로티드 크림을 바른 후 잼을 얹는다. 즉, 'cream first'. 그리고 잼은 반드시 딸기잼.


콘월 방식 크림 티:

홍차는 취향껏(다쓰 부처는 크림티에 알싸하고 깔끔한 다질링을 마십니다.). 스콘은 반을 갈라 먼저 버터를 얇게 바르고 잼을 얹은 후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얹는다. 즉, 'jam first'. 잼은 역시 딸기잼.

 

이제 머릿속이 정리가 좀 되십니까?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크림을 먼저 바른다는 데본식이 42.6%, 잼을 먼저 바른다는 콘월식이 57.4%를 차지합니다. 이런 투표도 다 하고, 하여간 재미있는 나라예요. 최근에는 딸기잼 대신 라즈베리잼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크림 티에는 딸기잼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또, 많은 사람들이 라즈베리잼이 더 쨍하고 맛있다는군요. 껄껄

 

 

 

 

 

 

 



영국에서는 클로티드 크림을 스콘에만 발라 먹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을 합니다. 일단, 크림을 사용하는 모든 디저트에 크림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 빤나 꼬따panna cotta가 보이죠? 더블 크림만 쓰지 않고 클로티드 크림을 좀 섞어주면 좋지요.

 

 

 

 

 

 

 



짭짤한 요리에서는 버터 대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리조또 마지막 단계에 버터 조각 대신 클로티드 크림을 조금 넣어보세요.

 

 

 

 

 

 

 



영국인들의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으깬 감자mashed potato'에 버터 대신 이 클로티드 크림을 넣으면 기가 막히죠. 키슈quiche 충전할 때도 좋고요. 그런가 하면, 아이스크림 회사들은 앞다투어 자사 제품에 이 클로티드 크림을 소량 첨가하고 값을 왕창 올려 받기도 합니다. 클로티드 크림이 고급 크림에 속하고 값도 더 비싸거든요.

 

 

 

 

로다스 누리집에서 퍼온 클로티드 크림 활용 요리 사진들입니다. 레서피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곳을 방문해 보십시오.

Rodda's Cornish Clotted Cream

레서피 외에도 클로티드 크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차 한 잔 갖다 놓고 앉아 찬찬히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클로티드 크림이 뭔지 알 턱이 없을 한국에 수입 업체가 재고 부담의 위험을 감수하고 모처럼 들여 놓았어요. 홍차인 여러분들께서 사랑해주시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다시 못 보게 될지 모릅니다. 장 볼 때 다들 클로티드 크림 잊지 말고 한 병씩 담아 오시는 겁니다. 아셨죠?

 

 

 

 

 

 

 


클릭하면 큰 그림이 뜹니다.

각 유제품 간의 유지방 함량을 비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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