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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때처의 장례식 날에 본문
자스민 녹차를 우렸습니다. 평소에는 종이 신문을 사지 않는데 이렇게 특별판이 나올 때만 기념으로 사 읽곤 합니다. 신문 속 웃으며 손 흔들고 있는 여인은 누굴까요?
타계한 마거릿 때처 전 수상이군요.
장문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때처의 일생과 집권기(1979-1990)를 전면에 걸쳐 정리해 놓았습니다.
이 시각 현재 영국에서는 때처 전 총리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영국 신문도 보수와 진보가 나뉘지만 기념품으로 간직할 신문이니 이왕이면 때처의 모습이 아름답게, 상징적으로 잘 나온 신문으로 고르고 싶었습니다. 보수 신문인 <타임즈The Times>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타계한 때처 전 총리를 존경한다죠? 저 역시 때처가 대단한 인물임엔 틀림없다고 봅니다. 한국 보수 신문들과 진보 신문들은 각자 자기들 입맛에 맞춰 때처의 업적 중 필요한 부분만 재단해 기사를 쓰겠지요. 칼럼들은 찬양 일색이거나 비판 일색이거나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테고요. 사실, 양쪽 다 일리가 있습니다. 때처가 그만큼 논쟁이 될 만한 인물이라는 소립니다. 영국 내에서도 평가가 갈리니까요. 이럴 때 판단은 각자의 몫이 되는 거죠. 중립을 지켜야 하는 영국 공영 방송 BBC가 제시한 아래의 통계를 보고 각자 평가를 한번 해보세요. ㅋ
그래프에서 흰색 처리된 부분이 때처 집권기입니다. 때처 이후에도 계속해서 보수당이 집권을 합니다. 즉, 야당에 의해 물러난 게 아니라 당내 반대 세력에 의해 강제로 은퇴를 한 거죠.
<샴페인 수입량> - 증가
사치품 소비가 늘었다는 것은 사회 일부 계층의 부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석탄 채굴량> - 감소
때처 집권시 강제 폐업한 광산이 늘고 이에 따라 광부들의 파업이 대대적으로 일었었죠. 이 시기를 다룬 영화로는 <빌리 엘리엇Billy Elliot>, <브라스트 오프Brassed Off> 등이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매각> - 증가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싼 값에 살던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정책을 폈었습니다. 저소득층이 집을 얻은 대신 앞으로 보급할 공공임대주택 수가 줄었지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집을 갖게 된 저소득층이 융자와 자산 보유로 인해 보수화했다는 것. 탁월한 전략가죠.
<가처분소득, 소위 '여윳돈'> - 빈곤층은 그대로, 부자의 여윳돈은 증가
불평등, 양극화 심화.
<해외 여행> - 증가
소득 증가와 항공 여행비가 저렴해진 데 기인.
<국내총생산GDP> -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롤러 코스터
<집값> - 상승
<물가상승률> - 점차 하강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이율을 올렸었습니다.
<이율> - 전반적으로 높아짐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이율을 정책적으로 올렸기 때문.
<주식 보유자株主 수> - 증가
공기업의 민영화에 따른 것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거나 늘린 개인들이 보수화했죠.
<흡연율> - 감소
정부의 금연 운동에 따른 것입니다. 1984년 금연의 날 제정.
<파업일수> - 증가
때처, 노조 무력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1979년 선언.
특히 광산 노조와는 웬수지간이 되었습니다.
<실업자 수> - 2배 이상 증가. 그 이후 지금까지 때처 집권 전 수치로 회복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광산을 박살낸 탓입니다. 영국 북부는 지금도 일자리가 없어 남쪽보다 못 삽니다. 특히 제조업이 문제인데, 유럽 타 국가들에 비해 이렇다할 영국산 물건 찾기가 힘들어요.
한국의 보수쪽 댓글들을 보면 때처가 실업률을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뜨렸다는 헛소리를 하는 이가 많더군요. 잘한 것도 있고 잘 못한 것도 있으나 거짓 정보를 떠들면 안 되지요. 통계를 주의 깊게 보세요. 이후에 미친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비디오 레코더VCR 보유 가구> - 증가
전자 제품의 대중화 시대 도래. 때처의 정책과는 별 상관이 없으나 시대 변화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 * *
<네이버>가 이제 첫 화면의 뉴스를 소비자 선택형으로 바꿨습니다. '충격', '경악', '알고 보니', '헉', 따위 낚시성 제목 안 봐서 살 것 같습니다. 공평을 기하기 위해 저는 보수쪽 신문 3개[조중동], 한국일보, 진보 신문 3개[경향, 한겨레, 프레시안]를 선택했습니다. 국내 언론이 못 미더울 땐 외신들을 두루 살펴보기도 합니다.
선택해 놓고 나란히 제호 면을 비교해 보니 각 신문사의 수준과 정치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ㅋ 제목들을 찬찬히 훑어보니 보수쪽 신문들이 진보쪽보다 자극적인 제목과 연예 기사가 많습니다. 보스톤 마라톤 폭발 사고가 난 날인데, 어쩐 일인지 조선일보만 이를 다룰 생각 않고 연예인 소식, 스포츠, 국내 사건 사고 소식 등으로 채웠네요. 프레시안은 연예 기사, 광고 한 줄 없이 꼬장꼬장해 보입니다. 과연 이 험한 업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제가 다 걱정이 됩니다. ㅋ 때처 관련 보도 중 가장 분석적인 글 하나만 걸고 글을 맺을까 합니다.
그나저나, 저런 식의 통계자료, 꽤 재미있는걸요. 우리나라도 대통령 임기 끝날 때마다 일 잘했는지 못했는지 국민들에게 객관적인 통계를 좀 보여 줬으면 좋겠어요. ■
▲ 편히 쉬시오. 때처가 남긴 유산, 사진처럼 명암이 교차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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