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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티타임 클래식 비스킷

단 단 2012. 10. 18. 09:51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추수감사절을 쇠지 않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 됩니다. 수퍼마켓과 백화점들이 벌써 크리스마스 식품과 용품을 갖다놓고 팔기 시작했어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영국의 전통 티타임 비스킷 모듬을 사보았습니다.

 

출시된 지 백년 넘은 진정한 클래식 과자들도 있고 1950년 이후 태어난 모던 과자들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뭉뚱그려 '클래식 티타임 비스킷'으로 부릅니다. 버터가 잔뜩 든 쇼트브레드shortbread는 어쩐 일인지 클래식 비스킷 모듬에서 빠질 때가 많습니다. 수퍼마켓에서도 물론 팔긴 하지만 쇼트브레드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 메이드' 전통 과자로 분류가 되나 봅니다. 신문사나 과자 회사들이 수퍼마켓 시판 단과자들을 놓고 일년에 한 번씩 설문을 통해 선호도 조사를 하는데, 이때 선택지에서 쇼트브레드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버터가 고급 재료라서 버터 과자들은 값이 약간 더 비싸지는데, 몇푼 안 되는 사소한 차이라 할지라도 서민용 티타임 과자가 되는 데는 영향을 미치는 모양입니다. 저는 영국 티타임 단과자들 중에서는 쇼트브레드를 가장 좋아합니다.

 

 

 

 

 

 

 



크리스마스 머그를 모은다고 전에 말씀드렸죠? 채리티 숍에서 집어온 '로얄 콜렉션' 머그입니다. 금테와 빨간 전사를 입고 있어 억지로 크리스마스 머그에 넣기로 했습니다. 동네 길에서 주운 솔방울 하나 찬조 출연. 깡통이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엉겁결에 사진 찍힌 아마드Ahmad 브렉퍼스트. 개성 있는 홍차입니다. 밀크티로 좋아요.

 

 

 

 

 

 

 



작년 크리스마스 지나 백화점에서 떨이로 샀던 머그 두 개도 이때다 하고 소개해봅니다. 두 개 한 조인 제품들이 어찌된 일인지 매대에 각각 하나씩만 남게 되어 떨이로 나왔었습니다. 냅다 집어왔죠. 저한텐 더 잘된 일이죠. 하나씩만 모으니.


이제 오늘의 주제인 영국 티타임 비스킷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버본
맨 앞에 있는 쵸콜렛색 직사각형 과자. 과자는 약간 쌉쌀한 맛이 나며 달콤한 쵸콜렛 크림으로 샌드. 1910년생. 단단 입맛엔 영 싱겁고 매가리가 없는데 의외로 애호가가 많은 과자임. 과자 맛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진하면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됨.

 

잼 샌드위치
사진에서 해바라기 모양 과자. 쇼트브레드풍 바삭한 비스킷이 라즈베리 잼과 크림으로 샌드돼 있음. '재미 도저Jammy Dodgers'라는 고유명사를 달고 팔리는 것도 있음. 과자 회사마다 모양과 맛이 조금씩 다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도 수두룩함. 50년 이상 된 과자로 추정하나 정확한 출시일은 아무도 모름. 파삭하게 부서지는 쇼트브레드와 이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잼이 매력 포인트.

 

다이제스티브
영국인들은 '디제스티브'라고 발음함. 영국 과자니 영국 발음으로 불러줘야 하나? 플레인 디제스티브의 탄생 시기는 1839년, 쵸콜렛 코팅된 변종은 1925년. 플레인 디제스티브에 비해 한 쪽 면이 쵸콜렛 코팅된 이 쵸코 디제스티브는 서민들에게 일종의 '럭셔리'로 통한다고 함.


