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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사물

노르딕팬 - 노르딕 웨어 헤리티지 분트 팬

단 단 2013. 2. 11. 01:50

 

 

 

베이킹에 관심 있는 단단은 얼마 전 누리터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미국의 노르딕 웨어 팬들을 써서 구운 케이크들입니다. 근사하죠? 영국인들은 마들렌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반죽을 모양틀에 넣어 굽는 짓들을 잘 안 합니다. 똑같은 크기의 동그란 틴 두 개에 반죽을 나눠 담아 구운 뒤 크림 발라 샌드하고 위에는 크림이나 아이싱을 얹어 먹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동그란 모양의 케이크 말예요. 자르면 웨지 모양이 나오는.


두 나라의 베이킹 스타일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미국인들은 화려한 베이킹을 좋아해서 틀도 다양하고 장식도 다소 요란한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미국식 베이킹이 더 인기 있을 겁니다. 영국에는 고놈의 '티타임'이란 게 있어 남녀노소 불문 일상에서 케이크를 자주 만들어 먹는데, 자주 해먹어서 그런지 모양은 크게 신경 쓰질 않더라고요. 불완전하고 투박한 걸 좋아하는 영국인들 특유의 미감 탓도 있고요. '틀에 박힌'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제과점에서 파는 케이크들도 홈메이드 삘이 물씬 납니다. 이름난 티룸에 가 보아도 선반에 있는 케이크들이 삐뚤빼뚤합니다. '참 솜씨들 없네.' 하고 영국 생활 초기엔 혀를 끌끌 찼는데, 가만 보니 일부러 그러는 거 같아요. 영국에서는 제과점에서 케이크 사다 "내가 만들었어." 뻥 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실 수공예적 관점에서 보면 모양틀을 써서 굽는 게 썩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공들여 이렇게저렇게 짜주머니질 하는 일반적인 크림 케이크와 비교하면 모양틀로 굽는 케이크들은 굽고 나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별로 없거든요.

 

 

 

 

 

 

 

 


하하, 저도 노르딕 웨어의 분트[번트] 팬 하나를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얻어냈습니다! 고르는 데 힘들었어요. 다들 멋지지만 저는 카리스마 넘치는 회오리 팬으로 골랐습니다.

 

 

 

 

 

 

 

 


어휴, 이게 얼마나 크냐면요, 지름이 자그마치 26cm나 됩니다. 부부 둘만 사는 집에 어쩌자고 이렇게 큰 틀을 들였을까요? 단단이 단단히 미쳤나 봅니다. 훗날 가족 모임 때나 쓸 수 있으려나요.

 

 

 

 

 

 

 

 


그래도 개시는 해 줘야지요. 오랜만에 베이킹 해봅니다. 굽고 나서 바로 꺼내면 모양이 다 망가지니 틀 안에서 10분 정도 식혀 줘야 합니다. 10분 식힌 뒤 접시에 받쳐 케이크를 빼내기 직전입니다. 조마조마합니다.
재료비 왕창 들이고 다 뭉개져 나온다면 이런 속상한 일이 또 없겠지요.

 

 

 

 

 

 

 

 


두근두근.
과연 광고 사진과 같이 모서리가 날카롭게 잘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짠. 어떻습니까? 첫 시도치고는 나쁘지 않죠? 틀에서 깔끔히 빼내기 위한 베이킹 고수들의 여러 조언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실온에 두어 말랑말랑해진 버터를 틀 구석구석 꼼꼼히 칠해 준다.


2. 밀가루 대신 튀김이나 토핑용 빵가루를 곱게 빻아 도포를 해주면 더 잘 떨어진다.


3. 시판 이형제 스프레이들은 편하긴 하나 장기적으로는 틀을 상하게 하므로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


4. 구운 뒤 바로 꺼내지 말고 틀 안에서 10분 식힌 뒤 꺼낸다. (약간 수축함)


다른 사람들의 케이크는 어떻게 나왔나 궁금해서 누리터를 뒤져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잘 나온 듯 보이는 것으로 두 장 올려 봅니다.

