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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향신료에 관한 어느 영국 남자의 예민한 관찰

단 단 2013. 8. 18. 23:16

 

 

 

 

 

전에 한번 말씀 드린 적 있는 저염식 실천 방법, 다시 상기시켜 드릴게요.

 

짜게 먹지 않으려면 소금을 적게 넣는 대신
1. 기름을 넉넉히 써서 고소하게 하거나
2. 식초나 과일즙 같은 신맛 나는 물질로 짠맛을 증폭시키거나
3. 다양한 향신료를 이용해 맛에 생기를 부여하라

 

영양학자들의 권고입니다. 다쓰 부처는 둘 다 소금과 웬수 진 사람들이라 짜게 먹지 않으려고 집에 온갖 기름과 향신료와 향초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냉장고에는 제때 못 먹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레몬과 라임을 늘 쟁이고 있고요. 실험하느라 음식 아무데나 이것저것 마구 쳐댑니다. 운이 좋으면 짜릿한 궁합을 발견할 때도 있고 우웩 퉤퉤 할 때도 있습니다. 우웩 퉤퉤가 더 많아요.

 

우리 집 향신료 보관 랙rack을 한번 찍어 보았는데, 사진에 있는 것만큼 향신료가 또 있습니다. 향신료 랙 공간이 부족해 부엌 여기저기에 흩어 놓았어요. 전에 살던 집에도 이런 향신료 랙이 있었는데, 셋집들인데도 부엌에 다들 향신료 랙이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 걸 보면 영국인들이 정말 향신료와 향초를 많이 쓰긴 하나 봅니다. 코쟁이들, 밤낮 심심한 음식만 먹다 이국 향신료 한번 맛본 뒤 앞다투어 식민지 찾아 나섰다잖아요. 후추 훔치러 인도 가고, 넛멕 훔치러 인도네시아 가고. 거기서 각국 코쟁이들이 또 패권을 놓고 자기들끼리 한참을 투닥거렸다 하니, 이런 배 타고 가다 바닷물벼락 맞을 놈들.

 

 

 

 

 

 

 


 
커리 만드느라 하도 많이 써 인도 향신료 중 몇 가지는 아예 대용량으로 사서 마살라 다바masala dabba에 옮겨 담아 씁니다. 인도 가정주부들이 왜 마살라 다바를 사용하는지 커리 몇 번 만들고 나서 간파했습니다. 냉장고 윗단에는 또 액상 향신료들과 페이스트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창가에는 온갖 향초가 심겨져 있어요. 이 향초 물 주는 것 때문에 어디 멀리 여행도 못 가요.

 

허나, 
이렇게 다양한 향신료와 향초를 갖췄다 해도 이 모든 것 위에 제왕처럼 군림하는 두 가지가 있으니 바로,

 

 

 

 

 

 

 



어느 집에나 다 있는 소금과 후추.

 

 



*   *   *

 

 



요즘 잘 나가는 영국의 코미디언 중에 마이클 매킨타이어Michael Mcintyre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특이하게도 영국에 만연한 정치나 사회 풍자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와 예민한 관찰에 바탕을 둔 코미디를 하는데, 사람들이 일상에서 무심히 행하거나 지나치는 일들을 매의 눈으로 잡아내고 시인처럼 자세히 관찰해 풍자하므로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스파이스와 허브에 관한 아래의 영상을 한번 보세요. 요리에 관심 있거나 집에 향신료 많이 갖고 계신 분들은 다들 '폭풍' 공감하실 겁니다.

 

 

 

 

 

 

 

 

 

 

향신료 랙에 놓인 각종 향신료들이 잘 나가는 소금과 후추를 질투하며 신세 한탄하는 대목입니다. 오레가노(이태리), 큐민(인도), 파프리카(헝가리), 파이브 스파이스(중국)가 등장합니다.

 

 

 

 

 

 

 



케케케, 우리 집에도 있었네요, 이눔들.
이 코미디를 본 이후로는 다시는 스파이스 랙에 있는 녀석들을 무심히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뒤돌아 꽂힌 놈은 없나 신경 써 살펴보게 되고요. 오늘 저녁에는 볶음밥에 몇 가지 새로운 향신료를 또 넣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운을 빌어 주세요.

 

 

 

 

 

 

 



어라? 존 웨스트 튜나도 있었네요?

 

 

 

 

 

 

 

 

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 로스트 햄.

한국인들이 치과향 난다고 싫어하는 정향cloves이 숭숭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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