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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우리말 정말 예쁘지 않나

단 단 2013. 10. 9. 18:08

 

 

 

 

 

영국 와서 처음 맛본 식재료 중에 '브뤼셀 스프라우트Brussels Sprouts'라고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영국 발음으로는 '브러쓸스 스프라우츠'가 되겠네요. 오백원 동전 지름만 한 꼬맹이 양배추인데, 피를 엉기게 하는 비타민K가 많아 심혈관계 질환 있는 분, 고지혈증 치료 중인 분들에게는 삼가야 할 식재료로 꼽히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몸에 좋은 채소로 여겨지지만요. 영국에서는 겨울철, 특히 성탄절 만찬상에 구운 칠면조 또는 구운 거위와 함께 오르곤 합니다. 아래 사진들을 보세요.

 

 

 

 

 

 

 

 

 



사진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가 보이죠? 전형적인 영국의 성탄절 상차림이 이렇습니다. 소스 떡칠한 음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죠. 집집마다 나물 조리법이 다 다르듯 영국에서도 가정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조리법이 다 달라요. 일반적으로는 찌거나 살짝 데친 뒤 버터에 볶는 방법을 많이 쓰는데, 크림이나 치즈 소스에 버무리는 집도 있고요,

 

 

 

 

 

 

 



베이컨이나 견과류와 함께 볶는 집도 있고,

 

 

 

 

 

 

 



직불에 바베큐 해 맛을 농축시켜 훈향을 입히는가 하면, 단맛을 더 내기 위해 오븐에 좀더 오래 굽는 집도 있고,

 

 

 

 

 

 

 



기타 다른 채소들을 넣고 선호하는 향신료로 악센트를 준 뒤 색을 내가며 꼬들꼬들해질 때까지 많이 볶아 주는 집도 있고,

 

 

 

 

 

 

 



홍고추, 파, 고수, 라임 즙, 피쉬 소스 등을 넣어 동남아풍으로 색다른 맛을 즐기는 집도 있죠.

 

 

 

 

 

 

 



저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해먹는 걸 즐기는데요,
하나는 위 사진에서처럼 반 갈라 기름에 볶아 발사믹 식초 졸인 것에 버무려 먹는 것, 다른 하나는 아래의 헤스톤 블루멘쏠 방식을 가정집 현실에 맞게 좀 더 편한 방식으로 바꾸어 해먹는 겁니다.


발사믹 식초를 쓰는 방식은 거무튀튀해서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찐득하니 새콤달콤 고소하고 아주 맛있습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살 때는 최대한 알이 작은 것으로 사야 쓰지 않습니다. 알 굵다며 좋다고 큰 걸로 골라 사면 미뢰 예민한 분들은 써서 이거 못 드십니다. 가능하면 대에 붙어 있는 것으로 사는 게 좋고요.

 

 

 

 

 

 

 

 


이건 미슐랑 3-스타 셰프인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가정식 레서피입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을 살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통째로 조리하게 되면 모양은 예쁘지만 속까지 익는 동안 겉은 죄 물러 흐물거리게 되지요. 전체를 골고루 맛있게 즐기기 위해 헤스톤은 다음의 방식을 씁니다.

 

1. 밑동을 제거한 뒤 번거롭더라도 이파리를 한 장씩 한 장씩 떼어 낸다.


2. 중불에 길게 채썬 베이컨을 (바삭하게 굽지 말고) 부드럽게 익힌다.


3. 팬에 베이컨 기름은 남겨 둔 채 베이컨만 잘 건져내 키친 타월 위에 둔다.


4. 베이컨 기름이 남은 팬에 버터를 넣어 거품이 일 때까지 녹여 준다.


5. 버터에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한 장씩 떼어 낸 잎들을 넣고 코팅하듯 잘 뒤적여 준 뒤 물을 소량 넣고 뚜껑을 덮는다. (볶고 찌는 과정을 동시에 하는 겁니다.)


6. 3분에서 5분 정도 지나면 뚜껑을 열어 베이컨을 합쳐 주고 소금 후추로 간한다. 끝.

 


허나.
꼬미 셰프commis chef도 없는 가정집 주방에서 누가 저 작은 양배추 잎을 한잎 한잎 분리하고 앉았습니까? 미친 짓이죠. 위의 레서피를 최대한 살리되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한 단단의 레서피를 참고해 만들어 보세요. 맛은 똑같이 좋습니다. ☞ 영국의 명절 나물,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볶음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가지고 이렇게 리스wreath로 만들어 장식하는 집도 있다고 합니다. 예쁘죠?

 

 

 

 

 

 

 

 



영국에 와서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처음 보고는 '썰매 방울sleigh bells'을 떠올리며 매우 즐거워했더랬죠. 수퍼마켓에서 볼 때마다 하도 귀여워 꼭 쓰다듬어 주고 집어 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군요. 영국 오기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요.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의 우리말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방울다다기양배추

 

 

>_<
크으...
이름 참 기가 막히게 잘 짓지 않았나요?
방울만 한 쬐끄만 양배추가 다닥다닥.

 

 

 

 

 

 

 



영국인들이 즐기는 식재료 중에 바닷가 개펄에서 자라는 '삼파이어samphire'라는 식물이 있어요. 소금기를 머금어 자체에 짭쪼름한 간이 돼있고 '찌걱찌걱' 열무 씹을 때와 같은 식감이 나죠. 간이 이미 돼있기 때문에 소금도 안 치고 익히지도 않고 그냥들 먹습니다. 피클로 담그기도 하고 간단하게 기름과 식초 드레싱을 해서 먹기도 하지요. 아래 사진과 같이 주로 해산물 요리에 곁들여 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 삼파이어가 자라고 있다네요? 이것도 영국 오기 전에는 못 봤었는데요. 아, 글쎄, 이 녀석의 우리말 이름은

 


퉁퉁마디

 


>_<
으아아, 우리말 식재료 이름 대체 누가 짓고 있는 겁니까?!
이것도 정말 예쁘지 않습니까?
방울다다기양배추, 퉁퉁마디. 마치 꼬맹이들 시켜 작명한 것 같지 않나요? 다쓰베이더가 어릴 때 동무들과 뒷산에서 놀다 무덤의 봉분을 처음 보고는 흥분해서 집에 돌아와 이렇게 외쳤더랍니다.
"엄마, 풍선산 밨쩌!"

ㅋㅋ

 


한글날을 맞아 예쁜 우리말 식재료 이야기를 한번 해보았습니다.
즐거운 한글날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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