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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다는 영국음식 먹고 살아 보니 본문
▲ 단단이 좋아하는 담백·고소한 맛의
영국 전통 음식 <Cod in Parsley Sauce>.
저렴한 부위를 사다 써서 그런지
집에서 만든 건 요로코롬 예쁘게 사진이 안 나옴.
맛은 뭐 아주 좋음.
한식 안 먹고 산 지 5년이 넘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 안 먹으니 미뢰가 초등생 수준으로 도로 예민해짐.
• 그래서 가리는 음식이 전보다 더 많아짐. 젠장
• 샐러드용 잎채소나 쌈채소가 너무 쓰게 느껴져 당최 먹을 수가 없을 정도임.
• 아이들이 왜 채소를 안 먹으려 드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
• 혀 둔한 어른들이 미뢰 예민한 아이들을 채소 안 먹는다고 밥상머리에서 마구 야단 치는 것은 아동학대 및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게 됨.
• 한국 잠깐 방문했을 때 맛본 포장마차나 분식집 떡볶이도 예전처럼 맛있지가 않았음.
• 냉면이고 덮밥이고, 디저트도 아닌 끼니로 먹는 음식들이 너무 달다는 생각이 들었음. 간장 고추장 양념한 음식들이 특히 달았음. 시판 고추장 자체도 들척지근함.
• 한국의 식당 음식들이 원래 이렇게 달고 짜고 매웠었나, 아니면 내가 영국 와 있는 사이 음식들이 더 자극적으로 변한 건가, 심히 궁금했음.
• 몸에 나쁜 거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라면. 이제는 맛이 유치하게 느껴져 못 먹겠음. 특히, 분말 수프 맛, 이게 한없이 유치함.
• 서양인들 중에는 밥 냄새를 역겨워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해서 웃긴다 생각했는데, 나도 이제는 아주 가끔씩 밥 짓는 냄새가 살짝 역겨울 때가 있음. 잘 먹던 농심 <조청유과>에서도 아기 ㅅㅓㄹㅅㅏ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짐.
• 참기름은 스포이트spuit로 한두 방울만 넣어도 충분하겠다 생각이 듦.
• 어쩌다 생마늘 많이 든 음식, 매운 음식, 짠 음식 등을 먹고 나면 하루종일 속이 부글거리면서 정신이 혼미해 일에 집중할 수가 없음. 사찰에서 스님들에게 왜 맵고 짠 음식과 오신채를 금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음.
• 삶은 감자, 찐 감자에서 오만 가지 맛이 느껴짐.
•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소금의 질을 따지기 시작. 영국 소금 중에서는 <몰든 바다 소금Maldon sea salt>과 <앵글시 바다 소금Anglesey sea salt>이 쓴맛과 잡맛이 없어 깔끔하다고 생각함. (미국 모튼 소금Morton Salt과 혼동하면 안 됨) 자염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피라미드 소금 결정이 보석처럼 보일 때도 있음.
• 영국인들처럼 집에서 직접 베이킹을 하다 보니 공장 과자 특유의 인공향도 견디기 힘들어짐.
• 양념 떡칠한 음식 보면 재료가 신선하지 않은가 의심부터 하게 됨. ■
▲ 피라미드 결정의 몰든 바다 소금.
깔끔한 짠맛에 은은한 단맛이 섞여 있다.
▲ 앵글시 바다 소금 넣었다고 자랑하는 영국의 고급 버터.
▲ 앵글시 바다 소금 넣은 쵸콜렛.
▲ 앵글시 바다 소금 넣은 감자칩.
▲ 깔끔한 짠맛에 경쾌하게 바삭거리는 영국 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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