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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다 인연일세 본문
또 다쓰베이더 이야기. 출연료 줘야것네
Q 저 촌스러운 미니 티포원.
뚜껑까지 깨진 것이 어떻게 해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느냐?
다쓰베이더가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느 때와 같이 채리티 숍 순회를 했더랍니다. 마누라 좋아할 만한 골동품이나 빈티지 그릇 어디 없나 두리번거리다 미니 티포원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었다네요. '미니 티포트는 많이 봤어도 미니 티포원은 처음 보네.' 호기심에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선반에서 내리는데, 아, 글쎄 뚜껑이 따로 굴러 떨어져서는 그만...
"제가 깼으니 이건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계산대로 가져갔는데 자원봉사들이 측은했던지 1700원 붙어있던 걸 850원에 주더랍니다. 이렇게 해서 저 촌스러운 미니 티포원이 우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내 그러니까 도자기는 절대 손에 들 생각말고 눈으로만 보라 하지 않았소." 다쓰베이더가 물건을 잘 떨어뜨려요. 손가락에 늘 버터칠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릇가게엔 절대 데리고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본드로 붙여놓고 곰곰 생각을 해보니 아주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쓰 부처가 현재 살고 있는 동네가 아이비 마을이거든요. 벽이건 바닥이건 아이비가 지천으로 퍼져 있어요. 훗날 한국에서 영국을 추억할 때 더할나위없이 좋은 물건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것도 다 인연인 거죠. 용량은 150ml쯤 됩니다.
보세요, 우리 빌라 정원 담벼락에 붙은 아이비인데, 근사하죠?
영국인들은 깨진 티포트를 그냥 버리지 않고 온갖 곳에 활용을 합니다. 아이비가 빼곡하게 덮인 담에 영국 서민들의 전통 티포트인 브라운 베티Brown Betty 모양으로 만든 새집이 걸렸습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새인 예쁜 로빈Robin 한 마리가 둥지를 틀었네요. 로빈은 다쓰 부처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 새이기도 합니다.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는 어느 집의 깨진 티포트가 이렇게 작은 친구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합니다. 새집을 아예 이렇게 티포트 모양으로 만들어 파는 공예가도 많고요. 영국에서는 정원 가꾸기가 전국민적 취미입니다. 심지어 가난을 한탄할 때도 "손질할 정원 한 뼘 없는 처량한 내 신세"라고 한답니다. ㅋ 철 따라 때 맞춰 이런저런 풀 심고 꽃 심고 마지막으로는 야생 동물들을 위한 갖가지 준비를 해놓는다는데, 어느 날 이렇게 준비해 놓은 새집에 새가 찾아와 둥지를 트는 일만큼 인생에 짜릿하고 행복한 일이 또 없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의 유별난 새 사랑에 대해서는 그간 몇 번 소개를 해 드렸어요.
☞ 영국의 새British Garden Birds
☞ 영국인들의 새 사랑이 어느 정도냐 하면
☞ 영국 남자들의 티타임
영국 서민들의 전통 티포트인 ☞ 브라운 베티도 오래 전에 소개를 해 드린 적 있죠. 지금 밖에서는 새 소리가 한창입니다. 짝짓기 철인가 봅니다. 다쓰베이더가 사온 아이비 티포원에는 앞으로 녹차를 우리기로 했습니다. ■
▲ "여보! 저기 있다!" 여가를 자기 집 정원에서 이렇게 보내는 사람이 수두룩. 집집마다 쌍안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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