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맛없다는 영국음식 먹고 살아 보니 본문

영국음식

맛없다는 영국음식 먹고 살아 보니

단 단 2013. 10. 7. 23:08

 

 

 

 단단이 좋아하는 담백·고소한 맛의

영국 전통 음식 <Cod in Parsley Sauce>.
저렴한 부위를 사다 써서 그런지

집에서 만든 건 요로코롬 예쁘게 사진이 안 나옴.

맛은 뭐 아주 좋음.

 

 


한식 안 먹고 산 지 5년이 넘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 안 먹으니 미뢰가 초등생 수준으로 도로 예민해짐.


그래서 가리는 음식이 전보다 더 많아짐. 젠장

 

샐러드용 잎채소나 쌈채소가 너무 쓰게 느껴져 당최 먹을 수가 없을 정도임.


아이들이 왜 채소를 안 먹으려 드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


혀 둔한 어른들이 미뢰 예민한 아이들을 채소 안 먹는다고 밥상머리에서 마구 야단 치는 것은 아동학대 및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게 됨.


한국 잠깐 방문했을 때 맛본 포장마차나 분식집 떡볶이도 예전처럼 맛있지가 않았음.


냉면이고 덮밥이고, 디저트도 아닌 끼니로 먹는 음식들이 너무 달다는 생각이 들었음. 간장 고추장 양념한 음식들이 특히 달았음. 시판 고추장 자체도 들척지근함.


한국의 식당 음식들이 원래 이렇게 달고 짜고 매웠었나, 아니면 내가 영국 와 있는 사이 음식들이 더 자극적으로 변한 건가, 심히 궁금했음.


몸에 나쁜 거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라면. 이제는 맛이 유치하게 느껴져 못 먹겠음. 특히, 분말 수프 맛, 이게 한없이 유치함.


서양인들 중에는 밥 냄새를 역겨워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해서 웃긴다 생각했는데, 나도 이제는 아주 가끔씩 밥 짓는 냄새가 살짝 역겨울 때가 있음. 잘 먹던 농심 <조청유과>에서도 아기 ㅅㅓㄹㅅㅏ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짐.


참기름은 스포이트spuit로 한두 방울만 넣어도 충분하겠다 생각이 듦.

 

어쩌다 생마늘 많이 든 음식, 매운 음식, 짠 음식 등을 먹고 나면 하루종일 속이 부글거리면서 정신이 혼미해 일에 집중할 수가 없음. 사찰에서 스님들에게 왜 맵고 짠 음식과 오신채를 금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음.


삶은 감자, 찐 감자에서 오만 가지 맛이 느껴짐.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소금의 질을 따지기 시작. 영국 소금 중에서는 <몰든 바다 소금Maldon sea salt>과 <앵글시 바다 소금Anglesey sea salt>이 쓴맛과 잡맛이 없어 깔끔하다고 생각함. (미국 모튼 소금Morton Salt과 혼동하면 안 됨) 자염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피라미드 소금 결정이 보석처럼 보일 때도 있음.


영국인들처럼 집에서 직접 베이킹을 하다 보니 공장 과자 특유의 인공향도 견디기 힘들어짐.


양념 떡칠한 음식 보면 재료가 신선하지 않은가 의심부터 하게 됨.

 

 

 

 

 

 

 


피라미드 결정의 몰든 바다 소금.

깔끔한 짠맛에 은은한 단맛이 섞여 있다.

 

 

 

 

 

 

 

 

앵글시 바다 소금 넣었다고 자랑하는 영국의 고급 버터.

 

 

 

 

 

 

 

 

앵글시 바다 소금 넣은 쵸콜렛.

 

 

 

 

 

 

 

 

앵글시 바다 소금 넣은 감자칩.

 

 

 

 

 

 

 

 

깔끔한 짠맛에 경쾌하게 바삭거리는 영국 자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