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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사과들 ① 본문
▲ 다쓰베이더가 썰어 놓은 영국 햇사과
<레드 윈저Red Windsor>.
과육이 단단하고 새콤달콤하다.
영국 햇사과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빌라flat 정원에도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아무도 따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아 새들이 다 쪼아 먹거나 그냥 땅에 떨어져 없어집니다. 농부가 제대로 키운 맛있는 사과들이 수퍼마켓에 그득하니 정원에 있는 건 야생동물을 위해 남겨두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사과가 아주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햇빛 좋은 지중해 쪽에서는 오렌지와 레몬 같은 감귤류가 잘되죠. 영국에서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같은 장과류와 사과가 잘됩니다. 그래서 사과와 베리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잼이 발달해 있어요.
▲ 영국의 전통 디저트 <애플 파이>.
바닥과 위를 모두 파이지로 감싸는 것이 정석.
▲ 파이지로 감싸기 번거로우면
간단하게 프랑스 걀레뜨Galette 식으로.
▲ 다쓰베이더의 <애플 타트>.
얇게 썰면 사과 한 알만 갖고도 만들 수 있다.
많이 올리면 파이지가 부풀지 않고 축축해진다.
▲ 영국에서는 돼지고기에 사과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최고의 궁합이라 여겨진다.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도 손수 훈제한 돼지 목살에
손수 만든 사과 소스를 곁들여 드시던 미식가였다.
영국인들은 사과를 먹을 때 한국인들처럼 껍질을 까서 먹지 않고 껍질째 그냥 먹습니다. <애플 파이>, <애플 크럼블>, <토피 애플> 같은 디저트나 간식에도 많이 쓰고 돼지고기 요리에도 넣곤 하지요. 사과 소비가 많기 때문에 영국 수퍼마켓 선반에는 사철 사과가 놓여 있어요. 영국 사과가 제철이 아닐 때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남반구 국가들 사과를 수입해서라도 갖다 놓습니다.
▲ 제철을 맞아 수퍼마켓 소식지에 온통 사과 이야기
▲ 소비자를 위한 품종별 특성이 소개돼 있다.
너무 많아 헷갈리니 이런 게 좀 필요하긴 하다.
오늘 수퍼마켓에 갔더니 영국 햇사과가 나오기 시작해 평소보다 사과 종류가 더 많아졌습니다. 죽치고 서서 한번 세어봤더니 무려 20종이 넘네요. 그런데도 영국인들 중에는 불평하는 사람이 다 있다는군요. "영국 사과 연구소에서는 매년 2천여 종 넘게 재배를 하고 있다는데 왜 수퍼마켓 선반에는 20여 가지밖에 없는 거지? 잘 팔리는 것만 갖다 놓을 생각말고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선택권을 존중해 더 많이 갖다 놓으시오!"
오늘 수퍼마켓에서 본 사과는 이랬습니다:
• Cox's Orange Pippin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품종
• Gala
• Golden Delicious
• Braeburn 수분이 적어 <애플 타트>에 적합. 뉴질랜드 원산
• Bramley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애플 파이>나 영국 전통 디저트에 많이 쓰임
• Estivale
• Empire 미국 원산
• Granny Smith 그냥 먹을 수도 있지만 주로 파이 만드는 데 씀. 호주 원산. 녹색.
• Jazz
• Pink Lady 빛깔도 곱고 맛도 좋고.
• Red Delicious
• Red Dessert
• Red Windsor 첫 사진의 다쓰베이더가 깎아 놓은 것
• Royal Gala 영국에서 가장 흔히 보는 사과 중 하나
• Suffolk Pink 사과 많은 영국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 품종. 보면 반드시 삼.
• Mini 이건 품종 이름이 아니라 유치원생·초등학생 도시락용 작은 사과를 말함.
• Weather Blemished 이것도 품종 이름이 아니라 약간 못생긴 것들만 따로 모아 저렴하게 파는 것을 말함. 맛에는 차이 없음.
• 그 외 이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다양한 'cooking apples' 요리용 사과들
• 그 외 이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다양한 'eating apples'. 그냥 먹는 사과들
수확되는 대로 속속 갖다 놓을 품종이라고 합니다:
• Discovery
• Early Windsor
• Egremont Russet
• Envy
• Galmac
• Meridian
• Rubens
• Spartan
• Sunrise
• Tentation
• Tree Matured Cox
• Winter Wonder
• Worcester Pearmain
등등
각 사과들의 유기농 버전들이 별도로 또 있었으니 선반에 사과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이 가시죠. 사과 철을 맞아 소비자의 요구 대로 사과 50여 종 이상을 수확되는 즉시 선보이겠다며 광고를 하네요. 크어어, 사과를 50종 넘게? 사과 좋아하는 다쓰베이더가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올 가을엔 저도 사과 쓰는 요리 몇 가지를 좀 익혀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단단이 어릴 적엔 우리 한국에도 사과가 참 다양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빨갛고 신 홍옥Jonathan을 가장 좋아했음)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제일 인기 있다는 부사Fuji 한 종만 볼 수 있으니 아쉽습니다.
▲ 우리 집 식물 도감의 사과 일러스트.
어따, 잘도 그렸네. 실물처럼 생생.
▲ 먹는 사과말고
사과술인 사이더용 품종들은 또 따로 있다고 한다.
영국 <인디펜던트> 지가 꼽은 ☞ The 10 Best Ciders.
▲ 영국산 사과에는 네 자리 숫자가 담긴 스티커가 붙는다.
▲ "지금 드시고 있는 사과가 영국 고유 품종인지 아닌지
한번 알아보실라우?" 무료 iPhone용 앱도 다 있으니. 꽈당
네 자리 숫자를 입력하면 각 품종별 먹는 시기와 특성 등
영국 사과에 관한 정보와 통계를 얻을 수 있다.
▲ 영국 링컨셔의 뉴튼 생가에 있는 사과나무.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나무일 듯.
관광객이 하도 찾아와 밟아대 뿌리가 상하기 직전,
고육책으로 버드나무 가지로 울타리를 둘렀단다.
▲ 영국의 사과 농원 풍경.
수확 후 3일 안에 전국의 소비자 손에 사과가 쥐어지는
놀라운 유통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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