영국에서는 온 국민의 소중한 티타임을 위해 티타임용 비스킷과 케이크에는 비과세 혜택을 주는데, 비스킷에 쵸콜렛을 코팅하면 20%나 되는 VAT를 고스란히 다 내야 한다는 희한한 법이 있음.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단단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일 것으로 추측: 쵸콜렛 바른 과자들은 너무 맛있어 나도 모르게 많이 집어먹게 되니 궁극적으로는 의료비 등 복지비 지출을 늘리는 원흉이 됨. 따라서 쵸콜렛 바른 비스킷도 쵸콜렛과 동급으로 취급해 세금을 물려야 덜 사 먹게 됨. (과연?) 그런데 또 쵸콜렛 케이크는 괜찮다고 함. 케이크는 티타임에만 조금 먹기 때문에? 왜일까? (알쏭달쏭)


커스타드 크림
표면에 정교하고 복잡한 무늬를 하고 있는 직사각형 노란 과자. 예쁜 과자 두 쪽이 커스타드 크림으로 샌드돼 있음.
1908년생. 다쓰베이더가 좋아함.

 

오트 샌드
납작하게 누른 오트를 골든시럽golden syrup에 버무려 구운 고소한 샌드 과자. 호주 뉴질랜드의 안작Anzac 비스킷과도 맛이 비슷. 샌드 안 된 것은 '홉놉스HobNobs'라는 고유명사를 달고 맥비티McVitie's 주력 상품으로 팔리기도 함. 단단이 좋아함.

 

코코넛 비스킷
왼쪽 중간쯤에 있는 보실보실한 표면의 과자. 식감이 좋고 코코넛 특유의 화사한 단맛이 남.

 

쵸콜렛 칩 쿠키
아메리칸 클래식도 하나 끼워 줘야.

 

그 외 과자 전체가 쵸콜렛으로 코팅돼 있거나 은박으로 한 번 더 싼 것들은 오렌지 크림이나 기타 부재료로 맛을 낸 럭셔리 과자들. 좌우간 쵸콜렛이 들면 고급임. 은박으로 싼 것들은 더욱 고급인데, 옷 벗겨 먹는 짜릿함이 있음. 은박에 싼 것들은 평소에는 보기 힘들고 크리스마스 때만 잠깐 등장했다 사라짐. 반짝반짝, 크리스마스 기분 내는 데 최고.

 



*   *   *

 



위에 소개해드린 것들말고도 한참 더 있으니 아래의 설문조사표에 적힌 과자 이름을 잘 살펴보세요. 익숙한 것도 있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서민용 저렴한 티타임 비스킷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거니 "왜 내가 좋아하는 고급 비스킷은 없어?" 따지지 마시고요.

 

 

 

 

 

 

 



단단은 '홉놉스'에 투표했고 다쓰베이더는 '커스타드 크림'에 투표했습니다. 올해는 한 쪽 면에 쵸콜렛을 코팅한 디제스티브가 일등을 했군요. 이것도 참 맛있긴 하죠. 디제스티브 특유의 질감, 마음에 듭니다. 배 고플 때 먹어도 든든하니 좋죠. 매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합니다. 어느 한 과자가 요지부동 일등을 하진 않더라고요.

 

 

 

 

 

 

 

 


이건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커스타드 크림입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온화한 과자입니다. 정교한 바로크 패턴을 하고 있어 더욱 우아해 보이죠. 백년 넘도록 사랑 받아온 클래식 비스킷이라 어느 회사든 기본 제품으로 출시를 하고 있으며, 영국인들이 소중히 여깁니다.


영국 수퍼마켓에는 자기네가 창조한 클래식 과자가 참 많이 놓여 있습니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과대포장이 일절 없다는 겁니다. 사진에 있는 과자 좀 보세요. 얇은 비닐 포장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과자가 깨지지 않고 멀쩡히 잘만 들어 있어요. 과자도 포장 끝까지 꽉꽉 들어차 있고요. 과자 값도 영국의 물가나 영국인의 소득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쌉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티타임에는 비스킷 한 조각이라도 곁들여 차를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티타임 비스킷들은 그야말로 티타임에 어울리도록 고안된 과자들이기 때문에 맨입에 먹기에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영국 티타임 비스킷들을 만나게 되면 얼른 홍찻물부터 올리세요. 많이 드시면 안 되고 영국인들처럼 티타임에 딱 한 개씩만 곁들여 드셔야 하는데, 정말 못 참겠다 싶은 분, 두 개까지는 단단이 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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