 

 

 

 

 

 

 

 


앞쪽은 괜찮은데 뒤쪽이 약간 뜯겼군요.

 

 

 

 

 

 

 

 


이건 쵸콜렛 케이크인 모양입니다. 이것도 사진 뒤쪽이 좀 뜯겼네요. 잘 나온 쪽을 앞에 보이게 두는 건 인간의 본능인가 봅니다. 이 사진들이 그나마 잘 나온 것들이었는데, 역시 광고에서처럼 완벽하게 나오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글레이즈 도포하기 전

[크리스마스 머그 - 불량소녀 님 기증]

 

 

 

노르딕 웨어에서 제공한 레서피를 옮겨 적겠습니다. 제품 포장에 레서피가 인쇄돼 있습니다. 저울을 써서 1g 단위까지 정확하게 재는 영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편하게 계량컵과 계량스푼을 써서 베이킹을 하지요. 그런데 이게 편한 것 같으면서도 불편합니다. 녹인 버터도 아닌 고체 상태의 버터를 1컵 잰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녜요. 게다가 영국 1컵과 미국 1컵이 달라서 일일이 환산을 해 줘야 합니다.

 

<국가별 1컵 양>

영국 284ml

영연방 국가 250ml

미국 236ml

일본·한국 200ml

 

영국에서는 컵 단위를 잘 쓰지 않지만 쓸 때는 영연방 국가의 250ml에 맞춰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파는 계량컵들도 250ml에 맞춰서 나옵니다.

 

재료 이름이나 베이킹 용어도 영국과 미국이 다릅니다. 1큰술과 1작은술 양도 다르지만 이건 차이가 워낙 미미해 그냥 무시하고 써도 무방합니다. 아래에 영국식으로 레서피를 다시 써 드리겠습니다.



Lemon, Ginger and Pepper Cake

 

 2-3 tbsp dry breadcrumbs [1tbsp = 15ml]

 2 tbsp freshly grated lemon zest (about 2 large lemons)

 2 tbsp lemon juice from lemons, reserve remaining juice

1-2 tsp grated fresh ginger

420g plain flour [미국식으로는 'all purpose flour']

3/4 tsp baking soda

3/4 tsp baking powder

1-2 tsp ground white pepper [이 후추가 핵심이니 꼭 넣어 보세요.]

225g butter, softened

350g caster sugar [영국에서는 베이킹에 잘게 분쇄한 카스터 슈가를 씁니다.]

3 eggs [영국에서는 달걀을 medium (53-63g) - large (63-73g)로 구별해 쓰는데, 레서피에 달걀 크기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습니다. 저는 large로 썼습니다.]
225g buttermilk

 


Glaze

100g sugar

 Reserved lemon juice plus enough extra lemon juice to make 75ml 

 

 

만들기


1. 오븐은 170˚C도 예열한다. 팬 오븐은 20˚C 낮춰 준다.


2. 틀에 버터 칠하고 빵가루를 도포한 뒤 여분의 빵가루는 떨어 낸다.


3. 작은 그릇에 레몬 제스트, 레몬 즙, 생강 간 것을 합쳐 따로 둔다.


4. 중간 크기 그릇에 가루류를 한데 체쳐 둔다.


5. 큰 그릇에 버터와 설탕을 한데 쳐 크림화한 뒤 달걀을 한 번에 하나씩 넣어 합친다. 달걀을 한꺼번에 다 넣으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뭉치니 한 번에 하나씩.


6. 체쳐 둔 가루류와 버터밀크를 세 번에 걸쳐 교대로 5에 넣어 합친다.


7. 3도 넣어 합쳐 준다.


8. 틀에 반죽을 넣어 오븐에 75-80분간 굽는다. 16인분이 나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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