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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아무리 어려도 가르쳐야 한다 본문
단단이 어릴 적엔 길거리에 왜 그렇게 변태 소아성애자 아저씨들이 득실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 그런 사람들은 눈 씻고 찾아 봐도 보기 힘들지만요.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그런 놈들은 성인들 눈을 피해 우리 어린 딸내미들한테만 골라 출몰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는 소리죠. 아이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시간, 즉, 등하교 시간이나 학원 다니는 시간에만 교묘히 맞춰 출몰하는 데 도가 텄다는 거죠. 그러니 어른들 눈에 띄지 않는 거고요. 우리가 못 봐서 그렇지, 지금도 거리에는 그런 놈들 많이 돌아다니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 제가 어릴 때 만났던 '수많은' 변태 아저씨들 중 한 명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유쾌한 경험은 못 되지만 딸내미들 교육용 사례로 쓰시라고 올려 봅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의 일입니다. 동네 길 한 쪽에 대형버스 두 대가 일렬로 주차돼 있었고, 그 사이에 어두운 색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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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버스-승용차-대형버스
대형버스 두 대 사이에 쏙 들어가 있었으니 앞뒤로는 확실히 남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었겠죠. 아무튼 변태놈들은 재주도 좋아요. 제가 그 옆을 혼자 지나가는데 갑자기 승용차의 조수석 문이 덜컥 열리더니 운전석에 앉은 웬 넥타이까지 맨 양복 입은 멀끔한 아저씨가 저한테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꼬마야, 혹시 이 근처에 병원이 어디 있는지 아니?"
"네?"
"아저씨가 너무 아파서 그래. 근처에 병원이 있으면 길 좀 알려 줄래? 병원이 멀지 않으면 아저씨 차에 타서 병원까지 같이 좀 가 줄래?"
아, 수십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목소리까지 생생히 기억나는군요. 걸어서 한 10분쯤 되는 위치에 이름은 모르지만 작은 병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낯선 사람 차에 함부로 올라타는 건 당치않은 일이죠. 아무리 성교육을 못 받고 자란 세대라지만 그 정도는 꼬맹이한테도 기본 상식 아니겠습니까. 헹, 아프다고 거짓말하면서 유괴하려는 수작이로구나.
어? 그런데...
양복 입고 운전석에 앉은 아저씨의 두 다리 사이에 허옇고 거대한 무언가가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뭘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한 5초쯤 바라봤던 것 같아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한 후 마침내 저는 그것이 크게 부풀어 오른 성인 남성의 '그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맙소사, 이 아저씨, 어른이 코흘리개 꼬맹이들처럼 고추를 다 내놓고 있잖아! 얼마나 아프면 창피함도 무릅쓰고 어린 나한테 저렇게 부끄러운 곳을 내놓고 부탁을 할까. 저렇게까지 살이 부어올랐으니 바지 속에 다 안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지. 많이 아프겠구나!
아픈 신체의 일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진정성이 느껴지고 측은한 마음이 다 들었더랬습니다. (아이고 두야)
비웃지 마세요. 순진하고 마음씨 고왔던 저는 정말로 이렇게 생각을 했다니까요. 지금의 5학년 여자 아이들은 저보다 좀 더 똘똘할까요? 저는 그때 진심으로 아저씨가 가여웠더랬습니다. 거기가 부어올라 많이 아프다잖아요. 게다가, 뿔 달린 악마의 모습을 한 것도 아니고, 셔츠에 넥타이에 양복 웃옷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훌륭한 사람이었던걸요. 저는 아저씨께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병원이 큰 길 건너 왼쪽에 있었는지 한 블록을 더 가야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어릴 때는 자기 집 근처 아니면 걸어서 먼 곳은 잘 안 다니잖아요?
"아저씨, 제가 병원이 어디쯤 있는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어요. 우리 집이 바로 저긴데 제가 엄마한테 물어 보고 와서 다시 알려 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올게요!"
집에 엄마가 안 계셨었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다 지금쯤이면 길 가는 어른들 중 누군가가 그 아저씨한테 병원 가는 길을 알려 줬겠구나 싶어서 도움 드리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오후가 되어 어둑어둑. 그래도 혹시, 하고 걱정이 돼서 다시 나가 보니 다행히도 아저씨와 승용차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겠구나.
그리고 나서는 엄마한테도 이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아요. 이미 지난 일인데다 어린 마음에도 하필이면 다른 곳도 아닌 '고추가 퉁퉁 부은' 남의 부끄럽고 아픈 이야기를 떠벌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단이 너무 착한 어린이였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한 일이죠. 어른들로서는 "그럴 땐 어른들께 빨리 알려 다른 아이가 희생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게 했어야지." 불같이 나무라겠지만, 저는 그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당시로선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습니다. 변태 소아성애자들은 이를 잘 아는 거죠.
제가 글 제목에는 "딸이 아무리 어려도 가르쳐야 한다."라고 쓰기는 했지만, 큰 눈 깜빡대는 순진무구한 어린 딸내미를 앉혀놓고 이런 어이 없는 상황들에 대해 과연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을까요? 저는 자식은 없지만 부모 노릇하기 정말 힘들 거라는 생각은 충분히 합니다. 특히 딸 가진 분들이 고민이 많을 겁니다. "낯선 아저씨는 절대 따라가지 말고, 도와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있어도 함부로 도와 주지 말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사람 보면 어른들한테 꼭 알려야 해." 교과서 같은 말로 주의를 준다 해도, 문제는, 아이가 나쁜 사람이나 현상을 나쁜 걸로 인식하지 못 한다는 데 있죠. 그렇다고 아이한테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실은 속으로 나쁜 마음을 잔뜩 품고 있을지 모른다고 가르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어릴 때 변태 아저씨들 만난 일들이 불쑥불쑥 떠올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합니다. 그때 내가 그 아저씨 차에 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었을까. 모골이 송연해지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캠핑장 텐트 안에서 밤에 잠자고 있던 저를 들춰 업고 납치해 가려던 아저씨도 다 있었습니다. 차 지나가는 소리에 깬 제가 아저씬 누구고 우리 엄만 어딨냐고 하도 발버둥치고 난리를 쳐대는 바람에 아저씨가 차도 한가운데 저를 내려놓고 달아났죠. 더 어릴 때의 일입니다.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어요. 아후, 이 루저들을 그냥.
딸 가진 분들, 딸아이 얼굴 가만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셔야 합니다. 저도 이 일이 생각날 때마다 제 조카 여자 아이들 생각 많이 합니다. 어려도 반드시 가르쳐야 합니다. 월경의 원리라든가 아기는 어떻게 해서 생기는가, 이딴 건 하나도 안 급해요. 학교에서 나중에 다 배웁니다. 그보다는 먼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들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착한 아이들도 그렇지만, 엄한 부모 밑에서 자라 부모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딸들이 이런 일을 겪었을 때 말을 잘 안 해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는군요. 사소한 일이라도 부모한테 고시랑고시랑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평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특히 아빠들, 딸 너무 엄하게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
▲ 지인에게 보냈던 카드. 영국 여인들의 바바리맨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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