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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사물

[크리스마스 위문품 열전] 참깨단니 석표 자사호

단 단 2012. 12. 25. 22:18

 

 

 

 

 

이상적인 모녀간의 대화 -

 

권여사: 딸아, 보내 준 크리스마스 선물 잘 받았다. 접시가 아주 예쁘구나. 벽에 꼭 걸어 놓을게. 너는 갖고 싶은 거 없니?


단   단:  아녜요, 엄마.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걸요. 엄마가 건강히 잘 지내신다면 그게 선물이죠, 뭐. 보내 드린 접시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어요.

 

 

 

 

 

 

 



실제 상황 -


권여사: 딸아, 보내 준 크리스마스 선물 잘 받았다. 접시가 아주 예쁘구나. 벽에 꼭 걸어 놓을게. 너는 갖고 싶은 거 없니?


단   단: 어, 엄니, 말씀 잘 하셨수. 안 그래도 엄니 졸라 자사호 하나 얻어 내려 했는데 잘됐네. 누리터 돌아다니다 누런 자사호 하나 찜해 뒀으니 엄닌 그냥 돈만 부쳐 주시구랴, 내가 알아서 주문해 선물로 가질 테니. 자, 계좌 번호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날강도 딸.

 

 

 

 

 

 

 

 


이 삼각형 몸통을 가진 자사호를 중국인들은 '석표石瓢'라 부릅니다. 고전 기본 형태인데 매우 모던하면서도 안정적인 모양을 하고 있죠. 뚜껑 손잡이는 홍예다리 모양으로, 삼각형의 각진 몸통과 각진 손잡이를 둥근 형태의 꼭지로 균형 잡아 줍니다. 곧게 뻗은 물대가 씩씩해 보입니다. 몸통에 여백이 좀 있어 문인들이 시구도 새겨 넣고 그림도 그려 넣는다는데, 이 때문에 후대인들은 석표호를 볼 때마다 고상한 문인을 떠올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두 번밖에 안 썼는데도 벌써 윤기가 잘잘 돌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양호가 얼마나 아름답게 될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지조 높은 누렁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습니다.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입니다.

 

 

 

 

 

 

 



이 석표호에는 앞으로 대홍포를 우리려고 합니다. 석표호의 넓은 입구는 대홍포 같은 크고 길죽한 잎을 넣기에 편합니다. 단니의 숨구멍들이 대홍포 특유의 불내음을 적당히 흡수해 차맛을 좋게 해줄 거라는 기대와, 청차는 홍차나 보이차보다 수색이 여리므로 배껍질색 차호를 거뭇거뭇 얼룩지게 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아래에 석표 사진 몇 장을 올려 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아직 소개해 드릴 선물이 더 있는데 오늘 안으로는 도저히 사진을 다 찍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선물 보내 주신 분들께는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잘 쓰겠습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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